COLOR
세상은 색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늘은 파랗고, 바나나는 노랗고, 원숭이 엉덩이는 빨갛죠. 심리적인 영향 때문에 색은 주로 예술쪽에서 활약하였으나, 인류는 오래전부터 정치적이고 비언어적인 소통 수단으로도 색을 사용해왔습니다. 수많은 국가와 정당, 기업마다 고유색이 있고 색을 통해 집단이나 계층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오늘날 정치에서 보수와 진보는 각각 빨강과 파란색을 사용하며, 노동시장에서 직업군을 분류할 때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에 비유합니다. 현장 작업자의 작업복은 파란색, 법조계와 증권가 등 전문직 종사자의 와이셔츠는 흰색이기 때문이지요. 지극히 직관적인 비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좌 The Pink Boy (possibly Francis Nicholls, 1774) 우 Portrait of a Girl in a Blue Dress with a Parrot in a Palatial Garden (Willem Verelst, 1734)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여자아이는 분홍색 옷을, 남자아이에게는 파란색 옷을 입히는 걸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여자 화장실은 빨간색 혹은 분홍색이고 남자 화장실은 파란색입니다. 이외에도 성별과 색의 상징은 일상에서 다양하게 접할 수 있으며, 이제 우리는 분홍색을 보기만 해도 '여성스러움'을 떠올리고는 합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20세기 산업화 이전에는 정반대였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힘과 에너지를 상징하는 빨강은 남성의 색이었고, 분홍색은 빨강의 하위 색으로 결단력이 있고 힘찬 아이가 되라는 의미에서 남자아이들에게 입히는 색이었습니다. 반면, 파란색은 우아하고 차분한 색이기 때문에 여자아이들에게 주로 입혔지요.
오늘 칼럼으로 다룰 제품은 마이크로닉스 Master M60 메쉬 핑크입니다. 하드웨어 소비자는 대부분 남자인데, 왜 굳이 남자들이 기피하는 핑크색을 출시한 걸까요? 힘차고 강한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요? 아니면, 비교적 적은 비율이지만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걸까요? 어쩌면 둘 다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저로서는 짐작하기 힘드네요. 평소처럼 제품 구성이나 충실히 살펴보며 리뷰를 이어 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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