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기어라는 개념이 막 생겨날 시점, 춘추전국 시대를 방불케 할 만큼 마우스와 키보드를 판매하는 기업이 우후죽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몇 없습니다. 게임을 즐기는 인구는 늘어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버티기조차 버거워하는 걸까요? 시장을 들여다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습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흐름을 주도하는 큰 기업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게이밍 기어 시장은 이러한 기업이 하나가 아닙니다. Logitech과 Razer. 게이밍 기어를 구매하기 위해 잠깐이라도 검색을 해 본 분이라면 두 기업에 관련된 글을 한 번쯤은 보셨을 겁니다. 이외에도 뚜렷한 색을 가진 기업들도 존재하는데, 마니아층이 꽤 탄탄한 편입니다. 이런 강자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뭐라도 내세울 만한 게 있어야 합니다. 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가 가능한 기업을 상대로 기술력으로 당해낼 수 있을 리는 없겠죠. 가격 경쟁을 붙어도 승산이 높아 보이진 않습니다. 그래서 자본 규모가 큰 기업이 잘 눈독 들이지 않는 보급형 시장에서 점유율을 나눠 먹고 있는 형태입니다.
문제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막강한 기술력을 선보이는 Logitech입니다. 보급형 시장에 툭툭 내놓는 제품이 생태계를 교란하기 때문인데요. 국민 마우스인 G1 이후로 출시한 G100, G100S는 품질면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이면서 철저하게 외면받았지만, 자체 설계 센서를 탑재한 G102는 G1의 진정한 후계자로 자리 잡습니다. 이로 인해 보급형 게이밍 마우스로 쏠쏠하게 재미를 보던 기업은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한국 게이밍 기어 업체들의 전성기는 바로 Logitech이 G100과 G100S를 주력으로 판매하던 시절입니다. 그 타이밍에 빛을 본 기업 중 하나가 맥스틸이죠. 맥스틸을 상징하는 TRON G10은 G1 이후 국민 마우스에 가장 근접했던 제품으로, 50만 개 이상 판매했습니다. 워낙 인기가 좋아서 코팅 방식을 세분화한다거나 센서 업그레이드, 상판 하우징을 버튼 분리형으로 재설계하는 등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했습니다. 그 와중에 라인업을 확장하여,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도 잊지 않았고요.
TRON G20은 제품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형제 격 되는 제품으로 G10과 마찬가지로 대칭형으로 설계했습니다. 다만, 팜 그립을 유도하는 G10과는 다르게 클로 그립에 적합한 형태라서 특정 소비자에게 어필할 만한 제품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립감 자체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분이 많았는데, 결정적인 단점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콘셉트에 맞지 않게 무게추를 내장했으며, DPI를 400단위로만 설정할 수 있는 등 마지막 방점을 잘못 찍은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맥스틸은 이런 단점을 해소한 G20 Pro를 출시할 거라고 밝혔으며, 베타 테스트를 2018년 6월경에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 10월 말, 드디어 퀘이사존 본부에 G20 Pro와 PMW3389 센서를 탑재한 S20이 도착했습니다.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군요. 숙성된 만큼 깊은 맛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