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게이밍 기어에는 마우스, 헤드셋, 키보드가 있습니다. 우선, 마우스는 경량화와 무선이라는 기술력과 관련된 화두가 떠오르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다른 기업 제품을 대충 카피해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던 기업은 자연스럽게 도태되었고, 오랜 시간 기술력에 자본을 투자한 기업만 살아남는 형태가 되었죠. 다음으로 헤드셋 시장은 냉정하게 말해서 음향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었습니다. '폭발음이 중요하니 저음역을 크게 부풀리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시장을 왜곡했고, 그와중에 저렴한 제품만을 생산하여 품질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회사들이 각종 음향관련 기업을 인수하면서 정상화의 길로 들어섰고, 기존 음향 시장을 주름 잡고 있던 기업들도 게이밍 시장에 참여하면서 게이밍 헤드셋이라는 정의를 재정립하고 있습니다. 외형상 크게 변한 건 없지만,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키보드 시장은 앞서 언급한 두 제품군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장 흐름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기계식 방식에서 더 합리적인 멤브레인 방식으로 넘어온 키보드 시장은 원가절감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멤브레인이 싸구려라는 이미지가 이런 기조 때문에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저렴한 제품에 염증을 느낀 사용자들은 이전에 사용했던 방식인 기계식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기업들은 이런 흐름을 놓치지 않고, 기계식 키보드를 생산&유통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CHERRY 기계식 스위치가 가지고 있던 특허 기간이 만료되면서 같은 형태를 한 스위치들이 우후죽순 등장했고, 또다시 가격 경쟁을 펼치기 위해 원가절감이 잔뜩 이뤄진 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졌습니다. 고급화라는 본래 목적을 잃은 저렴한 기계식 키보드는 이런저런 자잘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마치 멤브레인 키보드가 그랬듯이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주게 됩니다. 주로 원가 절감을 감행한 스위치에서 오류가 발생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게 광학Optical 방식 무접점 스위치입니다. 우리가 본래 알고 있던 정전형 무접점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분명히 접점이 없는 방식이긴 합니다.
어떻게든 원가 절감을 유지하면서 오류 없는 키보드를 만들어 내기 위해 탄생한 광학 스위치의 가장 큰 걸림돌은 편견이었습니다. 광학 스위치는 기계식 스위치를 본땄지만, 접점부에서 전달되는 느낌이 남아있지 않았는데요. 특히, 인위적으로 걸리는 느낌과 소리를 만들어내는 클릭 방식은 그 차이가 매우 큰 편입니다. 게다가 저렴한 키보드가 주로 활용하는 방식이라는 편견은 가장 큰 평가절하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특징 자체는 장점 덩어리인 방식임은 분명합니다. 신호 전달을 빠르게 할 수 있으며, 오입력을 방지하는 데에는 접점 방식보다 훨씬 탁월합니다. 내구성은 두말하면 입 아플 수준이고요. 지금은 부정하고 있는 분들이 많지만, 키보드 시장에서 광학 스위치는 미래입니다. 그리고 검증된 기술만 쏙쏙 집어먹는 ROCCAT이 자사 키보드인 VULCAN에 광학 스위치를 탑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