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한 기업이 자본을 조달할 방법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투자나 대출을 받아야 할 텐데, 이 역시도 어느 정도 이뤄낸 성과가 없다면,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마치 경력 있는 신입사원을 원하는 취업시장과도 같죠. 이럴 때 기업이 기댈 수 있는 게 펀딩 시스템입니다. 크라우드 펀딩은 단어 그대로 군중이 돈을 모아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조금 더 세분화한다면 보상품 제공(리워드)형, 증권(투자)형, 대출형이 있는데, 우리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 보상품 제공형입니다. 그래서 저는 보상품 제공형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겠습니다.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로는 Indiegogo나 kickstarter와 같은 곳이 있습니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이 공간을 각종 스타트업 기업들이 첫 번째 제품을 내놓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와디즈, 크라우디, 텀블벅, 오픈트레이드 등이 유사한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겠군요.
보상품 제공형, 증권형, 대출형의 공통점은 부족한 자금을 조달한다는 겁니다. 그에 대한 대가로 보상품 제공형은 제작 결과물을, 증권형은 비상장 공모주를, 대출형은 이자를 지급합니다. 스타트업 기업 입장에선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해서 좋고, 후원자들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제품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즉, 이론상으론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현실이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이론은 이론일 뿐, 어디에나 예외는 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그 예외가 문제가 됩니다. 물건을 사고팔 때는 돈과 현물을 바로 교환하지만, 펀딩은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에나 보상이 이뤄지는 방식입니다. 충실하게 일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면 다행이지만, 잠적한다든가 결과물이 수준 이하인 상황이 충분히 벌어질 수도 있는 거죠. 투자 혹은 기부 개념이라서 소비자보호법에 보호받지 못한다는 맹점도 존재하고요. 악의를 품고 이용한다면 빈틈이 많은 시스템입니다.
여러 문제가 산재했음에도 불구하고, 크라우드 펀딩에 관심을 두는 데에는 좋은 선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키보드 제조사인 Keychron(이하, 키크론)이 바로 그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첫 등장 당시, macOS 사용자 입장에서 기계식 키보드로는 유일한 선택지였고, 전 제품이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등 기존 틀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제조사입니다. 또한, 대중적이지 않은 배열에 관심을 두는 점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K1으로 시작에서 K8에 이르렀으니, 크라우드 펀딩의 좋은 예시로 손색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시장에 비주류 성향 소비자를 바라보는 제조사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키크론을 항상 예의 주시하고 있는데요. 그들이 가장 최근에 선보인 신제품, K8을 소개해드릴 수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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