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zer Viper 8KHz

폴링레이트 8,000Hz를 과연 체감할 수 있을까?

QM깜냥
69 3230 2021.02.18 18:54





숫자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숫자를 가지고 있다. 숫자가 없으면 무엇 하나 이해하거나 생각할 수 없다.'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 피타고라스학파Pythagoreans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필롤라오스Philolaos가 한 말이라고 합니다. 정말 그런가? 이 문장을 본 순간 한참 동안 사색에 빠졌습니다. 사고思考를 하는 시기부터 배우는 문자가 숫자라서 짐작조차 하지 못하겠더군요. 여기에서 문자라고 표현한 이유가 있습니다. 숫자는 수(number)를 표기하는 기호입니다. 수는 양을 기술하기 위해 사용하는 추상적 개념이죠. 즉, 숫자는 영어를 표기하는 알파벳과 같은 존재입니다. 추상적 개념을 구체화하는 도구인 셈입니다. 예를 들면, 컴퓨터 한 대, 사람 한 명, 귤 하나는 같지 않지만, 양이라는 공통 개념을 1로 표기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1이 컴퓨터, 사람, 귤을 가리키는 건 아닙니다.

 숫자는 사람을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만듭니다. 어떤 이에게는 '멋있다'보다 '잘생겼다'가 상위 개념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이는 정반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숫자는 명확합니다. 2보다 1이 작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A보다 B가 좋습니다. B 성능이 A보다 1.5배 좋습니다. 어떤 표현이 더 와닿습니까? 많은 분이 후자를 선택할 겁니다. 숫자는 구체적 사실을 전달할 때 좋습니다. 논리를 이어갈 때, 구체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면 더더욱 힘을 얻습니다. 상대방을 설득할 확률도 높아지겠죠. 물론, 터무니없는 수치를 들이민다면 반작용으로 인해 신뢰도는 곤두박질치고 맙니다. 그래서 숫자는 언제나 정확하고,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숫자에 관한 이야기를 푼 이유는 이번 글에서 다룰 마우스 제품명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Razer 답지 않게 숫자에 방점을 찍은 제품, Viper(이하, 바이퍼) 8KHz를 소개해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바이퍼는 언제나 새로운 세대를 알리는 변곡점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자사 마우스 라인업뿐만 아니라 시장 트렌드를 꾹꾹 눌러 담은 제품이라서 더더욱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하는데요. Razer는 이 마우스를 리뉴얼하여, 또 다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시 한번 숫자 경쟁이 치열해질 듯한 예감이 드는군요. 대다수가 1,000Hz면 충분하다고 여기는 폴링레이트를 8,000Hz까지 끌어올린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 걸까요? DPI처럼 허상에 가까운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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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zer를 상징하는 형광 녹색이 우릴 반깁니다. 오른쪽 옆면은 로고가 있으며, 왼쪽 옆면은 주요 특징 세 가지를 보기 좋게 나열했습니다. HyperPolling True 8,000Hz 기술과, FOCUS+ 20K DPI 광학 센서, 2세대 Razer 옵티컬 스위치를 주무기로 내세우고 있군요. 

 이 제품 상자도 DeathAdder V2 Pro 처럼 꽃이 활짝 피듯이 열립니다. #GoGreenwithRazer라는 캠페인을 진행하는데, 그 일환으로 마련한 장치입니다. 코팅하지 않은 내부 상자 옆면에서 FSC 인증 로고를 볼 수 있습니다. FSC는 The Forest Stewardship Council의 약자로 비영리, 비정부 조직인 산림 관리 협의회입니다. 이 제품에 있는 로고는 FSC Mix인데, FSC 인증과 통제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관리된 원료를 소재로 활용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구매자에게 당장 이득 되는 건 없습니다만, 후세대를 위한 작은 배려인 만큼 긍정적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구성품은 구매를 환영하는 메시지와 관련 문서, 스티커, 마우스 파우치, 바이퍼 8KHz입니다. 흠집 방지 용도로 불투명 비닐 대신 여러 용도로 활용 가능한 파우치를 제공한다는 점은 반길 만합니다. 실용성뿐만 아니라 환경까지도 고려한 변경 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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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칭형으로 설계했다고 해서 그 제품이 양손 모두 사용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옆면 버튼 유무를 잘 확인해야 하죠. 물론, 메인 버튼만 활용한다고 가정한다면 왼손잡이도 사용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반쪽짜리일 뿐입니다. 바이퍼는 미니 버전을 제외하면 버튼까지 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왼손잡이도 왼쪽 버튼을 비활성화한 뒤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바이퍼 8KHz는 진정한 양손 대응 마우스입니다. 


 상판은 플라스틱 표면을 오돌토돌하게 마감하여 질감이 고급스러울뿐더러 손에 닿는 촉감도 좋습니다. 저는 Ultimate 버전을 꽤 오랜 기간 사용했는데요. 마찰이 심한 버튼 부는 사용 기간이 길어지면 마모로 인해 반들반들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느낌이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방지하고 싶다면 별도 판매 중인 마우스 그립 테이프를 부착하는 방법을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구성은 물론이고, 외관을 크게 해치지 않으며 그립감도 좋아집니다. 옆면은 그립감을 고려하여 고무 재질로 마감했습니다. 이전 세대 제품들처럼 접착제로 부착하는 방식이 아니라서 내구성이 좋습니다.


 바닥에는 DPI 변경 버튼이 있으며, 위에 있는 LED 인디케이터 색상을 통해 설정된 프리셋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DPI를 자주 변경하는 분이라면 다소 불편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잘못 누르는 현상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선호하는 분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에 해당합니다. 케이블은 Speedflex라고 칭하는데, 흔히 쓰이는 파라코드 케이블보다는 촘촘하고 뻣뻣한 편입니다. 그래도 PVC 케이블보다 가볍고, 파라코드 케이블보다는 내구성이 좋아서 적절한 타협안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손 크기가 비슷하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모양이나 마우스를 쥐는 습관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전달하는 내용이 절대적이진 않습니다. 저는 위와 같은 손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주로 클로 그립을 활용해서 마우스를 쥐는 편입니다. 물론, 마우스 모양과 무게에 따라 쥐는 방법이 달라집니다.


 대칭형 마우스는 기본적으로 팜 그립보다는 클로 그립과 핑거 그립에 적합합니다. 바이퍼 시리즈 역시 클로 그립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손이 작은 분이라면 팜 그립도 가능합니다. 저는 클로 그립으로 쥐었을 때 가장 편했으며, 버튼을 누를 때 중앙이 아닌 앞쪽을 눌렀을 때 클릭감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앞쪽을 누르기 위해선 손이 마우스에 걸쳐있는 형태가 아니라 감싸 쥐는 형태가 되어야 합니다. 





 무게는 약 71g 정도로, 하우징 상하판에 구멍을 뚫어 무게를 극단적으로 낮춘 제품보다는 무거운 편입니다. 하지만 저는 구멍이 없고, 60~70g 언저리를 유지하는 제품을 더 좋아합니다. 바이퍼 8KHz는 가볍지만 부피감이 어느 정도 있어서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외형 단락에서 잠깐 언급한 상판 하우징 표면 처리 방식과 옆면 고무 그립덕분에 오랜 시간 마우스를 쥐고 있더라도 쾌적합니다. 글을 작성하면서 다시 한번 쥐어봐도 설계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제 취향에 맞아서 평가가 후한 면도 있겠지만, 제품을 이루고 있는 요소 하나하나가 깨알 같습니다. 







 점점 화려해지는 키보드와는 달리 마우스는 심플해지는 추세입니다. 가장 중요한 트렌드 두 개가 간결한 설계를 강제하기 때문인데요. 경량화를 위해선 뭐라도 덜어내야 하고, 배터리를 활용하는 무선 제품은 조명을 줄이면 줄일수록 사용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부품을 활용해서 화려함을 뽐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덜어내는 과정에서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고 생각하는데요. Razer는 LED 모듈 하나로, 엄청난 광량과 또렷한 색감을 구현해냈습니다.






 분해가 어렵지는 않지만, 조심해야 할 부분 몇 가지 있습니다. 테플론 피트를 모두 떼어내고 나사를 제거하면 분해가 가능합니다. 다만, 테플론 피트를 떼어낼 때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테플론과 접착부가 잘 갈라지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하우징이 강하게 맞물려 있어서, 어느 정도 힘을 줘야 상판을 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우징을 얇게 설계한 제품이라서 과도한 힘을 가하면 하우징 내부가 파손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분해는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한 번 떼어낸 테플론 피트는 처음 상태와 같게 부착할 수 없습니다.




기타 스위치



 휠 버튼만 Micro-tact 스위치를 활용했으며, 나머지는 마우스에 흔히 활용하는 스위치 형태를 따르고 있습니다. 옆면 버튼이 대칭을 이루고 있어서 상판 하우징에 고정하는 기판에만 스위치 4개를 배치했습니다. 클릭 압력이 높은 만큼 구분감도 좋습니다. 자주 클릭하는 스위치라면 단점이 될 만한 요소인데, 옆면 버튼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옆면 버튼은 클릭 압력이 너무 낮으면 잘못 누를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2ND-GEN RAZER™ OPTICAL MOUSE SWI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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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zer는 더블 클릭이나 클릭 풀림 현상 등 접점부로 인한 스위치 고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스위치를 설계했습니다. 한동안 커스터마이징한 OMRON 스위치를 활용하기도 했지만, 제품 편차로 인해 오랜 기간 오명을 쌓아 올린 부정적 요소였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옵티컬 방식을 마우스 스위치에 적용했습니다.


 



 ▲ 자료 출처: Razer 공식 사이트 광학 스위치 설명 페이지


 이론상 결점이 없지만, 결과물은 이야기가 조금 달랐습니다. 초기 Razer 옵티컬 스위치는 사용 시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유격이 느껴진다는 소비자 평가가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는 제품도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지만, 유격이 존재했고요. 비판을 의식했는지 Razer는 DeathAdder V2 Mini부터 조금 달라진 옵티컬 스위치를 탑재했습니다. 보증 수명이 늘어났고, 하우징 색상도 달라졌습니다. Mini 버전에는 세대를 구분하지 않았지만, DeathAdder V2 Pro부터는 상자에 명확하게 '2ND GENERATION'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사용 기간을 조금 더 가져봐야 확실해지겠지만, 일단은 증상이 완화됐다는 게 중론입니다. 바이퍼 8KHz 마우스에도 2세대 옵티컬 스위치를 탑재했습니다.





▲ 자료 출처: Razer 공식 유튜브



 

▲ 자료 출처: Razer 공식 사이트 광학 스위치 설명 페이지


 옵티컬 스위치는 내구성뿐만 아니라 성능면에서도 이점이 있습니다. 위에 첨부한 영상을 참고하시면 긴 자를 튕겨 바운싱 현상이 미치는 영향BOUNCING EFFECT과 디바운스DEBOUNCE에 대해 설명하는데요. 적외선 신호를 통해 입력을 감지하는 광 스위치는 이 부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즉, 오입력이나 입력 딜레이 등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점을 종합했을 때 Razer 광 스위치는 이론적으로 진일보한 방식임은 분명합니다.




칩세트



 자사 다른 유선 마우스와는 다르게 NXP Semiconductors가 제조한 LPC5528[데이터시트] 칩세트를 탑재했습니다. 이 칩세트는 ARM Cortex-M33 core를 기반으로 설계한 암호화/암호 해독, 고속 및 최대 속도 USB 호스트 및 장치 인터페이스입니다.


 센서는 PAW3399를 탑재했습니다. Razer 마우스 중 최고 사양을 자랑하는 마우스에 활용하는 센서로, 수차례 테스트를 진행해봤는데요. 매번 좋은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물론, 같은 센서라고 할지라도 오차율은 천차만별입니다. 움직임 특성이 달라질 때도 있죠. 하우징에 탑재한 상태로 어떻게 세팅하느냐가 최종 결과를 좌우합니다. 그렇다면 바이퍼 8KHz에서는 어떤 결과를 보여줄까요? PAW3390을 사용한 초기 바이퍼와 비교해봐도 재미있습니다.




Razer HyperPolling Technology


▲ 자료 출처: Razer 공식 유튜브


 2세대 옵티컬 스위치로 클릭 오류와 지연을 해결한 Razer는 다음 목표를 응답 성능으로 정했습니다. Razer는 이 기술을 HyperPolling으로 명명했는데요. 업계 표준인 1,000Hz 폴링레이트를 8,000Hz로 끌어올렸습니다. 폴링레이트란 초당 전송하는 데이터 수를 말합니다. 1,000Hz는 1초에 데이터 천 개를 전송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이때 반응속도는 1/1000이며, 1ms로 표기합니다. 8,000Hz는 이보다 8배 많은 데이터를 같은 시간에 전송합니다. 반응속도는 1/8000, 즉 0.125ms가 되는 거죠. 과연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수준인 걸까요? 처음에는 마케팅을 위해 수치를 끌어올린 DPI와 크게 다를 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Razer 역시 DPI가 게이머에게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있습니다. HyperPolling 기술 설명 페이지에는 DPI가 정말 중요했다면, 모든 게이머들이 가장 높은 DPI를 사용했을 거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실제로 게이머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DPI 범위는 400에서 2,000 사이입니다. 물론, 모니터 해상도가 높아지면서 DPI도 점점 높아질 필요가 있습니다만, 12,000~20,000이 오버 스펙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높은 DPI를 부정한 Razer는 HyperPolling 기술만큼은 게이머들에게 분명한 이점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서 검증한 바가 있다고 하는군요.



▲ 자료 출처: Razer 공식 사이트 HyperPolling 설명 페이지


 8,000Hz 폴링레이트는 현재 위치 데이터를 디스플레이의 빠른 재생률에 맞춰 더 많이 전송할 수 있어서 고주사율 모니터를 사용할 때에 더 빛을 발합니다. 낮은 폴링레이트는 일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미세한 끊김 현상인 Micro stutters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300Hz 주사율 모니터로 테스트를 진행해봤는데요. 바탕화면에서 마우스 포인터로 원을 그렸을 때, Razer가 주장한 대로 미세 끊김 현상에서 다른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8,000Hz는 마우스 포인터가 굉장히 촘촘하게 이어졌지만, 그 이하 값에서는 끊어지는 부분이 눈에 띄더군요. 이는 저뿐만 아니라 다른 QM들도 체감한 영역으로,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 자료 출처: Razer 공식 사이트 HyperPolling 설명 페이지


 무조건 많은 신호를 전송하는 게 좋은가? 물론입니다. 그 이유는 위 이미지를 통해 조금 더 구체화할 수 있는데요. 모니터 프레임이 렌더링 되는 시작점과 마우스가 신호를 보내는 타이밍이 엇갈리게 되면, 위에서 언급한 미세 끊김 현상이 발생합니다. 8,000Hz는 신호를 훨씬 촘촘하게 보내니, 지연 시간이 짧아지면서 훨씬 부드러워 보이는 거죠. 또한, 짧은 지연덕분에 갑작스런 움직임에도 잘 대응할 확률이 높습니다.




▲ 자료 출처: Razer 공식 사이트 HyperPolling 설명 페이지


 높은 폴링레이트 수치는 포인터 움직임에만 영향을 주는 건 아닙니다. 마우스가 전송하는 모든 신호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마우스를 클릭했을 때 전송하는 신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옵티컬 스위치로 클릭 지연 및 오류를 해결했고, HyperPolling 기술로 일관성 있는 응답을 유지합니다. 물론, 마우스 클릭을 아무리 빠르게 해봤자 1초에 8천 번을 할 수는 없습니다. 수많은 신호 사이사이에 끼어서 지연되지 않는다는 점에 의의를 둬야겠죠. 클릭 신호와 관련해선 실제 체감보다는 심리적 안정감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초당 전송하는 신호를 8배나 늘렸기 때문에 이론상 성능을 끌어올린 건 분명합니다. 실제로도 포인터 움직임에서 충분히 체감할 수 있을 만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 기술은 Razer가 기재해놨듯이 고주사율 모니터와 활용할 때 훨씬 더 쉽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125Hz와 1,000Hz만큼 차이가 심하지는 않지만, 미세 끊김 현상이 없는 걸 두 눈으로 확인했으니 그동안 주장했던 무용론을 거둬들여야 할 듯합니다. 물론, 이 차이를 게임에 집중한 상태에서 느낄 수가 있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한때는 125Hz로 게임을 즐겼고, 업계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1,000Hz 역시 굉장히 오랜 기간 사용해왔습니다.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서 기술은 정체되어 있었던 거죠. 사양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2,000Hz로 설계한 제품도 존재했지만, 구분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이는 4,000Hz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Razer는 미세하게나마 체감할 수 있는 영역인 8,000Hz까지 끌어올렸을 겁니다. 


 언제나 성능 향상으로 인한 체감보다는 역체감이 더 무서운 법입니다. 고주사율 모니터와 HyperPolling 기술에 적용하고 나면, 1,000Hz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키보드는 입력한 신호만을 전송하는 게 전부지만, 마우스는 움직이는 거리를 포인터로 그려내는 작업이 이뤄집니다. 이 작업 과정을 고려한다면, 마우스로 한정했을 때 HyperPolling은 충분히 의미 있는 기술입니다. 다만, 신호 전송량이 8배나 많아졌고, 고주사율 모니터도 문제없이 운용해야 하니 사양이 뒷받침해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엄청난 데이터 전송량을 감당해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영상에 등장한 모델은 Razer Viper 8KHz 마우스가 아닙니다. 단순히 오차율 측정 장치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방식으로 측정되었는지 보여주기 위한 영상입니다. 19년 6월을 기준으로 기어비스 테스트는 4.5cm 기준으로 테스트합니다. 기존 5cm에서 4.5cm로 바꾼 이유는 2000 DPI까지 측정하기 위함입니다. 거리를 줄이면 줄일수록 더 높은 DPI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4.5cm가 오차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타협점이기 때문입니다. DPI는 400, 800, 1200, 1600, 2000을 기준으로 측정하며, 마우스가 해당 값을 지원하지 않을 경우 유사한 값으로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테스트 장비와 마우스 센서에 따라 값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참고 용도로만 봐주시기 바랍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 테스트는 마우스 DPI 오차율(정확성)을 알아보기 위한 테스트입니다. 트래킹 범위를 넓혀서 4.5cm를 타깃으로 잡고 일정한 속도로 마우스를 움직였을 때, 얼마나 정확한 값을 도출해내는지 알아보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결과를 표기한 그래프는 절댓값이 0에 가까울수록 좋습니다. X+값은 오른쪽으로 움직였을 때, X-값은 왼쪽으로 움직였을 때를 의미하고, 결괏값이 음수라면 목표 지점에 도달하지 못함을, 양수라면 목표 지점보다 더 나아감을 의미합니다.

 자료를 제공해드리긴 했습니다만, DPI 오차율은 그리 중요한 수치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마우스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포인터 움직임에 적응하기 때문이죠. DPI를 자주 변경하는 분이 많지 않다는 걸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를 지속해서 공개하는 이유는 센서 튜닝에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저사양 센서와 고사양 센서를 구분할 때 가장 눈에 띄는 척도이기도 하고요. 고사양 센서는 모든 DPI 값에서 고른 오차율을 보입니다. 반면에 저사양 센서는 DPI마다 오차율이 달라집니다. 마우스 제조사 입장에선 고사양 센서를 튜닝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설령 튜닝하지 않더라도 기본 센서가 갖춘 오차율이 훌륭하므로 크게 문제 될 확률이 낮습니다. 이런 이유로 고사양 센서는 자잘한 부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Razer 마우스, 특히 DeathAdder V2 시리즈는 오차율 테스트에서 아주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저의 눈을 한껏 높여놓은 덕분에 어지간한 결과를 보곤 놀라지도 않게 됐는데요. Viper 시리즈는 DeathAdder V2 시리즈보다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편이라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테스트를 하면서 머릿속에 느낌표가 그려졌습니다. 400 DPI 값도 엄청나게 좋은 결과인데, 수치를 높이면 높일수록 더더욱 정확해지더군요. 특히, 1600 DPI와 2000 DPI는 테스트 중 오차율 0%를 수회 도출해낼 정도로 결과가 좋았습니다. 모든 폴링레이트에서 오차 범위 내로 비슷한 결과를 도출했기 때문에, HyperPolling 기술 덕분은 아닙니다.  그저 센서 튜닝을 기가 막히게 한 제품입니다. Razer가 저를 또 한 번 놀라게 하는군요.






 Synapse를 설명하면서 개과천선이라는 사자성어를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Razer가 내놓은 소프트웨어는 한때 사용자들을 고통스럽게 만들었습니다. 훌륭한 하드웨어를 뒷받침하기는커녕 이미지를 깎아먹는 요소였는데요. Razer 역시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오랜 기간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현시점에는 다른 게이밍 기어 제조사 소프트웨어와 비교했을 때 우위를 보이는 부분이 많습니다. 소프트웨어는 한결 가벼워졌고, UI는 직관적입니다. 설정할 수 있는 항목 역시 부족함이 없습니다. 

 바이퍼 8KHz는 다른 제품에선 볼 수 없던 기능을 제공합니다.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를 선택할 수 있는 메뉴인데요. 하드웨어가 가진 특징을 소프트웨어가 잘 살린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명 탭에서는 밝기를 조절할 수 있으며, 특정 상황에 꺼지도록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효과는 리액티브(마우스 움직임에 반응), 브리딩(숨 쉬는 듯 조명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 스태틱(고정), 스펙트럼 사이클링(색상 전환), 오디오 미터(PC에서 발생하는 소리에 반응)가 준비되어 있으며, Chroma 조명 기능을 지원하는 다른 기기와 연동이 가능합니다. 

 Razer는 다소 제한적이기는 하나, 저사양 센서를 탑재한 제품도 표면 보정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바이퍼 8KHz는 고사양 센서인 PAW3399를 장착한 덕분에 모든 기능을 제공합니다. Razer가 자랑하는 스마트 트래킹 기능을 활용하면, 표면과 관계없이 일정하게 LOD(Lift Off Distance, 마우스 작동 높이)를 유지합니다. Razer 마우스 패드를 사용하고 있으시다면 프리셋을 선택해도 좋습니다. 다른 브랜드 마우스 패드라면 사용자 정의를 통해 보정할 수 있습니다.








■ 유선 마우스가 나아갈 길

 무선 성능이 유선을 따라잡으면서, 유선 마우스는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남아있는 장점이라고 한다면 충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신호 손실 및 지연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데요. 이는 케이블이 사라지면서 향상된 자유도와 편의성을 물리치기엔 역부족인 듯한 모양새입니다. 많은 분이 무선 제품만을 찾고 있기 때문이죠. 살아남기 위해선 특장점이 있어야 합니다. Razer는 그 무기가 초당 전송하는 신호라고 여긴 듯합니다. 무선 마우스가 감당하기엔 신호 전송 방식이라는 근본적 한계와 배터리 문제가 발목을 잡습니다. 당분간 유선 마우스가 보일 수 있는 특장점으로 안성맞춤인 요소입니다. 그래서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다른 제조사들 역시 이 숫자 전쟁에 뛰어들 거라고 예상합니다. 



■ 8,000Hz는 과연 실효성이 있는 걸까?

 2,000Hz 제품을 사용했을 때, 차이를 딱히 체감하지 못해서 감흥이 없었습니다. 4,000Hz와 8,000Hz 키보드 샘플을 테스트한 적도 있었지만, 역시 체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무용론자 쪽으로 스며들게 됐는데요. 돌이켜보니 테스트한 표본이 적절하지 못했습니다. 2,000Hz는 애초에 체감이 어려운 차이입니다. 2,000Hz로 출시한 많은 마우스가 그러했죠. 키보드는 스위치를 눌렀을 때 신호를 전송하는 장치라서 한계가 있고요. 반복해서 누르는 속도가 아무리 빨라봤자, 초당 천 번을 넘기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모니터 프레임 렌더링 시작점과 스위치를 누르는 타이밍이 어긋나면 느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차이보다는 스위치 슬라이더가 내려가서 만나게 되는 접점부 위치를 바꾸는 게 체감이 훨씬 쉽습니다. 즉, 키보드에서 높은 폴링레이트는 엄청난 의미를 가졌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마우스는 움직이는 거리를 계산해서 좌표를 전송합니다. 초당 전송하는 신호가 많을수록 훨씬 촘촘하게 그려낼 수 있습니다. 모니터 주사율이 낮을 때는 크게 체감할 수 없었지만, 300Hz가 넘어가니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수치부터 체감되는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2,000Hz와 4,000Hz를 오랜 시간 사용해봤는데, 8,000Hz만큼 쉽지는 않았습니다. Razer가 8,000Hz를 내세우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다만, 본문에서도 언급했듯이 게임에서 체감하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포인터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게임 화면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이 제품을 오랜 기간 사용하다가 1,000Hz 마우스를 사용하게 되면, 그때서야 체감하게 되겠죠. 또한, 게임에 따라 8,000Hz를 지원하지 않아서 오작동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어떤 게임을 즐기는지에 따라 효용가치가 달라질 겁니다.



■ 1.5세대 바이퍼?2세대 바이퍼?

 PAW3390 센서를 PAW3399 센서로 대체하면서 오차율 결과가 훨씬 좋아졌습니다. 바이퍼 8KHz는 퀘이사존에서 테스트한 오차율 결과에서 가장 좋은 수치를 보여줍니다. '더 좋아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Razer는 '그렇다.'라고 답했습니다. 실로 놀라운 순간이었습니다. 유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세대 옵티컬 스위치를 탑재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세대 스위치를 오랜 기간 사용해보지 못해서 확답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좋아졌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한 번에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Razer는 계속해서 발전해나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HyperPolling 기술까지 탑재했으니, 초기 바이퍼와 꽤 많은 부분이 달라진 셈입니다. 2세대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로 말이죠.


 이상, QM깜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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