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점은 유지한 채 작고 가벼워졌다
이전에 다뤘던 대칭형 마우스, ROG Strix Impact II Wireless는 약 94 g으로 무게감이 어느 정도 있는 제품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굉장히 만족스럽게 사용했는데요. 반투명이지만 까슬까슬하게 마감한 표면 질감과 더불어 ASUS가 자랑하는 핫스왑 기능 그리고 센서 튜닝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무게감이 아쉬웠는데, ROG Keris Wireless는 약 79 g입니다. 핫스왑을 포기하지 않았고, 심지어 버튼 커스터마이징 요소까지 추가했습니다. 배터리 용량이 500 mAh로 줄긴 했습니다만, 사용 시간이 줄어든 점보다는 손목에 부담이 덜한 점이 더 와닿습니다. 한동안 유지하던 반투명 하우징을 포기한 점도 눈에 띄는군요. 반투명 하우징은 호불호가 꽤 갈렸습니다. 반투명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LED 조명이 다소 흐릿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Keris Wireless는 밝습니다. 휠은 휘황찬란해졌고요.
작아진 크기도 주목할 만합니다. ASUS는 한동안 큰 마우스를 주력으로 생산했습니다. 가끔가다 작은 마우스를 출시하기도 했지만, 사양을 대폭 낮춘 마이너 버전이라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조금 더 과감하게 표현해서 아시아 시장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모양새였습니다. 하지만 간담회에서 아시아 시장에 대한 포부를 밝힌 바가 있었고, 그 결과물이 Keris Wireless입니다. 작은 비대칭형 마우스는 시중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습니다. 빈 곳을 잘 비집고 들어온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옆면이 다소 미끄럽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각지를 돌아다니며 의견을 수렴한 결과물이라 그런지 아시아 시장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로 똘똘 뭉친 제품입니다.
■ 조금만 더 보완한다면...
Keris Wireless는 완성도가 굉장히 높은 제품입니다. 충분히 만족하고 사용할 만합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분명 존재합니다. 첫 번째로는 옆면 그립입니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고무 재질을 활용했다거나 패턴을 추가했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이번 제품은 일체감 있는 외형을 우선시했습니다. 하지만 마우스는 손으로 쥐고 사용하는 제품입니다. 외형도 좋지만, 실용적인 면을 바라본다면 더더욱 좋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을 겁니다.
센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 PAW3335 센서를 길들인 점은 높게 살만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쌓아온 불명예스러운 이미지와 보급형이라는 체급은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PAW3370 센서가 등장하면서 더더욱 빼도 박도 못 하게 됐죠. 기왕이면 PixArt가 절치부심해서 설계한 PAW3370을 활용했다면,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 조금 더 홀가분한 마음을 가졌을 겁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굳이 두 가지 아쉬운 점을 꼽긴 했는데, 사실 사용하면서 크게 신경 쓰이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아쉬운 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와닿는 제품이었고요. ASUS가 드디어 마우스를 잘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트렌드를 따르면서 철학을 고수한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드는데요. 이렇게만 해나간다면 분명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점할 수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ROG Keris Wireless를 접하고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상, QM깜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