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C 보도에 따르면, 메모리 부족 현상이 전자제품의 생산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 대기업들은 충분한 현금 보유고와 대규모 구매력, 공급망과의 협상력을 바탕으로 이러한 부담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지만, 소규모 하드웨어 업체들에게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제품 생산 지속 여부를 좌우할 정도의 치명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8GB DRAM 한 개 가격, 35달러에서 300달러로 급등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슬로베니아 스타트업 Mono Technologies다. 2024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직원이 단 3명뿐이며, 주력 제품은 600달러에 판매되는 라우터 개발 키트다.
올해 초 Mono는 약 1,000대의 제품을 조립해 출하했다. 하지만 공동 창업자인 토마즈 자만(Tomaž Zaman)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개발 단계에서 개당 약 35달러에 구매했던 8GB 마이크론(Micron) DRAM의 가격이 현재는 300달러까지 치솟았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장기적인 원가 상승 우려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Mono는 약 1,300명의 고객으로부터 각각 100달러의 예약금을 받고 다음 생산 물량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자만은 회사가 지금 두 가지 선택지 앞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두 번째 생산 물량을 계속 진행하는 대신 제품 가격을 최소 3분의 1 이상 인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버전을 출시하면서 메모리 용량을 75%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초기 사용자(Early Adopter)와 하드웨어 마니아를 겨냥한 틈새 제품인 만큼 두 선택 모두 쉽지 않다. 가격이 900~1,000달러 수준으로 오르면 핵심 고객층의 예산을 크게 벗어나게 되고, 반대로 메모리를 대폭 줄이면 제품의 가장 큰 경쟁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가격을 올릴 수 있지만, 소기업은 버티기 어렵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가격 인상은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성격이 강하다. 이들 기업은 방대한 사용자 기반과 강력한 공급망 협상력, 충분한 현금 여력을 갖추고 있어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사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소규모 업체들은 이러한 여유가 없다. 소비자용 전자제품 제조업체는 원래 수익률이 높지 않은 데다, 소규모 하드웨어 기업은 장기 공급 계약을 미리 확보하기도 어렵고, 공급업체에 우선 공급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 동일한 메모리 물량이 AI 서버와 GPU 시스템, 대형 고객들에게 먼저 배정되면, 소규모 업체에는 가격이 더 비싸고 공급도 불안정한 현물 물량만 남는 경우가 많다.
메모리 부족의 영향은 AI 기업이나 클라우드 사업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라우터와 게임기, 태블릿, 개발 키트 등 다양한 전자제품에도 DRAM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AI 인프라 확대는 결국 원가 상승 압력을 일반 소비자와 소규모 하드웨어 제조업체까지 확산시키고 있으며, 그 결과 제품 가격 인상, 사양 축소, 납기 지연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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