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라데온은 3D 그래픽카드 업계에서 늘 2인자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1인자는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엔비디아 지포스 그래픽카드죠. 특히나 하이엔드 그래픽카드 전쟁에서는 이러한 이미지가 더 강합니다. 그러나, 선방을 넘어 뛰어났던 RX 6900 XT의 소위 '깡성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록 레이트레이싱 성능에서는 여전히 힘을 못 쓰고 있지만, 깡성능에서만큼은 RTX 3090을 충분히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최근에는 RX 7900 시리즈에 대한 루머가 점차 증가하는 모양새입니다. RDNA 3.0 아키텍처 기반 차세대 라데온 그래픽카드로 예상되고 있던 시리즈였는데요. 루머만 보아도 성능 향상이나 개선점이 작지 않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건 말 그대로 단순히 루머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실제로 우리 모두가 RX 7900 시리즈에 주목하고 있을 때, AMD는 아무도 모르게 7000 시리즈와 8000 시리즈 네이밍을 뛰어넘어 9000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오늘 퀘이사존에서 긴급 입수한 그 주인공을 공개합니다. 바로 이름부터 찬란한 라데온 RX 9800 XT GDDR7 32GB.
▲ 퀘이사존에서 긴급 입수한 라데온 RX 9800 XT GDDR7 32GB, 이제 라데온 전용 브랜드는 AMD가 아닌 ATi
외형부터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냅니다. 최근 대부분의 그래픽카드가 블랙 PCB로 생산되는 것에 반해, RX 9800 XT는 빨간색 PCB 기판을 사용합니다. 그 자체로 특별하고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빨간색 PCB는 제조 공정 과정에서 특별한 도색 공정(빨간색 도료가 없어, 16만 7천 가지의 도료를 혼합해서 만듦)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제조 단가가 엄청나게 비싸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ATi는 RX 9800 XT를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고, 결과물은 보시는 대로 엄청납니다.
▲ RX 9800 XT의 TBP는 60W에 불과하다. 보조 전원 단자는 4핀 몰렉스 단자 하나로 구성
TBP(Total Board Power)는 고작 60W에 불과하여 4핀 몰렉스 단자 하나로 충분합니다. 최근 하이엔드 그래픽카드가 300W을 넘어 높게는 400~500W 수준까지 전력을 소비하는 데, ATi는 대체 무슨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물론, TSMC 3 nm 공정의 힘도 있었겠지만, 공정빨은 한계가 있습니다. 아키텍처 효율이 밑받침되어주지 않으면, 이런 쾌거를 달성할 수 없죠.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특히나 2022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바로 에너지 절감입니다. 이러한 전성비 개선은 이제 권장이 아닌 필수입니다. 그들의 기술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 소비전력이 낮아 쿨러도 간소화되었다. 65 mm 싱글팬으로 충분
소비전력이 낮다는 건, 엄청난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소비전력이 낮으니 당연히 발열량도 낮고, 발열량이 낮으니 쿨링 설루션도 거대해질 필요가 없습니다. 라데온 RX 9800 XT는 65 mm 싱글 팬만으로 GPU를 식히는 데 충분한 퍼포먼스를 발휘합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건 히트싱크를 모두 포함해도 1 슬롯을 초과하지 않습니다. 1 슬롯 하이엔드 그래픽카드... 네, 지금으로선 RX 9800 XT가 유일합니다.
▲ 특별하게 제작된 구리 백플레이트, 컴덕후에게 말로 다 하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백플레이트 감성 또한 잊지 않았습니다. 백플레이트는 겉멋만 가득한 화려한 프린팅이 가미된 형태가 아닌, 최고의 열전도율을 자랑하는 쌩구리를 아낌없이 사용하였습니다. 쓸데없이 후면 전체를 덮는 형태는 아니고, 기능적으로 꼭 필요한 영역에만 구리 백플레이트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ATi의 선택과 집중 철학에 탄복하며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 라데온 RX 9800 XT 모델명이 각인된 식별 스티커, 엄격한 시리얼 넘버로 관리된다
골드핑거 근처에는 라데온 RX 9800 XT 모델명이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기존에 라데온 그래픽카드 중 최강 성능을 자랑하던 6900 XT는 이제 잊으셔도 좋습니다. 숫자만 보아도 3000이나 차이나니까요.
▲ 라데온 RX 9800 XT 분해샷.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레이아웃이 눈에 들어온다
PCB 레이아웃을 살펴보기 위해 분해를 해보았습니다. 간소화된 쿨러와 구리 백플레이트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특히나 구리 백플레이트 표면에 메모리 모듈과 맞닿는 부위에는 서멀패드를 잊지 않고 챙겼습니다. 단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치밀한 설계 철학을 보여줍니다. 또한, 분해에는 별나사가 필요 없으며, 십자 드라이버만으로 얼마든지 분해가 가능합니다. 즉 정비성까지 챙겼다는 것. 소비자는 라데온 RX 9800 XT가 고장나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십자 드라이버만 있다면 말이죠.
▲ TSMC 3 nm 공정으로 제작된 R360 GPU 다이 모습
서멀컴파운드를 닦아내면 R360 GPU의 쌩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 작은 다이에 3,30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실장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 800억 개의 트랜지스터 수로 세간의 놀라움을 자아냈던 호퍼(Hopper) GPU, GH100과 비교해도 무려 4배 이상 많은 트랜지스터 수입니다. TSMC 3 nm 공정 기술과 ATi 아키텍처 기술력이 빚어낸 값진 결과물입니다.
▲ RX 9800 XT의 메모리 모듈과 전원부 모습, 경탄스러운 품질을 자랑한다
전원부 컴포넌트와 메모리 모듈이 눈에 들어옵니다. GDDR7 32GB로 구성되었으며, 최신 게임은 물론 작업 영역에서도 풍족한 구성입니다. 전원부 커패시터 역시 범상치 않은데, 무려 솔리드 스테이트 커패시터를 사용했습니다. 저도 이번 RX 9800 XT를 통해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요. 견고한 재질감을 느낄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신뢰감이 생기는 품질이었습니다.
자 이제 속까지 모두 살펴보았으니, 간단하게 게임 성능도 확인해 봐야겠죠. 구동 타이틀은 둠 이터널입니다. 최고의 그래픽카드를 테스트하는 만큼, 4K 해상도와 레이트레이싱을 모두 활성화한 옵션입니다.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 둠 이터널 4K/UHD + 최악의 악몽 프리셋 + 레이트레이싱 옵션 성능 테스트 결과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사실 스펙이 아무리 좋아도 실제 성능은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그러나 RX 9800 XT는 예외였습니다. 4K 해상도에서도 300 FPS를 초과하는 성능으로 기존 세대 그래픽카드와 비교하는 것이 민망한 수준임을 증명했습니다. 특히 1% Low 영역과 평균 FPS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도 특기할 만한 사항인데요. 꾸준히 안정적인 성능을 내어준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