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현 세대 저장장치 기술을 한참 뛰어넘는 야심찬 NAND 플래시 로드맵을 공개했습니다. 향후 10년에 걸쳐 최종적으로 900~1000단 NAND 구조를 목표로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로드맵은 IEEE/JSAP VLSI 심포지엄 2026에서 발표됐으며,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대용량 저장 수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삼성이 어떻게 플래시 메모리 집적도를 계속 끌어올릴 것인지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삼성의 발표에 따르면 회사는 2029년까지 약 420단 NAND에 도달하고, 2030년에는 560단 이상으로 나아갈 계획입니다. 이는 수직 NAND 스케일링의 다음 단계를 보여줍니다. 기존 공정 미세화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수직 적층은 저장 밀도를 높이는 업계의 주된 방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30년 이후 삼성의 계획은 한층 더 공격적으로 바뀝니다. 회사는 900~1000단에 이르는 NAND 솔루션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많은 단을 단일 모놀리식 구조로 쌓아 올리는 대신, 셀 멀티 본딩(CMB, Cell Multi-Bonding) 기술을 활용할 방침입니다. 여러 NAND 구조를 하나의 패키지 안에서 결합해 훨씬 높은 실효 밀도를 달성하는 방식입니다.
삼성의 로드맵은 약 450단 NAND 구조 두 개를 짝짓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합니다. CMB 패키징을 거치면 결합된 소자는 1000단 솔루션에 가까운 밀도에 도달하면서도, 같은 높이의 단일 스택을 만들 때 따르는 제조상의 난점을 일부 피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이점 중 하나는 저장 용량 증대입니다. 삼성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래 NAND 세대가 현재 솔루션 대비 약 4배의 저장 밀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실질적으로는 폼팩터를 키우지 않고도 SSD 용량을 대폭 늘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회사는 8TB QLC 기반 M.2 SSD가 향후 최대 32TB까지 확장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밀도 향상은 소비자용 저장장치를 비롯해 엔터프라이즈 시스템, 클라우드 인프라, 인공지능 배치 등 폭넓은 시장에 도움이 됩니다. 저장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고밀도 NAND는 물리적 크기와 전력 소비를 통제하면서 성능과 용량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핵심 기술로 남아 있습니다.
다만 삼성은 풀어야 할 중요한 엔지니어링 과제가 여럿 있다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NAND 구조가 높아질수록 웨이퍼 휨(warpage) 현상이 점점 심각해져 수율과 제조 일관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회사는 이 문제를 향후 스케일링의 주요 걸림돌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단 정렬(layer alignment)도 또 다른 큰 과제입니다. 수백 개의 층을 수직으로 쌓으려면 제조 전 과정에서 극도로 정밀한 오버레이 제어가 필요합니다. 작은 정렬 오차도 소자 신뢰성과 수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은 웨이퍼 변형을 제어하는 어퍼 척 디자인(Upper Chuck Design)을 도입하고, 층간 정렬 정확도를 높이는 오버레이 보정(Overlay Correction) 기술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이들 기술을 적용한 상용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아직 수년이 남았지만, 삼성의 로드맵은 NAND 스케일링에 여전히 상당한 성장 여력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성공한다면 삼성의 미래 아키텍처는 익숙한 물리적 규격을 유지하면서도 오늘날 주류 제품을 훨씬 뛰어넘는 SSD 용량을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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