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이제 애플이 자사의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공급망을 희생시키는 전략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마이크론의 최고사업책임자(CBO) 수밋 사다나(Sumit Sadana)의 발언이다. 그는 현재 메모리 업계가 겪고 있는 만성적인 생산능력 부족의 원인 중 하나로 애플의 가격 정책을 지목했다.
사다나는 애플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가격 협상에서 매우 공격적인 일부 고객"에게 해당 전략은 "건설적이지 않다"는 점을 이미 수년 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몇 년 전 메모리 업황이 침체기에 접어들었을 당시 일부 고객(애플)이 이를 이용해 "최저가 수준의 가격"으로 메모리를 구매했고, 그 결과 마이크론의 매출 총이익률이 한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사다나는 이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매우 낮은 가격과 극도로 부진한 수익성 때문에 2023년에는 업계의 투자 상당수가 중단됐습니다."
즉, 마이크론은 애플이 수년간 강도 높은 가격 인하를 요구해온 것이 메모리 업계의 투자 위축을 초래했고, 결국 현재의 생산능력 부족 사태의 씨앗이 됐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실제로 앞서 살펴본 것처럼 애플은 지난 10여 년 동안 공급망 업체들에는 지속적으로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한편, 자사 제품 가격은 꾸준히 인상하는 공격적인 전략을 펼쳐왔다. 이를 통해 높은 수익성을 유지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이폰이다. 애플의 최상위 아이폰 가격은 2016년 아이폰 7 플러스(iPhone 7 Plus)의 749달러에서 2025년 아이폰 17 프로 맥스(iPhone 17 Pro Max)의 1,199달러로 약 60%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약 37%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렇다고 해서 애플의 수익성이 크게 훼손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JP모건(JP Morgan)은 최근 애플의 매출총이익률이 2027년에도 약 45%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마이크론 역시 모든 책임을 애플에 돌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마이크론은 최근 분기 85%에 달하는 사상 최고 수준의 매출총이익률을 기록했다. 따라서 현재의 생산능력 부족 문제를 모두 애플 탓으로 돌리기에는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현재의 메모리 공급난이 수년 전 애플의 강도 높은 가격 협상 전략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는 점만큼은 업계에서도 일정 부분 공감대를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