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변 주사율의 원리를 보면, 디스플레이 패널이 화면을 표시하는 Scan을 끝낸 후 그래픽카드가 다음 화면을 보낼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있습니다. 게임 설정보다 그래픽카드 성능이 떨어진다던가 등으로 다음 화면을 만드는 Draw가 오래 걸리면 그만큼 Scan이 끝난 후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지겠죠. 이 시간을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일정 시간 이상 오래 기다려야 하면 같은 화면을 다시 뿌려주거나 해서 화면상 각각의 점들에 다시 신호를 보내줘야 정확한 화면 내용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소 범위 제한이 따로 있는 것입니다. 패널 종류 및 세부 구현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30~48 Hz에 해당합니다. 몇몇 제품은 제한이 48 Hz보다 훨씬 높은 예도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프리싱크 기술 초기에 약점을 노출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G-SYNC는 모듈 설계 단계에서부터 최소 범위 제한을 고려하여 적절한 타이밍에 같은 화면을 다시 뿌려주는 걸 보장합니다. 그 때문에 공식 지원 목록에서도 최소 범위를 항상 1부터 표기하여 이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냅니다.
※ 최소 범위가 1이 아닌 제품은 'Compatible'이나 '호환'이란 표기가 추가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는 아래에서 설명하겠습니다. ※ 범위 표기가 (OC)로 끝나는 제품은 설정에서 별도로 오버클록을 활성화해야 해당 범위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1-120Hz(OC)로 표기하고 있는 LG 34GK950G는 기본 주사율이 100 Hz이고, 오버클록 활성화를 통해 120 Hz 고정 주사율 설정, 또는 1~120 Hz G-SYNC 설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프리싱크 초기에는 최소 범위에 대한 대처가 없다가, 나중에 라데온 드라이버 업데이트를 통해 LFC(Low Framerate Compensation, 저속 프레임 상환)란 이름으로 관련 기술을 적용합니다. VESA Adaptive Sync 역시 이 초기 프리싱크를 표준화한 것에 가깝기 때문에 LFC에 대한 보증이 없습니다. 이런 문제는 위에서 말씀드린 초기 품질 제어 문제 등과 맞물려 G-SYNC 모듈 채택 제품과 대조되어 보였고, '짭싱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AMD 측에서도 이런 파편화에 대응하기 위해 고급 사양을 보장하는 프리싱크 2(FreeSync 2) 규격을 내놓고, 이후 다시 프리싱크 프리미엄(FreeSync Premium)과 프리미엄 프로(FreeSync Premium Pro)로 재정비합니다. 공식 지원 목록에서도 프리싱크 프리미엄이나 프리미엄 프로 등급에선 LFC가 항상 '예'로 명시되어 있지만, 프리싱크 등급에는 '예'인 제품과 '아니오'인 제품이 혼재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G-SYNC Compatible(호환)이 나온 이유
대신 디스플레이 제조사 입장에서는 특정 모듈을 무조건 사용해야 하는 G-SYNC보다 알아서 지원하면 되는 프리싱크가 더 매력적입니다. 언젠가부터 프리싱크 지원 제품들이 G-SYNC 탑재 제품들 양적으로 압도하기 시작했고, NVIDIA 지포스 그래픽카드에서는 해당 제품들의 가변 주사율 지원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부각됩니다. 결국 지포스 그래픽카드에서 VESA Adaptive Sync를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는데 이를 G-SYNC Compatible입니다. 말 그대로 G-SYNC '호환'으로 치부하는 이 이름은 G-SYNC라는 이름이 가진 선점 효과와 그 가치를 포기할 수 없는 NVIDIA의 입장을 잘 보여줍니다.
이런 G-SYNC '호환' 기술은 지포스에서 VESA Adaptive Sync를 구동하는 만큼 그에 따른 제약이 있습니다. 디스플레이의 프리싱크 등급과 별개로 제한된 기능만 쓸 수 있다거나, 디스플레이포트(DP)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든가 하는 사안들입니다. 반대로 몇몇 TV 제품들은 HDMI에서만 G-SYNC 호환 기술을 쓸 수 있습니다. 특히 LFC 작동 여부에 대해서는 공식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데요. 이에 대해 레딧의 한 사용자가 정보를 모아 종합한 목록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댓글을 보면 NVIDIA 직원(pidge2k, NVIDIA Forums Representative)이 긍정적인 반응을 남겨놓기도 했습니다.
목록을 보면 제품별로 천차만별의 결과를 볼 수 있는데요, 간단히 보더라도 LFC가 Yes와 No로 나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고, Works?(실제로 잘 되는가?)는 또 Yes와 Yes*, No의 세 가지로 나누어 놨습니다. Issues와 Extra에 있는 추가 정보까지 종합해서 보면 그냥 잘 되는 경우, 되긴 되는데 특정 조건에서 화면 깜빡임 이상(flickering)이나 화면 찢김이 발생하는 경우, 되긴 되는데 재부팅할 때마다 다시 설정해줘야 하는 경우 등등 별의별 결과가 다 있네요.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NVIDIA에서는 직접 테스트를 통해 가변 주사율의 정상 작동을 확인한 제품만을 공식 목록에 올려두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해당 목록을 살펴보면 G-SYNC Compatible(호환) 제품의 LFC 작동 여부만 제외하고 필요한 정보들을 명시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인증 정보를 그래픽카드 드라이버에도 인식시켜야 하므로 특정 버전 이상의 최신 드라이버를 사용할 것을 요구합니다. 반면 G-SYNC 모듈을 사용한 소위 '찐싱크' 제품은 가변 주사율 범위가 1부터 시작하고, 드라이버 필요가 N/A(해당 없음)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이런 G-SYNC Compatible(호환)이 나온 이후 G-SYNC를 지원한다는데 공식 목록에는 없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이는 NVIDIA 공식 테스트는 받지 않았지만, 디스플레이 제조사 재량으로 알아서 G-SYNC Compatible(호환)을 지원한다는 얘기라서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제품들은 지포스 제어판에서 G-SYNC를 활성화할 때도 미인증 관련 안내를 볼 수 있습니다.(단, 인증 제품이라도 필요 드라이버 버전보다 이전 버전을 사용하면 드라이버에 해당 정보가 없기 때문에 관련 안내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G-SYNC 공식 목록을 보다 보면 눈에 띄는 부분이 더 있습니다. 바로 '가변 오버드라이브'와 HDR 지원 여부가 나누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이전 칼럼에서 오버드라이브를 설명해 드리긴 했지만, 따로 가변 오버드라이브를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전 설명에서 오버드라이브는 LCD의 컬러 응답 시간을 개선할 수 있지만, 과하게 사용하면 역잔상(overshoot으로 인한 Inverse Ghosting)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문제는 같은 오버드라이브 설정이라도 주사율이 달라지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가변 주사율을 쓰면 말 그대로 주사율이 수시로 변할 수 있죠. 이를 무시하고 고정된 오버드라이브 설정을 사용하면 주사율에 따라 잔상이 심해지거나 역잔상이 보이는 등 오버드라이브 관련 문제가 생겼다, 없어졌다 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G-SYNC 모듈에서는 오버드라이브를 동적으로 조절하는 기능이 있으며, DOTA 2 관련 기사(바로 가기)에서 이를 설명하고 자랑하는 언급에 분량을 할애하기도 합니다. "G-SYNC Variable Overdrive는 높은 가변 재생 속도 디스플레이를 위해 필요한 모션 선명도 기능입니다.(G-SYNC Variable Overdrive is a must-have motion clarity feature for high variable refresh rate displays.)" 예외적으로 ViewSonic XG321UG는 상급 G-SYNC 모듈을 탑재한 G-SYNC ULTIMATE이지만 가변 오버드라이브를 지원하지 않으며, 반대로 ASUS PG43U는 G-SYNC Compatible이지만 가변 오버드라이브를 지원합니다.
반면, 프리싱크 제품들은 동등한 수준의 오버드라이브 조절을 지원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히려 TFTCentral에서 테스트하여 2019년에 보도한 언급(바로 가기)에 따르면 반대로 작동하는 듯한 결과를 보이는 제품도 있었다고 합니다. "FreeSync 화면에서 오버드라이브 임펄스가 이상하게 반대 방향으로 제어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습니다.(On FreeSync screens we have seen many where the overdrive impulse seems to be controlled in the opposite way oddly)"
여기까지 다시 정리하면
※ VRR: 가변 주사율, 관련 기술을 통칭하는 명칭이기도 합니다. - G-SYNC: NVIDIA가 게임용으로 발표한 가변 주사율 기술, NVIDIA 전용 모듈(G-SYNC 프로세서) 사용, 소위 '찐싱크'
- NVIDIA 전용 모듈을 통한 최적화로 사실상 최소 범위 제한이 없고(공식 범위를 1프레임부터 표기), 가변 오버드라이브로 주사율이 바뀌어도 적절한 잔상 억제를 지원(예외 1 제품 제외)합니다.
→ G-SYNC 호환(Compatible): 지포스 그래픽카드에서 VESA Adaptive Sync 호환을 제공하는 기능으로, 전용 모듈이 없어 최소 지원 범위 제한을 표기하며, 가변 오버드라이브를 보증하지 않습니다.
- 프리싱크 = VESA 적응형 동기화(Adaptive Sync): AMD가 자사 가변 주사율 기술을 게임용으로 정비하여 공개한 기술, VESA 표준으로도 채택됩니다. 이후 최소 범위 제한 문제에 대응하는 LFC를 업데이트로 추가합니다만, 지원하는 디스플레이와 아닌 제품으로 파편화됩니다. 그 외에도 제품별로 가변 주사율 지원 범위 차이가 심한 편입니다.
- 프리싱크 프리미엄(FreeSync Premium): 파편화 문제에 대응하고 프리싱크 고급 기능을 보장하는 제품을 알리기 위해 정비한 상위 등급으로, LFC와 120 Hz 이상의 최대 범위 지원을 보증합니다.
HDR 지원 여부도 나누어지게 됩니다
그럼, 위에서 가변 오버드라이브를 설명할 때 잠깐 같이 언급한 HDR 지원 여부가 남았습니다. 각 지원 목록을 보면 G-SYNC ULTIMATE과 '프리싱크 프리미엄 프로(FreeSync Premium Pro)' 등급만이 HDR 지원을 보장하고, 그 아래 등급은 '예'와 '아니오'가 혼재되어 있습니다. '아니오'로 표기한 제품 상당수는 HDR 지원 자체가 없어서 그렇습니다만, HDR 지원이 있는 제품도 있습니다. 결국, 프리싱크나 HDR을 따로 쓰는 데 대해서는 지원을 하지만, 둘을 동시에 사용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아니오'로 표기한 셈입니다. 이는 HDR 디스플레이와 가변 주사율이 별도로 발전한 기술이기 때문에 둘을 동시에 사용할 때의 입력 처리 지연 시간(인풋랙)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모니터는 HDR 지원 수준이 천차만별이라 저가형 제품은 말로만 지원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등 품질 제어 측면에서도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비디오 전자공학 표준위원회(VESA)도 VESA DisplayHDR 인증 규격을 만들었습니다. HDR 400이나 600, 1400 등의 인증을 받았다는 얘기가 이 VESA DisplayHDR 인증 규격을 말합니다.
※ 단, HDR 2000은 VESA와 별개의 독일 인증 기관 VDE(Verband Deutscher Elektrotechniker)의 규격입니다. VideoCardz가 보도한 기사(바로 가기) 등을 보면, 해당 제품 정보가 처음 유출되었을 때 중국 웹사이트에서 으레 VESA 규격이려니 하고 VESA Certified DisplayHDR 2000 로고를 합성해 게시하여 VESA에서 관련 성명을 내는 등의 혼란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NVIDIA도 G-GYNC 지원 제품에서 HDR 지원 여부에 대해 대응할 필요를 느꼈고, G-GYNC HDR을 발표 후 G-SYNC ULTIMATE으로 정비합니다. 이 와중에 순간 최대(peak) 밝기 1000 nits(cd/m²)를 요구 조건으로 명시했다가 '사실 같은 HDR(lifelike HDR)'로 바꾸기도 합니다. 이와 별개로 VESA HDR 1000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탐스하드웨어가 지난 2월 보도한 기사(바로 가기)에서 당시의 혼란을 엿볼 수 있습니다.
AMD는 앞서 말한 LFC 관련 파편화 문제를 정리할 겸 '프리싱크 2(FreeSync 2)'를 발표한 후 '프리싱크 2 HDR(FreeSync 2 HDR)'로 이름을 바꿨다가, 다시 '프리싱크 프리미엄 프로(FreeSync Premium Pro)'로 재정비합니다. 2020년 AMD 공식 발표 자료(바로 가기)를 보면 "이전에 FreeSync 2 HDR로 알려진 FreeSync Premium Pro 계층은(The FreeSync Premium Pro tier, previously known as FreeSync 2 HDR)"이라는 표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와중에 HDR 품질 관련 요구 사항을 높였다는 얘기나, VESA HDR 600 규격과 관련한 혼동을 해명하는 등의 일도 있었습니다. TechPowerUp이 2018년 7월에 보도한 이름 변경 안내 기사(바로 가기)와 혼동에 대한 AMD의 해명을 보도하는 기사(바로 가기)를 보면 당시의 혼란을 엿볼 수 있습니다. HDR 600 규격 관련 혼동에 대한 해명을 요약하면, 프리싱크 2(프리싱크 2 HDR 포함)는 VESA HDR과 별개의 규격이며, 세부 요구 조건이 달라 프리싱크 2 HDR 인증을 받았는데 HDR 600이 아닌 HDR 400 인증을 표기한 제품이 있다고 해서 프리싱크 2 HDR의 인증 규격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현재 퀘이사존 디스플레이 제품 칼럼에서 가변 주사율 기술이 있을 때마다 볼 수 있는 등급표는 위와 같은 역사로 정리된 결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