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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27일, 러시아 카잔 아크 바르스 아레나에서 경기 종료를 알리는 긴 휘슬 소리가 울립니다. 모든 에너지를 뿜어내며 치열하게 경쟁한 두 국가는 본선 진출 실패라는 성적표를 들고 본국으로 돌아가야 했죠. 하지만 라커룸을 향하는 선수들은 상반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더이상 월드컵에서 뛸 수가 없습니다!" 아직도 배성재 캐스터의 격양된 목소리가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악재를 거듭하여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월드컵 일정을 치러야 했습니다. 독일과 3차전을 치를 때는 패배가 확정시 되는 분위기였고, 잘 싸우면 다행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저 역시 독일이 승리할 거로 예상했죠. 하지만 제 옆에 있던 동생은 끝까지 한국 대표팀을 열렬하게 응원했습니다. 왠지 놀리고 싶어져서, 치킨을 걸고 승리 팀 예측을 해보자고 제안했는데 응하지 않더군요. 응원은 하지만, 승리까지는 기대하지 못했던 겁니다. 경기는 그렇게 90분까지 0 대 0으로 진행됐습니다.
경기 내내 분위기가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독일은 준수한 경기력으로 한국을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최후방을 지키는 조현우 골키퍼는 믿기지 않는 선방쇼를 이어갔습니다. 이 경기로 인해 조현우 선수는 두 유 노 클럽1)에 이름을 올리게 됐죠. 승리가 간절했던 독일은 수비보다는 공격에 집중했는데, 뒷문이 느슨해진 독일 골 망을 김영권 선수가 흔들었습니다. 심판은 오프사이드 판정을 했지만, VAR 판독 끝에 골로 인정됐습니다. 93분에 터진 이 골로 인해 독일은 마음이 급해졌을 겁니다. 노이어 골키퍼가 중앙선을 넘어 한국 대표팀 진영에서 서성이는 모습이 이를 방증합니다. 완전히 비어버린 골문, 수비 진영에서 주세종 선수가 길게 쏘아 올린 공을 손흥민 선수가 죽을힘을 다해 따라갑니다. 저는 이때 온몸에 전율이 흘렀고 마치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공이 손흥민 선수 발에 닿는 순간 스코어보드에 있던 숫자 1은 2로 바뀌게 됩니다. 완전히 포기했던 순간 얻은 승리라서 그런 걸까요?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대표팀이 거둔 승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입니다. 2002년 월드컵을 포함하더라도 말이죠.
1) 올림픽이나 해외 경기에서 국가 위상을 드높인 선수 명단, 누리꾼 버전 명예의 전당
예상했던 결과는 강렬한 인상을 심지 못합니다. 패배를 예상했지만 승리했을 때 느끼는 기쁨. 승리를 예상했지만 패배했을 때 밀려오는 엄청난 좌절감. 머릿속에 오래 남는 사건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입니다. 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제품을 족족 만져볼 수 있는 직업을 가지게 되면서 감흥이 다소 떨어진 건 사실입니다. 더 나아가 비슷비슷한 제품을 마주하다 보면 피로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눈을 크게 뜨는 순간이 있습니다. 굉장히 신기한 기능을 추가한 제품, 말도 안 되는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제품, 기업 철학이 한껏 녹아있는 제품 그리고 동가격 제품보다 잘 만들어진 제품을 보면 희미해지던 열정이 되살아나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게이밍 헤드셋이 그러합니다. 헤드셋 자체는 굉장히 평이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이를 만들어낸 기업과 시장 상황을 모두 고려한다면 충분히 놀랄 만한 제품입니다.
▲ 사진을 누르면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TUF는 본래 밀리터리 콘셉트로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였지만, 현재는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ASUS는 TUF Gaming을 보급형 브랜드로 활용하기로 마음을 굳힌 듯합니다. 게이밍 기어로 한정한다면 화려함과 부가 기능을 덜어내고 기본기를 충실하게 챙기는 모습인데요.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ASUS는 고급화 전략에 집중했으며 브랜드 이미지를 훌륭하게 형성해냈습니다. 마니아를 충분히 확보했으니, 이제는 시장 점유율에 신경 쓸 차례입니다. 즉, TUF Gaming은 마니아보다는 대중이 타깃인 브랜드입니다.
회색과 검은색 위주로 꾸민 상자는 두께가 두꺼워서 튼튼한 편에 속합니다. 상자 앞면에서는 TeamSpeak, Discord 등 인증과 플레이스테이션 4를 지원한다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뒷면은 제품 특징을 간결하게 설명해뒀습니다. 포장은 간결합니다. 투명색 플라스틱 구조물을 통해 제품을 고정했는데, 완전히 감싸는 형태는 아닙니다. 제품이 흔들릴 여지가 있는데, 그래서인지 트위스트 타이를 통해 고정했습니다. 고급스러운 느낌은 없지만, 실용적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구성품은 헤드셋과 USB Type-C 무선 신호 송수신기dongle, Type-C to A 어댑터, 충전 케이블, 관련 문서입니다.
이 제품은 플라스틱 비중이 높습니다. 보급형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본래 헤드셋은 무게가 꽤 중요한 요소라서 고급형 제품도 플라스틱을 활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한된 상황 속에서 외관을 얼마나 잘 꾸미느냐는 제조사 재량입니다. ASUS는 TUF Gaming H3 무선 헤드셋 이어 컵에 헤어라인을 추가하여 금속 느낌이 나도록 꾸몄습니다. 헤드 밴드는 내구성을 위해 스테인리스 스틸을 활용했으며, 은색이라서 검은색과 잘 어울립니다. 마이크는 분리되지 않습니다. 사용하지 않을 때 이어 컵 안으로 밀어 넣거나 분리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 부분은 조금 아쉽습니다. 물론, 아주 잘 구부러지고 고정도 잘 돼서 기능적인 면에선 부족함이 없습니다.
각종 포트와 버튼은 왼쪽에 있습니다. Type-C 포트는 충전 케이블을 연결하는 용도입니다. 그 옆으로 헤드셋 상태를 알리는 LED 인디케이터가 있으며, 음량 조절 조그 다이얼이 따라옵니다. 무한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 원래 형태로 돌아가는 다이얼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누르면 음소거 상태를 전환합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 음소거 스위치가 있는데, 상태에 따라 버튼이 들어가거나 튀어나와서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이어 컵에는 저음양 확보를 위한 에어 덕트가 있습니다. USB 충전 케이블을 연결하면 위 사진과 같은 형태가 되는데요. 단자가 완벽하게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충격이 가해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자가 이어 컵 안으로 들어가는 형태였다면 참 좋았겠지만, 고가 제품에서도 보기 힘든 설계라서 단점으로 분류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면이 있습니다.
Type-C 방식 동글은 얇아서 스마트폰에 연결하더라도 이질감이 크지 않습니다. 단자는 정중앙이 아닌 왼쪽으로 치우쳐있습니다. 처음에는 대칭을 이루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졌는데, 막상 스마트폰에 연결해보니 나름 장점이 있더군요.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손가락을 거치하는 게 훨씬 편했습니다. 반대로 왼손잡이는 스마트폰 길이가 길어지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불편할 수 있겠습니다.
Type-C 포트가 없는 노트북이나 PC 케이스, 마더보드를 사용 중인 분이라면 구성품으로 제공하는 어댑터를 활용하시어 Type-A 포트에 연결하면 됩니다.
이어 패드는 세로 직경 6 cm, 가로 직경 4.5 cm 정도로 귀를 완전히 덮어버리는 크기입니다. 물론, 귀가 큰 분이라면 쏙 들어가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메모리폼 밀도는 높지 않아서 딱딱함보다는 푹신함이 와닿습니다. 헤드 밴드도 푹신하긴 합니다만, 면적이 넓다는 게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머리와 닿는 면적이 넓어진다는 건 무게 분산 측면에서 이점이 있지만, 머리 모 양에 따라 정수리 압박을 느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길이 조절 슬라이드는 약 5 cm 정도를 늘릴 수 있습니다. 양쪽을 합치면 10 cm에 달하는데요. 변화 폭이 큰 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머리 크기로 인한 제약은 없을 거로 예상합니다. 다만, 스위블 기능처럼 이어 컵 각도가 조절되지 않는다는 점이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얼굴형에 헤드셋이 잘 맞는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개선 여지가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저는 오랜 시간 착용하더라도 사소한 불편함마저도 느껴지지 않아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무게는 약 316 g으로 측정됐습니다. 300 g을 넘어간다는 점이 압박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무선 방식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무게 중심이 이어 컵에 있지도 않아서 실제로 착용했을 때 무겁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장력도 적절해서 압박감이 크지 않으면서도 이어 컵이 들뜨지 않아 만족스러웠습니다. 장시간 착용 시에는 앞서 언급했던 정수리 압박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는데요. 주기적으로 쉬는 시간을 갖는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일반적인 헤드폰, 헤드셋처럼 이어 패드 분리가 쉽습니다. 이어 패드를 벗겨내면 나사가 보이는데, 이것만 제거하면 손쉽게 분리됩니다. 드라이버를 구조물로 감싸는 형태가 아니라서, 안쪽 모양이 살짝 달라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좌우 밸런스가 미묘하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측정치 그래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4.2 V, 900 mAh 용량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ASUS가 기재한 사용 시간은 최대 15시간입니다. 그런데 제가 테스트한 환경에서는 15시간이 넘어가더라도 작동을 하더군요. 이는 주변 신호 간섭 정도, 사용한 음량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요. 저처럼 더 길게 사용할 수도 있고, 반대로 더 짧게 사용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사운드 칩은 게이밍 제조사들이 대부분 활용하는 AVNERA AV6202 칩세트를 활용했습니다.
본 테스트에 사용한 제품 측정값은 제품 전체 특성을 대표하지 않습니다.
측정 도구, 샘플, 주변 환경 등 여러 가지 요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참고 용도로만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헤드폰 측정은 음향기기가 모의 귀를 완벽하게 밀폐하지 못하거나 뜨는 상황이 발생하면, 밴드를 통해 인위적으로 밀착한 후 측정을 진행합니다. 여러 차례 측정하여 가장 평균적인 값을 사용하며, 직접 기기를 청감하여 그래프와 비교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헤드폰이 귀를 완벽하게 밀폐하지 못할 경우 위 그래프와 다른 성향 소리를 들으실 수도 있습니다. 소리에는 정답이 없지만, 모든 정보를 선명하게 듣고 싶은 분들은 전체 대역이 플랫flat한 특성을 보일수록 좋습니다. 퀘이사존은 리스닝 룸에서 결과를 도출한 올리브-웰티 타깃을 따르는데, 평평한 특성을 보이더라도 저음역이 다소 많다고 느끼는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모든 그래프는 1/3 스무딩을 적용한 상태입니다. 헤드셋 특성을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세밀한 부분을 들여다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방식입니다. 부족한 부분은 글로 풀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ASUS TUF Gaming H3 Wireless는 게이밍 헤드셋은 100~200 Hz 대역 양감이 살짝 부풀어 있긴 합니다만, 그 정도가 심한 편은 아닙니다. 귀가 가장 민감하다고 알려진 3 kHz를 주변으로 딥이 존재해서 소리가 살짝 풀어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보컬이 다른 소리에 묻혀서 뒤로 물러나 있는 듯한 보컬 백킹 현상이 있습니다. 물론, 이 느낌은 귀가 얼마나 민감하느냐, 그리고 평소 어떤 음향 기기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낄 가능성이 큽니다. 이후로 그래프가 치솟기 시작하여 7~8 kHz에 피크가 생겼는데요. 이로 인해 치찰음이 들릴 수 있겠습니다. 그 대신 전체적으로 소리가 시원시원하게 들리도록 만드는 요소이기도 해서 단점이라고 콕 집기가 망설여집니다. 게이밍 헤드셋, 그리고 보급형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충분히 잘한 튜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헤드셋 마이크는 구부리기 쉽고 형태가 잘 유지돼서 입 앞에 배치하기가 수월하지만, 탈부착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다소 거추장스러울 수 있습니다. 게이밍 헤드셋은 보이스 채팅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걸 고려했을 때 주변 소음과 목소리를 잘 분리할수록 기능을 잘 수행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 제품은 노이즈 캔슬링과 같은 기능은 존재하지 않지만, 음질 자체는 꽤 깔끔한 편입니다. 왜곡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고요. 단일 지향성 방식이라고는 합니다만, 감도가 좋아서 그런지 주변 소리가 여과 없이 녹음됩니다. 이게 불편하다면 소프트웨어를 통해 노이즈 게이트 값을 올리면 되는데요. 이 값을 너무 높일 경우 왜곡이 발생하고, 목소리까지 잘려나갈 수 있으므로 적절하게 타협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이즈에 취약한 무선 방식이지만,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는 점도 가산점을 줄 만한 요소입니다.
통합 관리 소프트웨어인 Armoury Crate를 통해 헤드셋 설정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3.5 mm 아날로그 방식과 비교했을 때 USB, 무선 헤드셋이 가지는 장점이기도 하죠. ASUS가 제공하는 EQ 프리셋을 활용할 수도 있으며, 본인 성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 활용할 거로 예상하는 가상 서라운드 사운드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별도 사운드 카드가 필요한 3.5 mm 아날로그 방식과는 다르게, 기기 자체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마이크 관련 기능으로는 노이즈 게이트와 완벽한 음성이라는 메뉴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기본 상태가 가장 만족스러웠는데, 주변 소리를 조금 더 제어하고 싶은 분이라면 노이즈 게이트 값을 살짝 올리시면 되겠습니다.
이어폰/헤드폰에 흔하게 쓰이는 공간감이라는 단어는 사실 정위감1)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합합니다. 정위감을 넘어서는 공간감을 느끼도록 시도한 게 바이노럴, 입체 음향 등입니다. 지금부터 강성훈 음향 공학 박사가 출판한 음향 관련 도서 내용을 인용하여 공간감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간략하게 언급해보겠습니다. 다소 따분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입체 음향을 구현하는 방법과 매우 밀접해서 최대한 간략하게 요약하겠습니다.
1) 정위감: 악기나 보컬 이미지가 정확하게 위치하고 깨끗하게 그려지는 사운드 스테이지 특성
첫 번째로 소리 크기 차이로 인한 거리(원근)감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로, 소리가 클수록 가깝게 느껴지고 작을수록 멀게 느껴집니다. 가까운 경우 저주파~고주파까지 명확하게 들리지만, 거리가 멀어질수록 고주파가 감쇠되어 버리는 특징이 있는데, 이것이 거리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두 번째로 두 귀가 떨어져 있어서 느낄 수 있는 방향(정위)감입니다. 특정 방향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귀 사이에 있는 머리가 장애물 역할을 하게 되어 시간차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단서가 되어 방향감을 자각합니다. 다만, 주파수 파형이 장애물 역할을 하는 머리보다 큰 경우 단서를 알아채기 힘들게 되어, 마찬가지로 저음보다는 고음이 공간감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간접음으로 인해 느껴지는 확산감입니다. 굽은 길이나 온갖 구조물 등에 반사되어 전달되는 간접음은 소리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합니다. 그 대신, 공간에 대한 상상을 하도록 만들어서 공간감 자각에 도움을 줍니다.
귀만 공간감 형성에 기여하는 게 아닙니다. 일정한 크기 소리라도 시각적으로 다른 물체보다 가까워 보인다면 더 크게 들리는 듯한 심리적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실험을 진행한 연구 사례가 있는데, 한 명도 빼놓지 않고 가까운 물체에서 나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입체 음향은 음원보다 게임이나 영화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다중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음원 파일을 잘 선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프라운호퍼가 제공하는 7.1 채널 식별 음성 파일(HTML5 AAC Audio Playback Tests - Multichannel 중에서 7.1채널 음원)을 활용합니다. 제조사가 제공하는 음원은 제품에 최적화해서, 실사용 성능과는 괴리감이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프라운호퍼는 집적회로 연구소로 오디오 및 미디어 기술, 영상 시스템, 에너지 관리, IC 설계 및 설계 자동화, 정보통신시스템, 측위, 의료기술, 센서 시스템, 안전 보안 기술, 공급망 관리, 비파괴 검사 등 엄청나게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개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테스트는 프라운호퍼가 제공하는 음성 파일과 Armoury Crate 소프트웨어를 활용해봤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테스트는 제품에 최적화한 음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방향감이 정확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참고할 만한 자료는 제3자가 만든 음성파일로 테스트한 결과일 텐데요. Armoury Crate로 제공하는 테스트만큼은 아니지만, 방향감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프런트Front가 살짝 뒤로 밀린 듯한 느낌이 있었는데, 적응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만한 부분입니다. 사이드Side와 구분이 확실하게 되는 편이라서 적응이 어렵진 않을 겁니다. 또한, 리어Rear는 크게 신경 쓰지 않더라도 뒤통수에서 소리가 발생한다고 착각할 만한 성능이었습니다. 다중 채널로 제작된 콘텐츠를 즐긴다면 분명 도움이 되는 기능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제품. 마지막까지 글을 쭉 읽으신 분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TUF Gaming H3 Wireless는 디자인이 아주 멋들어진 제품은 아닙니다. 그 흔한 RGB LED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또한, 마이크를 접어 올린다거나 이어 컵 안으로 밀어 넣을 수 없으며, 분리되지 않아 다소 거추장스럽습니다. 이어 컵은 스위블 기능은커녕 각도 조절이 되지 않죠.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제 기준으로 해석한 이 제품은 굉장히 합리적입니다.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분을 최대한 덜어냈으며, 기본기는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준수한 음향 튜닝과 마이크 성능, 노이즈 게이트, 가상 서라운드 채널과 같은 알짜배기 부가 기능 등 게이밍 헤드셋이 갖춰야 하는 필수 요건을 다 갖췄습니다. 심지어 무선 방식이며, 플레이스테이션 5와 완벽하게 호환됩니다.
3.5 mm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한 헤드셋 중에는 보급형임에도 불구하고 잘 만들어진 제품이 많습니다. 가격대별로 추천할 만한 목록을 정리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반면에 무선 방식은 한참을 고민해야 합니다. 저렴하면 저렴한 대로 치명적인 단점이 있고, 그나마 단점이 적은 제품으로 눈길을 돌리면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해버리기 때문입니다. 모든 제조사가 이 빈틈을 알고는 있으나, 적절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이를 ASUS가 해냈습니다. 누군가는 10만 원이 넘어간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제품만큼 균형 좋은 제품을 찾다 보면 결국 비슷한 가격대로 귀결됩니다. 즉, 굉장히 적절한 포지션에 적절한 제품을 내놨다는 겁니다.
ASUS 자체를 좋아하는 분도 있고, ROG 브랜드만을 좋아하는 분도 있으실 겁니다. ROG는 최고를 지향하는 콘셉트라서 마니아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브랜드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사치품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전자기기를 좋아하는 제 입장에서도 '조금 부담스러운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으니까요. 이는 브랜드를 총괄하는 ASUS도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보급형 제품은 ROG 제품과 비교했을 때 간극이 너무 심했고, 경쟁사 대비 무언가를 하나씩 빼놓은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이는 곧 경쟁사에게 기회가 됐죠. 하지만 ASUS가 두 손 놓고 있을 만큼 호락호락한 기업은 아닙니다. 브랜드를 재정비한 후 선보인 제품들은 과거 오명을 씻어낼 정도로 합리적이며, 때에 따라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과거 TUF Gaming을 다뤄봤던 이들이 가진 고정관념을 깨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그 시간까지 ASUS는 TUF Gaming H3 Wireless처럼 좋은 제품을 계속해서 내놔야겠죠. 다른 컴포넌트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제가 다루는 게이밍 기어만큼은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을 거로 예상합니다. 먼 한국까지 와서 수많은 의견을 청취하고 돌아가는 그들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은 듯합니다.
이상, QM깜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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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수스 TUF Gaming H3 무선 게이밍 헤드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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