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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무더운 여름이 드디어 지나간 건가 싶은 순간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가을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길거리에는 10월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얇은 패딩을 걸친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갑자기 확 낮아진 기온으로 인해, 주변에서 추위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는 분이 많아졌는데요. 그걸 듣고 있는 저는 사계절 중에서 겨울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맞장구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추운 날 이불 밖으로 머리만 내놓고 뒹굴뒹굴한다든가, 추위를 뚫고 들어간 음식점에서 따듯한 음식으로 몸을 녹이는 느낌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계절보다 모기 같은 해충이 적다는 게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하지만 저의 긍정적인 겨울 이미지와는 달리 문학에서는 겨울이 고난을 상징합니다. 추위로 인해 한껏 몸을 웅크리는 모습이나 나뭇가지가 앙상한 모습을 떠올린다면 납득할 수 있는 비유입니다. 반대로 봄은 긍정적인 상황을 암시합니다. 고난을 상징하는 겨울이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임과 동시에 꽃이 피고 활동량이 많아지는 시기라는 걸 고려한다면 봄이 제격이긴 합니다. 비염으로 인해 환절기가 참 고역이긴 하지만, 꽃이 활짝 폈다는 소식을 들으면 사진기를 들고 집을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보기만 해도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꽃을 사용해 적극적으로 마케팅하는 곳이 있습니다. 뛰어난 키감으로 기계식 키보드 사용자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바밀로인데요. 이번 칼럼에서 살펴볼 매화 컬렉션처럼 꽃을 주제로 외형을 꾸민 키보드 가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자체 설계한 바밀로 EC 스위치의 이름을 정할 때도 꽃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예시로 로즈와 데이지가 있죠. 또한, 스위치를 구분할 수 있도록 슬라이더에 꽃이 대표하는 색상을 적용한 것도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이런 바밀로에서 이번에 아이비라는 새로운 스위치를 내놓았습니다. 단어를 들으면 꽃부터 떠오르는 로즈, 데이지와 달리 아이비는 초록색 이파리가 연상되는데, 기존 스위치와는 구분되는 특징이라도 있는 걸까요? 더는 지체하지 않고 빠르게 살펴보도록 하죠.
▲ 사진을 누르면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매번 바밀로 제품을 접할 때면 패키지부터 기분이 좋아집니다. 패키지 전체를 밀봉처리했기 때문인데요. 타 컴포넌트와 마찬가지로 새제품을 구매했는데 개봉된 흔적이 있다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키보드나 마우스처럼 손이 직접 닿는 물건이라면 더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이슈를 원천적으로 예방했습니다. 전체적인 패키지 모양은 매화 컬렉션이라는 이름처럼 흰색 배경에 꽃무늬를 프린팅 하여 화사하게 마무리했습니다. 키보드에 대한 자세한 사양은 거의 생략했는데, 측면에 부착한 스티커를 통해 간단하게나마 어떤 키보드가 담겨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칼럼에 사용한 키보드는 바밀로 EC 아이비축을 탑재한 MA108M에 매화 색상을 적용했습니다.
구성품은 키보드 본체와 USB Type-A to Mini-B 케이블, 먼지 유입을 방지하기 위한 커버, 키캡 리무버, 추가 키캡 5종 그리고 사용자 설명서를 제공합니다. 키보드를 사용하면서 필요한 여러 구성품을 제공하는데요. 더 나아가 구성품을 모두 핑크색으로 통일하여 일체감을 줬습니다. 몇몇 제품은 개성 있는 색상을 사용하고도 케이블이나 기타 구성품 색상이 완전 딴판이라 괜히 아쉬움이 들곤 했는데, 바밀로는 이런 세세한 부분도 신경 썼습니다.
본래 바밀로에서 출시하는 풀 배열 키보드는 하우징에 나무 무늬 패턴을 사용합니다. 사용자마다 호불호가 강하게 작용하는 지점인데, 매화 에디션만큼은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지 않을까 감히 예상합니다. 하우징 색상이 밝은 편이라 상대적으로 눈에 잘 안 띌뿐더러 매화나무의 기둥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하우징은 밝은 핑크색을 사용했지만, 키캡은 핑크색과 함께 흰색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얼핏 봐서는 단순히 흰색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 노란 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차가운 흰색보다는 이런 따뜻한 색을 선호하기에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열은 바밀로 답게 ASNI 배열을 사용했습니다. 덕분에 다른 키캡으로 바꿔 끼우더라도 호환성 이슈에서 자유로운 편입니다. 그런데 바밀로 키캡이 워낙 품질이 좋은 편이라 바꿀 일이 있을까 싶네요.
같은 풀 배열 키보드라고 하더라도 숫자 키 패드 위에 추가 버튼이 있냐 없냐에 따라서 104키, 108키로 나뉩니다. 104키 배열을 사용하면 LED 인디케이터를 배치할 공간이 충분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조금은 허전해 보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108키는 반대로 키보드가 꽉 차 보이지만 LED 인디케이터를 놓을 자리가 없죠. 바밀로 역시 두 가지 배열을 모두 사용해왔는데 최근에는 대체로 108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앞선 장단점과 별개로 여러 멀티미디어 키를 단축키 조합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왼쪽부터 뮤직 플레이어, 메일, 계산기, 내 PC를 실행할 수 있습니다.
키캡 높이는 바밀로 프로파일을 사용했습니다. 체리 프로파일이 역방향으로 장착한 스위치와 사용했을 때 간섭이 생기는 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최대한 높이를 낮춘 프로파일입니다. 따라서 엄연히 따지면 체리 프로파일보다는 조금 높습니다. 하지만 두 프로파일 간에 차이가 워낙 적어 실사용시 체감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케이블은 탈착 할 수 있으며, 포트는 Mini-B를 사용했는데요. 여러 전자기기가 Type-C 포트로 통합되고 있는 요즘 다소 아쉬운 구성입니다.
키보드 바닥도 모두 화사한 핑크색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색깔만으로도 충분히 개성 있는 모습인데, 추가로 모델명과 시리얼 넘버 등을 기입한 부분이 일반적인 스티커가 아닌 알루미늄 스티커를 사용했습니다. 바밀로가 자사 제품을 대하는 마인드가 어떤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각도는 총 2단계로 조절할 수 있으며, 바닥과 다리 모두 미끄럼 방지 패드를 잘 부착했습니다.
무게는 1,257 g으로 측정됐습니다. 풀 배열 기계식 키보드가 1 kg 초반정도 된다는 걸 고려하면 묵직한 편입니다.
바밀로는 키보드 별로 상황에 따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추가 키캡을 제공합니다. 인디케이터를 겸용하는 LED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쉽도록 구멍을 뚫은 키캡 3종과 민무늬 스페이스바, 포인트 키캡 1종으로 구성했습니다. 키캡 별로 장착했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CapsLock 키캡부터 보겠습니다. 기본 장착된 키캡과 달리 측면에 작은 구멍을 뚫었습니다. 이 부분을 통해 LED 점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전에 투명한 플라스틱을 사용하던 방식이 더 마음에 듭니다. 이어서 스페이스 바와 포인트 키캡을 보면 키캡 교체 여부에 따라 분위기가 꽤 많이 달라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어여쁜 매화가 그려진 키캡에 행여나 때가 탈까 걱정된다면 민무늬 키캡을 사용하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또한, 예시 사진에선 포인트 키캡을 Esc에 꽂았지만, F12, Scroll Lock처럼 가장 윗 열이라면 어디든 사용해도 무관합니다.
여타 게이밍 키보드와 달리 RGB LED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화이트 단색 LED를 제공하는데요. 이마저도 키캡이 LED를 투과시키지 못해 효과가 반감됩니다.
바밀로 EC 스위치는 키압 그래프가 선형적으로 나타나는 리니어 스위치를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특성은 모두 같지만, 키압 별로 세세하게 스위치를 구분했을 뿐만 아니라 스위치 자체 품질도 매우 우수합니다. 저 역시 이전에 소개해드린 MA108M 다크 그레이 BOLD 핑크 스위치 칼럼에서 스위치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비단 저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는지 체리 MX 적축 혹은 흑축을 주로 사용하는 사용자들 사이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바밀로 EC 스위치에 대한 자세한 특징은 이전 칼럼을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VARMILO MA108M 다크 그레이 BOLD 칼럼 보러 가기
하지만 좋은 평가를 받는 동시에 넌클릭, 클릭 스위치에 대한 요구도 함께 커져왔습니다. 그도 그럴게 바밀로 EC 스위치는 리니어 방식 뿐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마침내 아이비축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기존 리니어 스위치와 달리 청축처럼 찰칵거리는 소리 매력적인 스위치인데요. 키감이나 특징에 대해서는 아래 타건 영상과 함께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태빌라이저는 철심이 보강판 안쪽에 있는 체리식 스태빌라이저를 사용했습니다. 시프트나 스페이스 바처럼 길쭉한 키에서 생기는 이질감을 줄이기 위한 장치이지만, 유격이나 뒤틀림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의도치 않은 이질감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먹먹한 키감이나 철심이 철컹거리는 소리 혹은 찰찰거리는 소리가 있는데요. 이런 한계를 줄이기 위해 보통 윤활 처리를 합니다. 그리고 바밀로 역시 조금이나마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철심에 윤활제를 꼼꼼히 도포했습니다.
재질은 PBT, 각인 방식은 염료 승화를 사용했습니다. 이중사출 방식과 달리 백라이트 LED를 투과하지 못하는 구성입니다. LED 효과를 선호하는 분이라면 아쉬울 수 있지만, 염료 승화만의 장점도 존재합니다. 바로 상대적으로 색상 배치 및 폰트 디자인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덕분에 폰트 색상도 매화 컬랙션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어두운 핑크색을 사용하여 전체적인 톤을 통일시켰습니다. 두께는 1.26 ~ 1.47 mm로 다소 편차가 있으나, 전체적으로 두꺼운 편입니다.
키보드를 분해하기 위해선 우선 보강판과 하판을 고정하는 나사 2개를 제거해야 합니다. 이어서 안 쓰는 신용카드 등 얇은 플라스틱을 활용하여 상판과 하판을 분리하면 됩니다. 분해 난도가 어려운 편은 아니지만, 보강판 나사에 분해 흔적을 확인하는 스티커가 있으므로 임의 분해를 권장해드리진 않습니다.
하판에는 잡다한 소음을 제어하기 위한 흡음재를 사용했으며, PCB와 하판이 맞닿아 눌린 자국이 있습니다. 흡음재가 본연의 기능을 잘 수행한다는 의미이죠. 하우징 공간은 좁은 편이며 강성을 위해 군데군데 벽 같은 걸 세웠습니다.
바밀로 EC 스위치는 일반적인 기계식 스위치와 달리 정전용량 방식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얼핏 추측하기로는 PCB 구조가 독특할 거라는 추측을 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바밀로 EC 스위치 내부에 정전용량 구조를 모두 구성해서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적인 기계식 키보드와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엄연히 입력 방식이 다르므로 일반적인 기계식 키보드와는 서로 호환되지 않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USB 포트는 별도 PCB 없이 메인 PCB에 그대로 장착했습니다. 주요 MCU, 컨트롤러는 LC17K6801과 LC17C6702를 사용했습니다.
타건 영상은 주변 소음이 통제하기 위해 방음 부스에서 진행했으며, 방음 부스에 대한 정보는 소개 리포트를 참고해 주시면 됩니다. 마이크는 ZOOM H6를 사용했으며, 키보드와 마이크 간 거리는 약 30 cm입니다. 또한, 책상으로 전해지는 잔진동이 녹음되지 않도록 삼각대로 마이크를 고정했습니다.
방음 부스 소개 리포트 보러 가기
변인을 최대한 통제했지만, 청취 환경에 따라 소리 성향 및 음량이 다르게 들릴 수 있습니다. 타건 영상 시청 시 헤드폰, 이어폰 착용을 권장해 드립니다. 타건 영상에 등장하는 키보드는 바밀로 EC 아이비축을 사용했는데, 키감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우선 클릭음이 상당히 높습니다. 타건 영상에서도 이러한 높은음이 잘 녹음돼있는데, 이 부분은 클릭 스위치를 선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나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걸림이 느껴지는 부분이 상당히 짧고 분명합니다. 이로 인해 제원상 기재돼있는 압력보다 키압이 높다고 느낄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존 클릭 스위치가 심심하여 더 분명한 키감과 타건음을 경험하고 싶다면 좋은 선택지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바밀로 EC 스위치는 서걱이는 느낌이 적고 부드러운 키감을 강점으로 많은 기계식 키보드 사용자에게 호평을 받아왔습니다. 또한, 같은 리니어 스위치이면서 키압에 따라 세세하게 스위치를 분류하여 리니어 스위치를 선호하는 분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지를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넌클릭이나 클릭 스위치를 좋아한다면 별다른 선택지가 없으니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바밀로는 아이비축을 통해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넌클릭 스위치의 부재는 아쉽지만, 늦게나마 클릭 스위치를 출시하는 모습에서 넌클릭 스위치 추가 출시도 언젠가는 이루어질 거라 희망합니다.
아이비축의 슬라이더는 연두색을 사용했습니다. 앞서 출시했던 로즈나 데이지가 각각 꽃의 색깔을 따와 빨간색, 노란색을 사용한 점과는 다소 상반되는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키감이 리니어와 클릭으로 분명하게 다른 점을 고려하여 스위치 이름과 슬라이더 색상을 구분했으리라 추측합니다. 키감은 클릭 스위치 중에서도 구분감이 분명한 편에 속합니다. 또한, 클릭음이 상당히 자극적으로 들립니다. 여러모로 기존에 접해오던 클릭 스위치와는 특징이 다르므로 기회가 된다면 직접 체험해보시길 권장해 드립니다.
기계식 키보드를 분류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기준을 조금 크게 잡아보면 기능과 키감 중에 어느 쪽을 중점적으로 제품을 설계했는지에 따라 나눌 수 있습니다. 매크로 키를 추가로 배치하고 전용 소프트웨어를 곁들여 매크로 기능을 강화하거나 화려하고 완성도 높은 백라이트 LED를 탑재하는 등 기능에 집중할 수도 있습니다. 분명 여러 키를 동시에 많이 눌러야 하는 게임을 많이 즐긴다면 이런 키보드가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모름지기 기계식 키보드라면 키감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능이라면 꼭 기계식 키보드가 아닌 다른 방법을 강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계식 키보드에서 경험할 수 있는 키감은 대체하기 힘듭니다.
바밀로는 EC 스위치로 기계식 스위치가 지닌 수명 한계를 돌파하면서도 최대한 비슷한 키감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한, 단순히 스위치 키감만이 좋다고 해서는 바밀로가 지금의 위치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기존 체리 MX 스위치를 사용할 때부터 이미 바밀로 키보드의 키감은 검증됐고, 추가로 다양한 콘셉트에 맞게 꾸민 수려한 외형도 한몫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이번 키보드도 바밀로가 바밀로 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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