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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닉스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만, TITAN G는 그들에게 선물과도 같은 제품입니다. 마우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고 그로기 상태에 놓여있던 제닉스를 다시 일으켜 세운 제품이기 때문인데요. 지난 타이탄 마우스 칼럼을 읽으신 분이라면 아실 텐데, 초기 모델인 TITAN G를 처음 접한 순간 잘 될 거 같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외관 독창성에 관해서는 좋은 평가를 할 수 없겠지만, 표면 질감이나 세부 사양을 개선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가격까지 저렴하니 소비자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곧이어 경량화와 소형화 그리고 무선 버전까지 라인업을 확장하며 소비자가 원하는 수요를 알뜰살뜰하게 챙겼습니다. 입지는 더욱더 공고해졌고, 시장에서 통하는 방법을 터득한 그들은 대칭형 마우스 GX 시리즈와 GM 시리즈를 연달아 내놓습니다. 결과는 역시나 성공적이었죠.
소비자는 저렴하게 좋은 제품을 사용할 수 있어서 좋고, 제닉스는 마우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뽐낼 수 있어서 좋고. 모두가 행복해 보이지만, 모든 세상일이 그러하듯 이면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관련 기업 직원이 아니더라도 몇몇은 분명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을 겁니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마우스는 품목 특성상 외관이 비슷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시장을 선도하는 제조사들은 이 맹점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합니다. Logitech, ASUS, ROCCAT과 같은 기업들은 게이머 혹은 소비자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하우징을 깎고 또 깎습니다. 그중 특정 기업은 하우징 깎는 데만 2년을 소요할 정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이런 노력을 보고 있노라면 마우스에서 외관과 그립감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됩니다. Razer는 자사 제품 디자인을 카피한 한국 모기업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민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앞선 사례를 볼 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반응입니다.
이번 글은 TITAN GV Air Wireless 마우스를 소개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저는 단순히 제품만을 바라보기보다는 주변 상황이나 관련한 이야기를 함께 풀어가는 걸 좋아하는데요. 이런 방식을 좋아하는 분도 있으시지만, 오롯이 제품이 가진 특징과 성능에만 집중하고 싶은 분도 분명히 계실 겁니다. 그래서 성능 외적인 이야깃거리가 있는 제품은 의도적으로 구성에 조금 더 신경 쓰는데, 이번 글이 그러합니다. 후자에 해당하는 분이라면 본문만 읽어도 무방하도록 구성할 예정이니, 이점 참고하여 글을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 사진을 누르면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상자도 짙은 회색과 빨강을 조합했습니다. 한눈에 봐도 제닉스 제품임을 알 수 있도록 패밀리룩을 이루고 있죠. 상자가 두꺼운 편이 아니고 내부 완충재도 없다시피 한 포장 방식인데요. 적당한 힘으로부터는 제품을 충분히 보호합니다만, 순간적으로 강력한 힘이 가해진다면 장담할 수 없겠습니다. 즉, 제품을 발송하는 판매처에서 꼼꼼하게 포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GV Air Wireless 상자는 다른 시리즈에 비해 큰 편입니다. 이 말은 곧 제품이 더 크거나 구성품이 많다는 걸 의미할 텐데요. 이 제품은 후자입니다. 구성품끼리 부딪히면서 발생할 수 있는 흠집을 방지하기 위해 각각 PE 폼 발포지로 포장했습니다. 구성은 마우스 본품과 추가 커버 3개, Type-C to A 어댑터, USB 케이블(Type-C to A), 관련 문서입니다. 무선 신호 송신을 위한 동글은 마우스 팜 커버를 들어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게이머에게는 너무나도 유명한 Logitech G Pro X Superlight(이하, 지슈라) 혹은 G Pro Wireless(이하, 지프로)와 유사한 외형을 하고 있습니다. 옆면 버튼과 무게를 고려한다면 지슈라에 조금 더 가까운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대칭 설계지만, 옆 버튼이 왼쪽에만 있으므로 오른손에 적합합니다. 대칭형 마우스는 비슷하게 생길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납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많은 제조사가 유독 로지텍을 선망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요. 대표적으로 G1, G102와 같은 보급형 라인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호불호가 덜 갈리고, 간결한 설계 덕분에 아류작들이 시중에 넘쳐흐릅니다. 반면에 지슈라나 지프로는 고가 플래그십 라인이라서 그런지 형태 자체를 본뜨는 기업은 없었는데, GV Air Wireless에는 노골적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한 디테일이 있습니다.
얼핏 보면 이전에 출시한 GX Air Wireless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옆면 곡선과 버튼에서 차이가 존재하고, 이로 인해 그립감은 완전히 딴판인 마우스입니다. GV Air Wireless는 지슈라의 오른쪽 면이 살짝 튀어나온 부분까지 구현하여 그립감이 유사합니다. 지프로부터 지슈라까지 쭉 사용해온 사용자 입장에서 따로 적응 시간이 필요 없을 정도였습니다. 타공 팜 커버와 LED 투과 면, 버튼부 등 세밀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팜 커버를 제외한다면 그립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요소들입니다. 외관 자체는 굉장히 평범해서 어디에 올려두더라도 모나지 않습니다만, 아주 멋지다고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지슈라에도 해당하는 말이겠죠. 오히려 GV Air Wireless는 타공 팜 커버가 포인트가 되어 조금 더 특별해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구성품 단락에서 확인했듯이 팜 커버는 기본 장착 파츠까지 포함해서 총 4개를 제공합니다. 구멍이 없는 팜 커버가 두 개라는 점에서 의아함을 느끼셨을 텐데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형태를 미묘하게 달리 설계하여 높이를 조절할 수 있게 했습니다. 기능적인 면에 집중한 셈이죠. 극적인 차이가 있는 건 아닙니다. 민감도나 그립 방법에 따라서 아예 느끼지 못할 확률도 있을 거로 예상합니다. 저는 손바닥을 일부러 닿게 해서 쥐었을 때(팜 그립) 차이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높은 파츠를 장착했을 때 손바닥 끝부분까지 꽉 찼습니다. 즉, 팜 커버는 팜 그립으로 쥐는 분에게 가장 큰 의미가 있는 기능이며, 클로 그립을 활용하는 일부에게도 유효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선 제품이 가지는 가장 큰 단점은 배터리 사용 시간입니다. 배터리가 없어서 제품을 사용할 수 없다거나 사용하는 중간에 모두 소모했을 경우, 유선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타이탄 시리즈는 유선 연결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파라코드 케이블을 적용하여 무선 못지않은 사용감을 구현합니다. 물론, 단자 부분이 길게 튀어나오는 형태라서 애초에 유선으로 설계한 제품에 비해서는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지만, 무겁고 뻣뻣한 케이블을 적용한 유선 마우스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단자 일부가 하우징 안으로 들어가는 형태라서 내구성 측면에서도 문제없을 거로 예상합니다.
동글은 TITAN 로고 근처에 꽂혀 있습니다. 수납이 가능해서 휴대할 때 좋고, 분실 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커버를 꼭 분리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요. 동글은 케이블과 어댑터를 활용하여 마우스 근처에 배치하는 게 좋습니다. 신호 간섭 및 지연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터리를 모두 소모했을 때 어댑터를 분리한 뒤 마우스에 바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무선 마우스가 가지는 단점을 상쇄하기 위한 장치이므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무선 마우스치고는 조명 효과가 화려합니다. 포인트 요소로 나쁘지 않습니다만, 배터리 소모를 걱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제품은 움직임을 감지하는 순간 외부 조명을 꺼버립니다. 손으로 감싸면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서 영리하고 합리적인 설계라고 볼 수 있죠. 하우징 안에 있는 TITAN 로고는 구멍을 통해 볼 수밖에 없으므로 제품을 꾸미는 용도라기보다는 상태를 확인하는 인디케이터라고 생각하시는 게 좋습니다. DPI 프로필을 변경하면 지정된 색을 표시하기도 하고, 배터리 상태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손 크기가 비슷하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모양이나 마우스를 쥐는 습관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전달하는 내용이 절대적이진 않습니다. 저는 위와 같은 손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주로 클로 그립을 활용해서 마우스를 쥐는 편입니다. 물론, 마우스 모양과 무게에 따라 쥐는 방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그립 방법을 구분할 때 핑거와 클로는 묶음으로 보고, 팜 그립은 철저하게 분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세 그립 방법 모두 어색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첫 번째로 대칭형이라서 클로 그립이 적합합니다. 부피가 커서 핑거 그립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가벼운 무게 덕분에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비대칭 마우스처럼 손에 착 감기지는 않겠지만, 부피감 덕분에 팜 그립도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팜 커버를 잘 활용하면 손에 꽉 차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요. 물론, 저보다 손이 큰 분이라면, 부분부분 비는 곳이 있어서 아쉬움을 토로할 수 있겠습니다.
무게는 낮은 타공 커버를 장착했을 때 66 g, 높은 타공 커버는 67 g 정도로 측정됐습니다. 무선 마우스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꽤 가벼운 편이라고 할 수 있죠. 일반 커버를 장착하면 높이와는 관계없이 약 69 g으로 측정됐는데, 타공이 없는 상태에서 70 g 밑으로 떨어진다는 건 꽤 유의미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서 핑거 그립도 가능하다고 말씀드렸던 건데요. 이처럼 무선 마우스가 60 g 대로 점점 진입하는 형국이라 유선 마우스 진영은 입지가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상판이 열리는 마우스라서 테플론 피트를 떼지 않고 분해할 수 있을 거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테플론 피트가 잘 휘지 않고 재접착이 잘 되는 편이라서 깔끔하게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은 다행이었습니다. 물론,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며, 처음 상태와 똑같이 되돌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옆면 버튼은 후아노 그린 스위치를 활용했습니다. Micro-tact 스위치를 활용한 마우스와 비교했을 때 구분감이 좋고 클릭감도 경쾌합니다. PCB 기판을 상판에 고정하는 방식으로, 스위치를 버튼 바로 옆에 배치하여 클릭감을 살렸을 뿐만 아니라 반응속도도 빠릅니다. 다만, 클릭 압력이 약해서 원치 않은 입력이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마우스를 쥐었을 때 엄지가 버튼을 덮는 형태가 아니라서 불편하진 않았습니다. 휠은 무게를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을 주로 활용했으며, 안쪽 구조물을 최소화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구성이 걱정스럽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메인 버튼 구조물에는 패드를 부착했습니다. 내구성을 위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버튼감을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는데요. 스위치와 구조물 간 거리가 너무 멀면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이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떨어진 거리만큼 신호 입력이 느려지기도 하고요. 이러한 제품들은 패드나 테이프를 부착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완성품을 소비자가 뜯고 추가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점 요소가 됩니다.
TITAN GV Air Wireless는 다행스럽게도 추가 작업이 필요하진 않았습니다. 틈이 약간 있긴 하지만, 잘못 누르는 현상을 방지하는 수준입니다. 스위치는 OMRON D2FC-F-7N(20M)(OF)를 활용했으며, 클릭 압력이 낮아서 손가락과 손등에 부담이 없습니다. 다만, 반발력은 앞서 언급한 미세한 틈으로 인해 좋은 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제품은 버튼 프레임 분해가 아주 간편한 편이라서 소비자가 취향에 맞게 손쉽게 튜닝할 수 있습니다. 반발력을 조금 더 좋게 하고 싶다면 구조물 패드 위에 테이프 두 겹 정도를 부착해 보셔도 좋습니다. 클릭 압력까지 고려한다면 한 겹 정도가 좋고요.
배터리 용량은 300 mAh입니다. GX Air Wireless가 580 mAh였는데, 대략 반 토막 정도 줄어든 수치입니다. 이는 곧 사용 시간 또한 절반 수준으로 줄었을 거로 예상할 수 있는데요. 실제로 제닉스에서 공개한 사용 시간은 약 36시간으로, 70시간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물론, 36시간도 충전하는 습관만 잘 들인다면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수치입니다. 사용시간 확보보다는 무게를 낮추는 게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한 듯하군요. 저 역시 제닉스와 같은 선택을 했을 거 같습니다. 사용 시간이 중요하다면 GX Air Wireless를 구매하면 될 일이니까요.
MCU는 Compx tech CX52850, 센서는 PixArt PAW3370을 활용합니다. PAW3370은 무선 마우스가 탑재할 수 있는 최상급 센서이며, DPI 오차율 부문에서 PAW3335보다 훨씬 나은 모습을 보입니다. 보급 센서와 고급 센서의 결정적인 차이라고 볼 수 있죠. 자세한 결과는 이어지는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해당 영상에 등장한 모델은 TITAN GV AIR WIRELESS 마우스가 아닙니다. 단순히 오차율 측정 장치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방식으로 측정되었는지 보여주기 위한 영상입니다. 19년 6월을 기준으로 기어비스 테스트는 4.5 cm 기준으로 테스트합니다. 기존 5 cm에서 4.5 cm로 바꾼 이유는 2000 DPI까지 측정하기 위함입니다. 거리를 줄이면 줄일수록 더 높은 DPI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4.5 cm가 오차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타협점이기 때문입니다. DPI는 400 / 800 / 1,200 / 1,600 / 2,000을 기준으로 측정하며, 마우스가 해당 값을 지원하지 않을 경우 유사한 값으로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테스트 장비와 마우스 센서에 따라 값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참고 용도로만 봐주시기 바랍니다.
이 테스트는 마우스 DPI 오차율(정확성)을 알아보기 위한 테스트입니다. 트래킹 범위를 넓혀서 4.5 cm를 타깃으로 잡고 일정한 속도로 마우스를 움직였을 때, 얼마나 정확한 값을 도출해내는지 알아보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결과를 표기한 그래프는 절댓값이 0에 가까울수록 좋습니다. X+값은 오른쪽으로 움직였을 때, X-값은 왼쪽으로 움직였을 때를 의미하고, 결괏값이 음수라면 목표 지점에 도달하지 못함을, 양수라면 목표 지점보다 더 나아감을 의미합니다.
자료를 제공해드리긴 했습니다만, DPI 오차율은 그리 중요한 수치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마우스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포인터 움직임에 적응하기 마련이죠. DPI를 자주 변경하는 분이 많지 않다는 걸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를 지속해서 공개하는 이유는 센서 튜닝에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저사양 센서와 고사양 센서를 구분할 때 가장 눈에 띄는 척도이기도 하고요. 고사양 센서는 모든 DPI 값에서 고른 오차율을 보입니다. 반면에 저사양 센서는 DPI마다 오차율이 달라집니다. 마우스 제조사 입장에선 고사양 센서를 튜닝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설령 튜닝하지 않더라도 기본 센서가 갖춘 오차율이 훌륭해서 크게 문제될 확률이 낮습니다. 이런 이유로 고사양 센서는 자잘한 부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오차율은 평균 3% 정도로 측정됐습니다. 다만, 이 결과는 소프트웨어 LOD 관련 메뉴인 Ripple에 체크한 뒤 측정한 수치입니다. 두 개를 해제하면 오차율이 더 커집니다. Ripple은 잔물결이라는 의미를 가졌는데, 마우스 포인터가 미세하게 떨리는 현상을 지칭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DPI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쉽게 체감할 수 있죠. Ripple은 이러한 현상을 제어하기 위해 스무딩을 부여하는 메뉴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PAW3370 센서는 역시 성능이 좋습니다. X+값과 X-값 오차가 작고, 가속도 및 추적 속도 사양도 최상급이라서 마우스를 사용하면서 센서 때문에 불편할 일은 드물 겁니다. 전력 효율도 좋으니, 최신 제품을 구매한다면 보급형인 PAW3335보다는 3370이 여러모로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개별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점은 아쉽지만, 초기 구동 및 설정 적용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한국어화도 되어 있고, 설정할 수 있는 항목도 많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드디어 DPI 수치를 키보드로 입력할 수 있게 됐습니다. 숫자 부분을 더블 클릭하면 팝업창이 뜨는 방식이라서 다소 번거로울 순 있겠지만, 지원하지 않았던 이전 소프트웨어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DPI는 고사양 센서를 탑재한 제품답게 50단위로 조절할 수 있고요. 더불어 Lift Off Distance 조절 메뉴도 제공하는 등 센서 사양을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잘 뒷받침합니다. 몇 안 되는 단점으로 꼽았던 부분까지 해결했기 때문에 성능적인 면에서 딱히 꼬집을 만한 부분이 없습니다.
제닉스는 이번에 무선 마우스 3종을 출시했습니다. 그중에서 두 제품은 단순히 모양만 바꾼 게 아니라 꽤 주요한 기능을 추가했는데요. GS Air는 Qi 충전을 지원하여 케이블로부터 한층 더 자유로워졌으며, 이번에 다룬 GV Air는 팜 커버를 분리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팜 커버는 타공 쉘 호불호에 대응하기 위한 장치였고, 뒤이어 제품을 꾸밀 수 있는 요소로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그립감에 영향을 미치는 단계까지 발전했습니다.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사용감에 꽤 큰 영향을 미치고 커버를 넉넉하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기도 좋습니다. 무선 마우스치고는 아주 가벼운 무게와 검증된 하우징, 무선 센서 중에서는 현시점 최고라고 단언할 수 있는 PAW3370 탑재 등 소비자들이 원하는 요소를 모으고 모았습니다. 단점으로 지적됐던 높은 클릭 압력을 해결함과 동시에 소프트웨어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습니다. 다소 번거롭긴 하지만 DPI 수치를 키보드로 입력할 수 있고, Lift Off Distance뿐만 아니라 Ripple, FixLine 등 추가 항목을 제공합니다. 저는 GV Air Wireless가 모든 부분에서 긍정적으로 발전했다고 평가합니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줄어든 배터리 용량으로 인해 사용 시간이 36시간에 그친다는 점인데요. 사용 후 충전하는 습관만 잘 들인다면 이로 인해 불편함을 느낄 일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이 말은 곧 습관으로 자리 잡지 못한다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변화이지만,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여지가 있습니다.
앞서 단점을 꼽긴 했지만, 저는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배터리로 인한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즉, 굉장히 만족스럽게 사용했고, 모든 편견을 잠시 뒤로했을 때 손에 꼽을 만큼 좋은 제품이었습니다. 그립감에 적응할 시간이 딱히 필요하지 않았으며, 탄탄한 기본기와 더불어 버튼 및 팜 커버 튜닝이 손쉽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어떻게 본다면 G Pro X Superlight보다 앞서는 일면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이밍 기어에 과감한 투자가 가능한 상황이고, 충전을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면 파워플레이를 조합할 수 있는 로지텍이 단연 가장 좋은 선택지입니다. 반면 파워플레이를 조합할 생각이 아니라면 무언가 개운치 않은 구석이 생깁니다. 센서 효율은 독자 설계 칩세트인 HERO 센서를 앞지르긴 어렵겠습니다만, 나머지 부분은 성향에 따라 GV Air Wireless의 판정승을 외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잘 만든 마우스입니다.
그래서 더 씁쓸합니다. 이 정도로 노골적이지 않았더라면 눈 딱 감고 칭찬 일색으로 글을 마쳤을 거 같습니다. 가령 단종 제품이었다면 이렇게 아쉬움을 토로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찌 되었든 간에 굉장히 매력적인 선택지처럼 보일 테니까요. 하지만 e스포츠를 좋아하고 게이밍 기어 시장 주변에서 오래도록 머물러 있던 입장에선 이 제품은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한국은 게임을 잘하는 만큼 장비에도 진심입니다. 과감하게 수십만 원을 투자하는 소비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 게이밍 기어 업체도 언젠가는 세계로 뻗어 나가며 빛을 볼 날이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이런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분명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겁니다. 지금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단발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발전이 되기 위해선 독자적인 길을 개척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이상, QM깜냥이었습니다.
· 검증을 마친 대칭형 쉘을 원한다.
· 마우스는 무조건 가벼워야 한다.
· 클릭 압력이 낮아야 한다.
· 최신 PAW3370 센서를 사용해야 마음이 놓인다.
· 일반형과 타공형을 넘나들고 싶다.
· 마우스는 묵직해야 한다.
· 충전을 잘 신경쓰지 못한다.
· 평생 팜 그립으로 마우스를 쥐었고, 비대칭형을 사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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