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어울리지도 않고 흉하기만 합니다. 심지어 옷도 상합니다. 그래서 맞는 옷을 입어야 합니다. 그래야 보기도 좋고 옷도 오래 입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쉽지만 않습니다. 사람의 체형은 분류 방식에 따라 수십에서 수백 가지에 이를 수 있는데, 기성품 의류 사이즈는 스몰, 미디엄, 라지 등으로 간단하게 나눕니다. 사이즈도 중요하지만, 제조사를 선택할 때도 신중해야 합니다. 인종에 따라서도 생김새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헬멧이 대표적입니다. 서양인은 머리가 앞뒤로 긴 장두형이고, 동양인은 옆으로 넓은 단두형입니다. 그래서 유럽에서 만들어진 헬멧을 동양인이 쓰면 대게 불편합니다. 길거리에 나가면 두카티나 허스크바나1) 대신 아라이와 쇼에이2) 헬멧만 보이는 게 그 증거입니다. 저 역시 이런 이유로 학창 시절 나이키 대신 미즈노 축구화를 신었습니다. 발이 길고 얇은 서양인을 기준으로 만든 나이키 축구화는 영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CORSAIR HS80 헤드셋을 칼럼으로 소개해드린 적 있는데, 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분이 머리 크기에 따른 제약에 대해 불만을 표하셨는데, 이는 사실 커세어가 헤드셋을 작게 만든 게 아닙니다. 커세어는 미국 기업임을 감안해야 합니다.
나에게 맞는 걸 선택하고 조율할 줄 아는 건 중요한 능력입니다. 옷뿐만 아니라, 의자, 자동차, 손목시계 같은 모든 소비재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의자는 인생을 바꾼다는 말이 있습니다. 몸에 맞는 의자에 올바른 자세로 앉아야 비로소 집중할 수 있고, 오랜 시간 그 집중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는 비약이 아닙니다. 모든 경우에 해당하진 않지만, 대게 이러한 집중과 몰입은 성과로 이어지고 그 성과가 삶을 크게 좌우합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몸에 맞는 올바른 시트 포지션으로 앉아야 합니다. 자동차는 가장 큰 재산이자 생명과 직결되는 도구인데, 올바른 시트 포지션을 모르면 차를 안전하게 운행할 수도 그리고 유사시 제대로 대처할 수도 없습니다. 이처럼 맞출 줄 아는 능력은 위기를 극복하고 삶을 윤택하게 만듭니다.
▲ 밴드 방식을 활용한 CORSAIR HS80 헤드셋
맞는 옷을 입는 것, 즉 맞춤화는 오늘날 기업에겐 가장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고 개인에게는 필요 덕목입니다. 그렇다면, 음향은 어떤가요? 여러분은 본인에게 맞는 음향 기기를 사용하고 있나요? 음향은 완전히 취향의 영역입니다. 소리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인데, 그래도 각자 '선호하는 소리'라는 게 있습니다. 그런데 취향에 맞게 설정하지 않고, 음향 기기를 제대로 배치할 줄도 모르고, 착용하는 법도 모르고, 조율하는 법도 모르면, 아무리 값비싼 음향 기기를 써도 그 성능을 온전히 누릴 수 없습니다. 시중에는 여러 제조사가 이퀄라이저(EQ)를 커스텀 할 수 있게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데, 사용자가 관련 지식이 없고 활용할 줄 모른다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우리가 지불하는 제품값에는 분명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도 포함되어 있다는 걸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커세어는 최근 소프트웨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많은 이가 EQ 튜닝을 할 줄 모르고 사용하지도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SoundID라는 해답을 내놓았는데,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번에 칼럼으로 살펴볼 제품은 CORSAIR HS65 SURROUND 7.1채널 게이밍 헤드셋입니다. 이 헤드셋에는 SoundID라는 기능을 탑재했는데, 이 기능은 마치 맞춤 정장(Bespoke) 같은 겁니다. 개인의 취향에 맞게 EQ를 튜닝할 수 있는데, 기존의 비직관적인 밴드 조절 방식이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소리를 들으면서 선택지를 고르는 방식입니다. 이런 식으로 모든 음역대별로 소리를 튜닝할 수 있는데, 따로 지식이 필요하지도 않아 간편합니다. 게다가 튜닝에 소요되는 시간도 짧습니다. 아무리 음향 지식이 없는 초보자일지라도 내가 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물론 하드웨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극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EQ만 제대로 조율해도 충분히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이 헤드셋이 가진 구성과 SoundID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어지는 글과 사진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1) 두카티: 모터사이클 및 관련 장비를 제조하는 이탈리아 기업 / 허스크바나: 모터사이클 및 관련 장비, 엔진톱 등을 제조하는 스웨덴 기업 2) 아라이 / 쇼에이: 헬멧을 비롯한 모터사이클 장비를 전문 제조하는 일본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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