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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HP가 게이밍 기어 제조사 HyperX를 인수했다는 소식, 이제는 많은 분이 알고 있으실 텐데요. HP는 이미 OMEN이라는 게이밍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중복투자처럼 느껴질 만한 인수를 진행한 걸까요? 제3자가 그 속내를 알 길은 없지만, 당연하게도 큰돈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기에 감행했을 겁니다. 20주년을 맞이한 HyperX는 헤드셋, 키보드, 마우스 등 게임과 관련한 기기와 액세서리를 제조·판매합니다. 그중에서도 헤드셋은 오래전부터 입소문을 탄 덕분에 효자 품목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죠. HyperX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헤드셋을 전 세계에 2,000만 대 이상 출하하는데, 키보드와 마이크가 각각 100만 대 수준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압도적이라는 표현이 과하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수치만 참고하더라도 HyperX를 대표하는 품목이 헤드셋이라는 건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HyperX는 헤드셋 외 다른 품목에 경쟁력이 없는 걸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저 헤드셋이 유독 큰 관심을 받을 뿐, 국내외 커뮤니티를 둘러보면 마이크나 키보드 등도 충분히 만족스럽다는 게 중론입니다. 특히, 키보드에 대한 호평이 많더군요. 이는 퀘이사존에서 일하는 주변기기 부서 팀원들도 비슷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서 특히 Alloy Origins 시리즈를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저 역시 따로 구매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Origins 시리즈는 다른 게이밍 기어 제조사 키보드와 비교했을 때 크게 밀리는 부분이 없으면서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보니 매력이 배가 됩니다.
저는 퀘이사존에서 일하기 전에도 제품을 사용해 본 뒤 이곳저곳에 글을 남겼습니다. 불특정 다수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좋았고, 제품을 구매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댓글이 좋았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전히 글을 읽고 제품을 구매했는데 만족스럽다는 댓글을 보면 괜스레 뿌듯해집니다. 좋은 정보는 나누고 싶은 마음, Alloy Origins 키보드를 사용하면서도 꿈틀댔던 감정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정상 동료 직원들이 진행하게 되어 단 한 번도 HyperX 키보드에 대한 이야기를 풀지 못했는데, 마침 신제품 소식이 잠잠한 김에 한풀이를 해볼까 합니다. 요약집 느낌으로 접근해 볼 생각인데, 브랜드와 이 글을 읽는 여러분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HyperX는 게임용 입력 장치 중 키보드를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마우스가 가장 중요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 부분은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가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e스포츠 종목에 몸담고 있을 시절, 손 빠르기를 수치화한 APM(Actions Per Minute)이라는 항목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활용하는 거로 알고 있는데요. 쉽게 1분당 입력한 명령 수를 뜻합니다. 스타크래프트 종목을 기준으로 이 수치를 분석해 보면 마우스로 입력한 명령보다 키보드로 입력한 명령이 훨씬 많습니다. 이외에도 카트라이더와 같은 종목은 키보드로만 게임을 진행하기도 하니, HyperX의 주장을 이해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우스를 무시한다고 치부해선 안됩니다. 키보드만큼 게이밍 마우스 역시 탄탄한 라인업을 구성한 기업이니 얕잡아 보는 건 결코 아닐 겁니다. 비중을 키보드에 조금 더 두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주시면 되겠습니다.
좋은 키보드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은 스위치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들은 입력을 인지하는 최적 지점을 1.8 mm로 판단했으며, 택타일Tactile과 리니어Linear 그리고 클릭Clicky 방식을 준비했습니다. 또한, 8,000만 회 이상으로 키 스트로크 수명을 끌어올렸고, LED 빛이 조금 더 키캡에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우징 구조에 신경 썼습니다. 이 스위치를 기점으로 HyperX 키보드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HyperX Aqua 스위치는 택타일 방식입니다. 가장 흔하게 쓰이는 체리 MX 스위치에서 갈축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리니어 스위치와 달리 이동 경로에 요철이 있어 사용자가 구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택타일은 소음과 키 압력이 클릭 방식과 리니어 방식 사이에 포지셔닝한 방식입니다. 구분감으로 정확한 입력을 추구하지만, 키 압력이 클릭 방식보다 가볍고 소리가 작았으면 하는 분에게 잘 어울립니다.
HyperX Red 스위치는 리니어 방식입니다. 흔히 적축이라고 칭하죠. 이동 경로가 선형을 이루기 때문에 리니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클릭이나 택타일처럼 요철이 없어서 누르는 중간에 구분감을 느낄 수 없습니다. 바닥에 닿는 순간에만 부딪히는 느낌이 들 뿐입니다. 요철이 없는 만큼 키 압력이 낮고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속도가 빨라서 연타에 유리한 특성이라고 알려졌습니다. 빠른 입력과 상대적으로 조용한 기계식 스위치를 사용하고 싶다면 리니어 방식이 좋습니다.
HyperX Blue 스위치는 큰 소리와 강한 구분감을 제공합니다. 클릭은 흔히 청축으로 부르기도 하는데요. 슬라이더 이동 경로 중간에 요철이 크게 튀어나와 있어서 키 압력이 높은 편입니다. 또한,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갈 때도 큰 요철을 거쳐야 하므로 속도가 빠르진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말이죠. 그래서 반복 클릭이 중요한 분이라면 이 방식은 피하는 게 좋고, 기계식 키보드 특유의 감각과 소리를 경험하고 싶다면 적절한 선택지입니다.
저는 키보드를 고를 때 외관이 고전적인 제품을 선호합니다. 하우징은 논 비키 타입이어야 하고, 인디케이터는 원래 위치에서 벗어나선 안됩니다. 당연히 레이아웃은 표준 규격을 따라야 합니다. RGB LED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이 부분으로 인해 스위치 방향이 뒤집혀 있다면 감점 요소로 치부해 버립니다. 대중 취향과는 거리가 먼 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두에서 밝혔듯이 Alloy Origins와 텐키리스 버전인 Core까지 구매했습니다. 위 사진 자료에서 알 수 있듯 Alloy Origins는 비키 타입에 인디케이터에 기교를 부렸고, 강렬한 RGB LED 조명을 갖춘 제품입니다. 도대체 저는 왜 이 제품을 구매한 걸까요?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닙니다. 그저 취향과 정반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예뻐 보였습니다. 라운딩 처리로 마감한 모서리가 이 제품을 고급스러워 보이게 만들었고, 오른쪽으로 밀어둔 인디케이터는 흔하지 않으면서도 튀지 않게 하우징에 잘 녹아들었습니다. 그리고 광량이 강한 RGB LED 빛이 하우징에 퍼지는 효과가 알루미늄 재질감을 더더욱 강조합니다. 이 모든 요소가 튀는 느낌 없이 잘 어우러져서 '유려하다'라는 단어가 잘 들어맞습니다.
보통 기계식 키보드는 RGB 조명 효과를 구현할 때 SMD(Surface Mount Device) 방식을 택합니다. 쉽게 기판에 LED 모듈을 배치한 형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방식은 호환성이 좋지만, 빛을 모으지 못하고 여러 구조물을 거쳐 키캡 각인을 투과하기 때문에 광량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색감도 또렷하진 못하겠죠. 반면에 HyperX는 DIP(Dual In-Line Package) 형태를 따릅니다. 투명색 구조물이 빛을 모아주기 때문에 광량이 강합니다. HyperX가 스위치를 설계하면서 광량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노력이 유의미한 결과로 잘 이어졌습니다.
앞서 언급한 인디케이터에 LED가 점등하면 위 사진처럼 표시합니다. 게이밍 키보드답게 게임 모드를 표시하며 나머지 두 개는 넘버락Num Lock, 캡스락Caps Lock을 의미합니다. 고전적인 인디케이터와는 다르게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키캡의 재질은 ABS이며 레이저로 문자를 각인했습니다. 재질 특성상 쉽게 번들번들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주기적으로 마른 천으로 닦아줄 필요가 있겠습니다. 두께는 0.93 ~ 1.13 mm 정도로 스위치 특성을 잘 살리지만, 정갈한 느낌은 덜합니다. 저는 유일하게 이 키캡이 아쉬웠는데, HyperX가 판매중인 PBT 푸딩 키캡을 장착하거나 서드파티 OEM 프로파일 PBT 키캡을 장착하는 방법으로 해결했습니다. 물론, 번들번들해지는 걸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이라면 기본 키캡으로도 충분합니다.
Alloy Origins & Origins Core 칼럼 보러 가기
한눈에 봐도 화려한 제품입니다. 키캡 옆면이 반투명 흰색으로 되어 있어서 조명 효과를 끈 상태에서도 독특한 느낌을 주는데, 전원을 인가하는 순간 완전히 다른 제품이 됩니다. 앞서 HyperX 스위치에 대해 알아보면서 DIP 형태를 띠고 있어 광량이 강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그 강점이 이 키보드에서 극대화됩니다. 당시 제품을 다뤘던 QM코리는 '키보드를 샀는데 조명이 왔네?'라는 부제목을 쓰기도 했는데요. 단순히 사진으로 봐서는 감흥이 크지 않을 수 있으니, 아래 첨부한 영상을 한번 보시죠.
▲ HyperX Alloy Elite 2 LED 효과 영상 자료(제작: QM코리)
하우징 상단에는 게이밍 키보드답게 추가 키를 배치했습니다. 왼쪽에는 RGB LED 조명 밝기 조절과 프로파일 변경 및 게임 모드를 켜고 끌 수 있는 버튼이 자리 잡고 있으며 오른쪽은 멀티미디어 버튼과 볼륨 조절 휠이 있습니다.
ABS 재질에 옆면과 각인에 LED 빛이 투과되도록 설계했습니다. 보통 이러한 키캡에 푸딩이라는 이름을 붙이는데요. 흰색 부분이 빛을 부드럽게 투과하기 때문에 푸딩을 어렵지 않게 연상해낼 수 있습니다. 두께는 0.95~1.46 mm 정도로 균일하지는 않습니다. 문자열 키캡 좌·우가 유독 얇은 편이더군요. 반면에 스페이스 바는 꽤 두꺼워서 키감을 정갈하게 표현합니다. 윗면이 ABS라서 아쉬운 분이라면 공식 유통사가 판매 중인 PBT 소재 푸딩 키캡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29,900원이며 오픈마켓 쿠폰 적용에 따라 어느 정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자료 출처: HyperX 한국 공식 유통사 지티엠코리아
스태빌라이저를 적용한 길이가 긴 키에서는 철심 소리와 함께 이질감이 느껴지긴 했으나, 나머지 부분은 Alloy Origins와 마찬가지로 만족스러운 키감입니다. 키보드 키감이 스위치만으로 완성되는 건 아닙니다만, 다양한 하우징에서 준수한 모습을 보인다는 건 HyperX 스위치 품질이 훌륭하다는 걸 의미합니다.
Alloy Elite 2 칼럼 보러 가기
Alloy Core RGB 키보드는 퀘이사존에서 다루지 않은 제품입니다. 그래서 제품을 평가하기가 어려운데 게이밍 기계식 키보드 모양을 하고 있지만, 멤브레인 방식을 활용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기계식 스위치에서 느껴지는 단단함이 싫은 분이라면 무접점이나 멤브레인을 택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두 방식은 키캡을 끝까지 눌렀을 때 고무와 닿기 때문에 부드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멤브레인 방식 키보드만을 쭉 활용해온 분이라면 이런 제품을 고려해 보셔도 좋을 겁니다.
Alloy MKW100 또한 Alloy Core RGB와 마찬가지로 칼럼으로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역시나 자세한 평가가 어려운데, Alloy Origins나 Elite 2와는 다르게 HyperX 스위치를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최대 5천 만회 키 입력 테스트를 통과한 방진 스위치를 적용했다고 하는데, TTC가 제조하여 품질은 믿을만합니다. 키 압력은 45 g이며, 구동 지점은 2.0 mm라고 합니다. HyperX 스위치보다 0.2 mm 정도 긴 셈입니다. TTC 스위치를 좋아하는 분, 입력 지점이 일반적인 스위치를 선호하는 분, 독특한 하우징 모양을 좋아하는 분, 팜레스트까지 한 번에 해결하고 싶은 분에게 적합해 보이는 제품이네요.
키보드는 마니악해질수록 크기가 작은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여백을 줄이고 키캡을 오밀조밀 모아두면 예뻐 보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좋은 키감을 구현하기에도 유리한 편이고요. 저 역시 포커 배열이라고 불리는 미니 배열까지 줄여봤지만, 결국에는 텐키리스 배열(87 배열)에 정착했습니다. 다른 분들처럼 Fn 키 조합을 활용해서 없앤 키 기능을 구현해야 한다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저는 결정적으로 F 열을 필수로 여깁니다. 제가 주로 즐기는 스타크래프트나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게임은 화면 전환을 F 열에 있는 키를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미니 배열로 빠른 조작을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87 배열이 마지노선인 셈입니다.
즉, 87 배열은 타이핑보다는 게임을 위해 주로 활용하는데, 이때 MCU 성능이 상대적으로 좋지 못한 커스텀 키보드보다는 게이밍 기어를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기업 제품을 택하는 게 좋습니다. 저는 바로 이 지점에서 Alloy Origins Core를 택한 건데요. 일반 스위치보다 입력 지점이 가깝지만, 스피드 스위치처럼 민감하지 않아 정확한 입력이 가능합니다. 풀 배열 제품처럼 인디케이터가 세련된 느낌은 아니지만, 넘버 패드 크기만큼 마우스를 움직일 공간을 확보한다는 점이 더 크게 와닿습니다.
Alloy Origins와 마찬가지로 각도는 3단계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보통 알루미늄으로 하우징을 설계하면 높이 조절을 하지 못하거나 범폰을 활용해 제한적으로 조절할 수밖에 없는데요. HyperX는 이 부분을 절삭하여 플라스틱으로 높이 조절부를 구현했습니다. 이런 세심함이 마음에 듭니다.
케이블은 탈부착이 가능하며 USB Type-C 포트를 활용합니다. 단자 일부가 튀어나오지 않도록 포트를 하우징 안쪽에 배치했습니다. 그래서 케이블을 장착하면 일체감이 좋은 편입니다.
Alloy Origins Core 인디케이터는 다른 일반적인 키보드와 마찬가지로 각인 옆에 LED가 점등하도록 설계했습니다. 그 대신 오른쪽에 밀어서 세로로 배치했는데, 보기 좋습니다. 특히 HyperX 로고를 흰색이 아닌 검은색으로 처리하여 풀 배열 제품보다 더 묵직해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Alloy Origins와 마찬가지로 Core 역시 ABS 키캡을 활용하기 때문에 내구성이라든지 깨끗함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참 좋은 제품이지만 단점을 꼽으라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키캡을 꼽을 겁니다. 저와 같은 불만을 가진 이들이 많았는지, HyperX는 PBT 버전을 따로 준비했습니다. 대부분 평가 항목에서 PBT 재질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데, 단 한 가지 디자인 부문에서만큼은 ABS 키캡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매끈한 표면과 빛을 더 밝게 투과한다는 점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PBT를 선호합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PBT 버전을 판매하지 않는 거 같은데, 정식 유통이 된다면 참 좋을 거 같습니다.
60 배열은 주로 커스텀 키보드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고, 기성품 시장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수가 적었습니다. 평소에 사용할 법한 부분까지 잘라냈기 때문에 '구매해도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습니다. 즉, 마니아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기 때문에 게이밍 기어 제조사들이 신경 쓸 이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차별화를 두기 어려워진 지금 시점에 이르러서는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게임에 필요한 키만 모아서 키보드를 만들기도 하는데, 미니 배열을 만들지 않을 이유가 사라진 거죠. 팜그립을 활용하는 저감도 FPS 게이머들은 마우스가 움직일 만한 공간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입니다. 풀 배열이나 텐키리스 키보드를 사선으로 배치해서 게임을 하느니, 미니 배열을 택합니다. HyperX는 경쟁사보다 빠르게 분위기를 감지하고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다른 Alloy Origins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각도 조절부를 플라스틱으로 처리했습니다. 그래서 각도를 3단계로 조절할 수 있으며, 각 구조물마다 패드를 부착하여 밀림 현상을 방지합니다. 경사는 3°, 7°, 11°입니다.
키캡은 PBT 재질로 영문 이중사출 방식으로 제작했습니다. 키캡 두께는 실측 기준 1.12 ~ 1.20 mm 정도로 평범한 수준이며 가장 일반적인 OEM 프로파일을 따릅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ABS 재질이 아니라는 점만으로도 반길 만한 변경점입니다.
ABS 재질 키캡보다는 빛이 약하게 투과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제조사 게이밍 키보드와 비교한다면 여전히 강한 편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HyperX 스위치 구조 덕분에 가능한 일인데요. 기본 구성품으로 제공하는 스페이스 바 키캡으로 갈아 끼우면 LED 효과를 더더욱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60 배열은 미니 배열임에도 불구하고 키캡 호환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키캡 놀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메리트를 느낄만한 요소입니다. 다만, 방향 키와 일부 편집, 내비게이션 키를 직관적으로 누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Fn 키 조합으로 측각에 각인해 둔 기능을 구현할 수 있지만, 직관성과는 거리가 멉니다. 60 배열은 공간 효율과 입력 효율이 극단적으로 갈립니다. 본인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는지 생각을 정리한다면 의외로 선택은 쉬울 수 있습니다.
Alloy Origins 60 칼럼 보러 가기
HyperX는 60 배열에 이어 65 배열을 출시합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60 배열이 가진 한계를 일부 해결한 형태라는 게 중요합니다. 문서 작업에 큰 도움이 되는 방향 키, DEL 키, 이동과 관련 있는 HOME, PAGE UP/DOWN 키를 오른쪽에 배치하여 직관성을 높였습니다. 한 가지 단점은 우측 시프트 키가 표준 배열에서 벗어나므로 키캡 호환에 제약이 생긴다는 건데요. 기본 키캡 품질이 좋아서 굳이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최근 키캡 시장은 다양성이 확보된 상태라서 호환 키캡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는 점으로 위안 삼을 수 있긴 합니다. 65 배열은 미니 배열 중에서는 직관성을 보존한 덕분에 적응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저처럼 F 열에 유무에 집착하는 타입만 아니라면 말이죠.
Alloy Origins 65 역시 각도 조절을 3°, 7°, 11° 3단계로 할 수 있습니다.
Origins 60이 LED를 강조할 수 있는 추가 스페이스 바 키캡을 제공했다면, 65 배열 제품은 LED가 꺼진 상태에서도 제품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빨강 키캡을 추가 증정합니다. 우주를 표현하기 위해 행성과 UFO를 각인했습니다.
키캡은 이중사출 방식으로 문자를 각인했으며 재질은 PBT입니다. 각인이 지워질 염려도 하지 않아도 되며 키캡 표면이 오랜 기간 새것처럼 유지될 확률이 높습니다. 키캡 두께는 1.47 mm ~ 1.64 mm로 두꺼운 편입니다. 스위치 특성을 고스란히 전달하기보다는 정갈하게 정돈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같은 HyperX 스위치를 활용한 Alloy Origins나 탠키리스 배열인 Core 버전과 비교했을 때 광량이 약해 보입니다. 이는 키캡 재질과 두께로 인한 현상인데요. 내구성을 얻은 대신 화려함에서 어느 정도 손실이 있습니다. 하우징 면적 대부분을 키캡이 덮고 있어서 반사되는 효과도 덜 부각되기도 하는군요. 화려한 조명 효과를 원하는 분이라면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저는 합리적인 교환이라고 생각합니다.
Alloy Origins 65 칼럼 보러 가기
배열을 기준으로 HyperX 키보드 제품 전체 라인업을 간략하게 살펴봤습니다. 그들이 키보드에 진심이라는 건 미니 배열 제품을 출시할 때 느꼈는데요. 경쟁 게이밍 기어 제조사와 비교했을 때 출시가 빠른 편이었습니다. 게다가 60 배열을 출시하고 뒤이어 65 배열을 출시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는데, 회사 내 키보드 마니아가 있거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단순하게 미니 배열 키보드를 빠르게 선보였다고 해서 높게 평가하는 건 아닙니다. 그 이전에 출시한 풀 배열 Alloy Origins와 텐키리스 배열 Alloy Origins Core에서 무언가를 깨달은 듯 완성도를 단번에 끌어올렸고, 뒤이은 제품에서 노하우를 술술 풀어내며 빈틈없이 라인업을 구성했기 때문에 그들을 주목해도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처럼 품질 높은 키보드를 생산할 수 있었던 건 처음부터 의도를 가지고 설계한 HyperX 스위치 덕분입니다. 그들은 게이밍 기어 브랜드치고는 호불호가 덜 갈리도록 하우징 외관을 얌전하게 설계하는 편인데, 강렬한 RGB LED 조명 효과가 밋밋함을 완전히 걷어냅니다. 특히, 조명 효과를 극대화한 Elite 2는 스위치가 가진 콘셉트를 완벽하게 살린 제품입니다. 더불어 입력 인식 지점 조정하여 미세하지만 더 빠른 입력이 가능하여 게임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키감이 준수해서 문서 작업도 쾌적하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키감에 대한 생각은 개인차가 있으니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HyperX 키보드를 두드려 볼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지금까지 QM깜냥이었습니다.
* 퀘이사존 로고가 없는 사진은 HyperX 공식 홈페이지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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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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