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터그래프를 닮은 기계식 스위치 일반적인 기계식 스위치는 스프링을 수직으로 배치하고 그 위에 슬라이더를 얹은 형태입니다. 그래서 키를 누르면 스프링이 다른 구조물을 거치지 않고 직접 위로 힘을 가하면서 반발력을 만듭니다. 그러나 체리 MX 울트라 로우 프로파일 스위치는 가위형 구조물을 사용하고 이 사이에 스프링을 수평으로 연결해 반발력을 만듭니다. 이런 구조 덕분에 기존 로우 프로파일 스위치보다도 얇은 스위치를 만들어냈습니다. 다만, 얇은 두께만으론 이 스위치의 탄생 의의를 모두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저 얇은 키보드만을 원했다면 이렇게 어려운 방법을 택하지 않고 기존 로우 프로파일을 개선하기만 해도 충분했을 겁니다.
진정한 의미는 이 스위치만의 독특한 키감에 있습니다. 팬터그래프와 같은 가위형 구조물을 사용해서 키감도 팬터그래프와 많이 닮았습니다. 실제로 많은 팬터그래프 키보드가 K100 AIR WIRLESS와 비슷한 키압 그래프를 보여주는데요. 기존 로우 프로파일 스위치는 얇은 두께를 만드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키감 특성은 여전히 기계식 스위치와 닮았던 것과는 대조됩니다. 이런 차이가 이미 로우 프로파일 스위치가 있음에도 새로 설계한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팬터그래프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으면서 기계식 스위치가 가진 장점을 아우를 수 있습니다.
■ 기계식 스위치를 고수하는 이유
키감을 위해 팬터그래프 키보드를 선택한다고 하면 말릴 이유는 없습니다. 저 역시 때때로 팬터그래프 키보드를 사용하기도 하고, 키감은 취향의 영역이니 우위를 가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게이밍 용도로 사용한다고 하면 접점 방식이 가진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가위형 구조물을 사용하기에 팬터그래프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직접적인 접점 방식은 멤브레인과 동일합니다. 이 방식은 PCB가 아닌 필름 위에 간소화된 구조를 활용해 전기적 신호 여부를 판단합니다. 따라서 무한 동시 입력은커녕, 6키 동시 입력조차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몇몇 브랜드는 게임할 때 많이 사용하는 키를 위주로 동시 입력을 지원하지만, 이 역시 게이밍 제품에 한정됩니다. 팬터그래프 키보드는 대부분 사무용에 집중하고 있어 게이밍 팬터그래프 키보드는 선택지가 매우 좁습니다.
그와 달리 기계식 키보드는 PCB 위에 금속 점점을 내장한 스위치를 장착합니다. PCB는 복잡한 설계도 적용할 수 있어 최근 출시하는 기계식 키보드는 무한 동시 입력을 기본 소양으로 여깁니다. 전통적인 팬터그래프 방식으로는 이런 동시 입력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팬터그래프의 키감과 기계식 스위치의 장점을 합친 스위치가 탄생했습니다. 높은 키보드가 주를 이뤘던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이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노트북과 태블릿 PC를 중심으로 팬터그래프 키보드 사용자가 많아지고 해당 사용자들이 게이밍 키보드를 추구하면서 탄생한 시대적 산물입니다.
■ K100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의미 과거 커세어 키보드 라인업의 최상위 제품은 K95였습니다. 풀 배열을 기반으로 왼쪽에 매크로 키를 추가한 형태를 취하고 있죠. 그리고 이 최상위 라인업을 갈아 치운 키보드가 K100입니다. 같은 배열을 사용했지만 지금의 커세어 디자인 철학을 완성시키고 볼륨 조절 휠과 별개로 iCUE 컨트롤 휠을 추가하는 등 대대적인 변경점을 보여줬습니다. 결정적으로 AXON Hyper-Processing과 CORSAIR OPX 스위치를 처음 탑재한 키보드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커세어는 K100 출시 이후로 변화된 디자인과 함께 AXON Hyper-Processing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키보드 라인업을 리뉴얼했습니다.
이렇듯 커세어에게 있어서 K100은 최상위 라인업인 동시에 새로운 세대를 알리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K100 AIR 역시 숫자 키 패드 위에 매크로 키 4개를 추가하고, AXON Hyper-Processing을 통해 높은 폴링레이트를 지원하는 등 최상위 라인업에 버금가는 사양을 지녔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 AIR 접미사를 사용한 첫 번째 키보드가 K100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커세어가 보여줄 행보가 기대됩니다. K70 PRO MINI처럼 언젠가 문자열만 포함한 로우 프로파일 키보드를 출시하길 바라며 글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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