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G PRIMER는 평범한 듯, 독특한 제품입니다. 최근 추세를 따르기보단, 본인들이 만들고 싶은 제품을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한데요. 확실한 콘셉트 덕분인지 제품을 사용하면서 설득당하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우선 PBT 재질이 주는 쾌적함과 심리적 안정감이 가장 만족스러웠습니다. 표면을 까슬까슬하게 마감하는 거야 ABS 재질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만, 이 촉감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다른 업체는 딱히 고려하지 않았던 표면 내구성을 신경 쓴 점, 신선합니다. 두 번째로 음각으로 깎은 부분을 유광으로 마감한 점이 좋았습니다. 유광 코팅은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데요. 손에 직접적으로 닿지 않는 부분을 유광으로 처리하니 호불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고, 외형을 밋밋하지 않게 꾸미는 역할까지 수행했습니다. 유광 코팅을 현명하게 활용한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겠군요.
이외에도 안정적인 PMW 3360 센서를 활용해서 성능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분해가 쉽다는 점, 다양한 그립으로 쥘 수 있는 하우징 모양 등 장점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RGB LED 빛 확산을 위해 이중으로 상판 하우징을 설계하느라 무게가 증가한 점, 옆면 및 기타 버튼을 Micro-tact 스위치를 활용한 점, 좌우 클릭감이 미묘하게 다른 점 등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물론, 세상에 완벽한 제품은 없습니다. XPG 브랜드가 처음 만들어낸 고성능 마우스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전체적인 완성도와 독특함에 높은 점수를 줘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결과물에 안주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추세와 다른 콘셉트로 시선을 사로잡는 데에는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존재감을 확실하게 하려면 정면 승부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경량화와 무선화를 따라잡으려면 지금도 부지런하게 연구 중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에 본인들이 가진 철학을 녹여낼 수만 있다면, XPG는 오래도록 게이머들과 함께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퀘이사존 깜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