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현대사회에서는 많은 이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온종일 모니터를 보면서 일합니다. 퀘이사존에서 근무하는 저만 하더라도 근무 시간 대부분을 앉아서 보냅니다. 이렇게 좌식 생활을 오래 지속하면 다양한 근골격계질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바른 자세를 유지한다고 해도 가만히 앉아 있는 건 기본적으로 관절에 안 좋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건강에 나쁘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렇다고 일이나 학업을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딱히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습니다. 당장은 관절이 아프지도 않고 불편하지도 않으니 모른 척 외면해버립니다. 그러나 느끼지 못할 뿐, 데미지는 차곡차곡 누적됩니다. 그렇게 가랑비에 옷이 젖는 줄도 모르다가 어느 날 체형이 틀어진 게 눈에 보이거나, 통증이 찾아오면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습니다.
수술, 물리치료, 운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하는데, 이는 임시방편(목표)일 뿐입니다. 결국 생활 습관(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불편함은 반드시 다시 찾아옵니다. '10 kg 몸무게 감량하기'는 목표지만,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면서 매일 꾸준히 운동하는 삶'은 시스템입니다. 다이어트에 성공해봤자, 그동안의 식단과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단기간 끔찍한 것만 먹으면서 고통받으면, 목표 달성 뒤에 보상 심리가 따라옵니다. 우리는 수도 없이 요요 현상으로 좌절하는 이들을 봐왔습니다. 하지만 올바른 시스템을 추구하는 이는 다릅니다. 수치에 연연하지 않고 다만 시스템을 따르는 사람은 다이어트에 실패할 수가 없습니다. 애초에 도전이라는 전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매일 건강한 음식을 즐기고 즐겁게 운동하면 행복하고 삶의 질만 나아질 뿐, 보상 심리 같은 건 따라오지 않습니다. 목표는 공허한 기대에 불과하고 한계가 존재하지만, 올바른 시스템은 우리 삶을 더 낫게 만들어주며, 개선과 발전에 한계가 없습니다.
우리는 수술을 잘하는 병원을 찾을 게 아니라, 올바른 생활 습관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 후자가 더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치료보다는 예방이 무조건 낫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에 대한 해답으로 현대인들에게 아주 유용한 제품이 있습니다. 바로 스탠딩 데스크Standing Desk입니다. 서서 일하면 앉아서 일할 때와 비교해 다양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으며, 얻게 되는 이점이 많습니다. 앉아 있을 때는 체중의 2.5배 하중이 디스크에 가해지지만, 서있을 때는 그 하중이 1.5배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허리 건강에는 서 있는 게 더 좋다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일어서게 되면 몸이 자연스레 정렬되기 때문에 거북목 증후군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앉아 있을 때와 비교해 칼로리도 더 많이 소모합니다. 운동량이 부족한 현대인에게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단지 자세만 바꿨을 뿐인데, 살도 뺄 수 있는 겁니다. 게다가 서 있을 때는 균형을 잡아야 해서 전신의 근육이 긴장하게 되는데, 이게 집중력 향상으로 이어져 앉아 있을 때보다 생산성과 업무 효율도 증가하게 됩니다. 바꾸는 건 데스크 한 개지만, 얻게 되는 장점은 수없이 많습니다.
'Oh God, the marketing team is having another bike meeting!' - HBO 드라마 Siliconvalley ▲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Hooli의 직원들이 Conference Bike를 타면서 회의하는 장면 l 자료 출처: siliconvalleyism.com
여기까지 흔히 스탠딩 데스크 마케팅에서 주로 하는 말이었습니다. 이 세 문단까지만 읽으면 스탠딩 데스크가 마치 만능 건강 요술 봉이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러한 마케팅을 접하면, 별다른 거부감 없이 제품을 구매하게 됩니다. 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얼마든지 이 소비를 합리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건강 마케팅이 무서운 이유고 경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똑똑한 소비자라면 이러한 마케팅을 맹신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칼럼도 일종의 마케팅이기 때문에, 제가 하는 말도 전부 맹신하시면 안 됩니다. 뭐든지 남들 하는 소리에 휘둘리지 않아야 합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후회가 없습니다. 조금만 찾아보면 스탠딩 데스크에 대해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연구 결과와 학술 자료1)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 뉴스에서도 관련 기사2)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핀란드 산업보건연구원(FIOH)은 2016년 스탠딩 데스크 사용자 총 2,000여 명에 관한 기존 연구 20건을 메타 분석한 결과, 장기적인 건강 효과를 증명하는 근거가 거의 없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수행한 연구에서는 1시간 동안 일어서서 일했을 때와 앉아서 일했을 때 소비하는 열량 차이를 측정했는데, 열량 차이는 고작 8 kcal에 불과하다고 발표했습니다. 하루 8시간을 서서 일한다고 해도 그 차이는 고작 64 kcal밖에 되지 않는 겁니다. 또한 많은 재활의학과 전문의들은 오랜 시간 서 있는 자세를 유지할 경우, 다리가 붓거나 근육이 뭉칠 수 있다고 합니다. 심하면 혈관이 늘어나는 등 하지정맥류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이야기한 바도 있습니다. 미용사, 약사, 승무원 등 서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 특히 이 질환에 쉽게 노출되는데, 이 하지정맥류는 자연 치유가 불가능한 진행성 질환입니다. 치료를 위해서 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할애해야 합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이제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앉아서 일하는 것도 몸에 안 좋고, 서서 일하는 것도 몸에 안 좋으면, 대체 어쩌라는 거냐고 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정답은 '서서 일하든 앉아서 일하든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안 좋다.'입니다. 물론 애초에 일을 하지 않으면 모든 게 해결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있는 이는 매우 적습니다. 사실 한 자세를 유지하지 않으면서 일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관절을 소모하지 않는 선에서 지속해서 근육을 움직이면서 일할 수 있는 이가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요? 모든 이가 구글과 애플 등 실리콘밸리 직원들처럼 러닝머신을 포함한 스탠딩 데스크에서 문서 작업을 하고, 컨퍼런스 바이크Conference Bike를 타고 회의를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모두가 MIT를 졸업해서 억대 연봉을 받는 신입 사원이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최선책을 고를 수 있는 이는 매우 적기 때문에, 대다수에 속하는 우리는 차선책을 찾아야 합니다. 그 차선책은 아마 집중을 통해 최대한 짧은 시간 동안 바른 자세로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움직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모션 데스크Motion Desk의 장점은 버튼 하나로 손쉽게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어서 앉았을 때는 바른 자세를 취하기 수월하고, 원한다면 언제든지 서서 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높이를 조절할 수 없는 일반 데스크와 스탠딩 데스크(스탠딩 전용)로는 누릴 수 없는 특권이죠. 서서 일하는 게 다리 건강에 안 좋기는 하지만, 디스크에 가해지는 하중이 앉았을 때 보다 적은 건 일단 팩트Fact입니다. 또한 서서 일하면 졸음을 쫓기에도 좋고 집중을 끌어올리기도 쉽습니다. 주기적으로 앉았다가 일어섰다가 자세를 바꾸면서 일하는 게 한 자세로만 일하는 것보단 더 나을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1) 참고 자료: 스탠딩데스크 사용 시 생체역학적 부하 최소화를 위한 인간공학적 중재, 2021 (링크) 2) 참고 자료: 스탠딩 데스크 정말 효과 있을까?, 2018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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