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가 플랫폼을 이러한 방식으로 설계한 이유를 설명하기에 앞서, 먼저 DPC 지연 시간(DPC Latency) 급증 현상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DPC(Deferred Procedure Call) 지연 시간 급증은 최적화가 부족한 드라이버나 하드웨어 구성 요소가 CPU를 장시간 점유하면서 다른 중요한 시스템 작업의 처리를 지연시킬 때 발생한다. Windows는 DPC를 우선순위 기반의 대기열 방식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네트워크나 그래픽, 전원 관리와 관련된 단 하나의 느린 드라이버만으로도 시스템 전체에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미세한 지연은 실시간 작업에서 프레임 드롭과 입력 지연(Input Lag), 음악 재생 시 발생하는 크랙(Crackling)이나 팝(Popping) 노이즈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NVMe SSD와 Wi-Fi 7 어댑터가 모두 칩셋에 연결된 시스템에서 NVMe SSD의 대용량 데이터 전송과 Wi-Fi 다운로드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HDA 인터페이스 역시 칩셋에 연결되어 있다면 DPC 지연 시간이 급증할 수 있으며, 이는 음악을 재생할 때 크랙이나 팝 노이즈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인텔은 HDA 버스를 칩셋에 배치할 수 있지만 AMD는 그렇지 않은 이유는, 양사가 사용하는 칩셋 연결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인텔은 DMI(Direct Media Interface)를 사용하는 반면, AMD는 표준 PCI Express를 칩셋 연결 버스로 사용한다. 물리 계층만 놓고 보면 DMI 역시 PCIe 기반이지만, 그 위에 하드웨어 수준의 QoS(Quality of Service)를 제공하는 복잡한 프로토콜 계층이 추가되어 있다. 이를 통해 등시성(Isochronous) 데이터 전송 시 필요한 대역폭을 보장하고, 대용량 저장장치 트래픽보다 지연에 민감한 데이터를 우선 처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오디오 코덱과 같은 저지연 장치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DMI는 HDA 버스를 통한 오디오 스트림과 USB 컨트롤러 인터럽트, 네트워크 패킷 등이 NVMe SSD나 SATA RAID 컨트롤러와 같은 대역폭을 많이 사용하는 장치 때문에 병목 현상을 겪지 않도록 처리한다. AMD에는 이러한 기능이 없기 때문에 HDA 인터페이스를 SoC에 배치했으며, SoC는 QoS 제어 기능을 포함한 고도화된 프로토콜 계층을 갖춘 프로세서 내부 스위칭 패브릭인 Infinity Fabric과 직접 연결된다.
Azalia HDA 규격은 약 15년 동안 사실상 표준 오디오 인터페이스로 자리 잡으며 24비트/192kHz 오디오 스트림에 충분한 대역폭을 제공했다. 하지만 전문가용 오디오 시장에서 32비트/384kHz와 같은 새로운 오디오 규격이 등장하고 DSD 재생 지원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인텔은 오디오 코덱 제조사들이 USB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했다. Realtek ALC4082와 ALC4080 같은 최신 USB 오디오 코덱은 최대 32비트/384kHz를 지원하며, ALC1220S와 같은 기존 HDA 코덱의 대역폭 한계를 극복한다. 인텔은 이러한 USB 오디오 코덱을 칩셋이 제공하는 USB 2.0 포트에 연결하고, DMI의 QoS 기능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플랫폼에 통합할 수 있었다. 하지만 AMD에서는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USB 오디오 코덱을 탑재한 Socket AM5 메인보드에서는 대부분의 메인보드 제조사가 코덱을 칩셋(FCH)의 USB 2.0 포트에 연결한다. 칩셋은 SoC와 표준 PCIe를 통해 연결되기 때문에, 칩셋 연결 버스에 부하가 걸릴 경우 DPC 지연 시간 급증으로 인해 오디오 노이즈가 발생할 가능성이 다소 높아진다.
반드시 이렇게 설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AM5 SoC는 내부 USB 호스트 컨트롤러를 통해 Infinity Fabric과 직접 연결되는 소수의 USB 포트를 자체적으로 제공한다. 그러나 메인보드 제조사들은 이러한 포트를 오디오 코덱 대신 후면 I/O의 USB 3.2 Gen 2 포트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무조건 비판하기도 어렵다. 480Mbps만 필요한 오디오 코덱에 SoC에서 직접 제공하는 10Gbps 대역폭을 할당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고급형 Socket AM5 메인보드 시장에서는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상당수 하이엔드 AM5 메인보드는 USB 오디오 코덱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대신 ALC1220S나 ALC1220P와 같은 최고급 HDA 코덱을 채택한다. 일부 제품은 Front Out과 같은 특정 출력 채널에 ESS의 고신호대잡음비(SNR) DAC를 추가로 탑재하기도 한다. 이러한 구성은 코덱 자체에서 32비트 출력이나 DSD256을 기본 지원하지는 않지만, ALC1220과 고급 ESS Sabre DAC를 조합함으로써 24비트/192kHz 환경에서도 최대 130dB에 이르는 뛰어난 SNR을 구현할 수 있다.
물론 DPC 지연 시간 급증이 실제 오디오 품질에 영향을 미치려면 몇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칩셋 연결 버스가 심하게 포화된 상황이거나, 품질이 좋지 않은 장치 드라이버가 시스템 전체의 DPC 처리를 지연시키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이러한 영향을 크게 체감하지 않을 것이며, 일반적인 ALC1220 기반 오디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애초에 PC 메인보드에 고해상도 USB 오디오 코덱을 도입한 목적은 오디오 애호가나 음악 제작자와 같은 까다로운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플랫폼 설계 역시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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