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롭게 등장한 엔트리 등급 그래픽 카드, 조금은 아쉬운 게임 성능 라데온 RX 6500 XT는 CES 2022에서 정식 발표한 AMD 신형 그래픽 카드로, 엔트리 등급을 담당할 목적으로 출시했다. 다른 라데온 RX 6000 시리즈와는 달리 TSMC 6 nm 제조 공정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 이로 인한 영향인지 게임 클록은 2,610 MHz까지 끌어올려졌고, 표기상 최대 부스트 클록은 2,815 MHz까지 끌어올렸다. 실제 라데온 소프트웨어에서 표기 부스트 클록이 2,704 MHz로 나오는데, 실제 게임 내에서도 2,700 MHz에 수렴하는 클록 유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만 보면 굉장히 좋아 보이지만 함정이 숨어 있는데, 전반적인 전송 대역폭이 상위 모델에 비해 확연히 줄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VRAM으로 들어간 4 GB GDDR6 메모리는 속도가 18 Gbps에 달하지만 메모리 버스는 64-bit이기 때문에 메모리 대역폭 자체는 좁은 편. AMD 측에서는 인피니티 캐시를 활용한 유효 메모리 대역폭을 기재했지만 실제 게임 성능에서는 그리 유용하게 활용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준다. PCIe 4.0 배선 역시 4배속으로 줄어들었는데, 이로 인해 PCIe 3.0 환경에서는 게임에 따라 제법 성능 감소 폭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엔트리 등급 그래픽 카드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매우 높은 성능을 기대하는 게 애초에 잘못이겠지만, 이전 세대 동급 라인업인 라데온 RX 5500 XT보다도 평균 성능이 소폭 낮은 건 조금 실망스러운 부분. 특히 MSRP로 따지더라도 라데온 RX 6500 XT는 $199, 라데온 RX 5500 XT는 $169에 해당해서 성능은 낮은데 가격은 더 비싼 상황. AMD 측에서 주장한 vs. 라데온 RX 570, vs. 지포스 GTX 1650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성능 차를 보여주는 편이지만 AAA 게임이나 요구 사양이 높은 게임을 즐기기에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여담으로 인코딩 코덱과 더불어 AV1 코덱 미지원 또한 라데온 RX 6500 XT를 평가함에 있어서 아쉬운 대목.
■ 최신 AAA 게임을 즐기기에 4 GB VRAM + 64-bit 메모리 버스는 다소 부족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라데온 RX 6500 XT는 4 GB GDDR6 메모리를 탑재했다. 하지만 최신 게임으로 올수록 VRAM 요구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라데온 RX 6500 XT는 메모리 대역폭이나 PCIe 대역폭도 좁은 편이기 때문에 이러한 VRAM 부족은 급격한 성능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하며, 이는 일부 게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러한 대역폭 부족이 심각하게 드러나는 상황은 레이트레이싱 옵션을 활성화했을 때였는데, 테스트에 활용한 2종 게임에서는 모든 옵션을 최소로 낮추고 레이트레이싱 옵션만 활성화하더라도 정상적인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AAA 게임에 해당하는 이야기. 시선을 조금만 바꿔보면 조금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 MOBA 게임이나 캐주얼 게임과 같이 하드웨어 요구 사양이 낮고 메모리 대역폭을 매우 높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라데온 RX 6500 XT는 충분히 괜찮은 성능을 발휘한다. 코어 온도나 소비 전력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온도로 인한 문제나 파워서플라이 용량 부족과 같은 현상으로부터는 제법 자유로울 수 있다.
■ TBP 107 W, 그래픽 카드가 요구하는 전력량은 부담감이 적다 라데온 RX 6500 XT는 게임 성능 면에서 조금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코어 온도나 소비 전력을 고려하면 납득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특히 소비 전력 측정에서 평균 95.1 W를 기록했으며, 시스템 전체 소비 전력으로 보더라도 200 W 수준에 그쳤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어지간한 시스템 사양에서는 무난하게 구동할 수 있다는 얘기이므로 시스템 구성에 대한 부담감은 꽤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오버클록은 제품에 따른 편차가 심할 수 있기에 정답이 없지만, 퀘이사존에서 입수한 샘플은 실제 게임에서 2,800 MHz 수준을 무난하게 유지하는 게 가능했다. 비록 메모리 대역폭이나 PCIe 4.0 x4에서 발목이 잡히기는 하지만, 오버클록 환경에서도 요구 전력량은 낮은 편이라는 점 참고 바란다.
■ 불편하지만 확인해둬야 할 채굴 성능, 썩 우수하지는 않은 편 그래픽 카드 콘텐츠를 작성하는 입장에서 채굴 성능을 언급하는 건 역린을 건드린다는 인상을 주므로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채굴 성능을 확인한다면 광부로 끌려가는 비중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고, 이는 가격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이번 콘텐츠에서는 채굴 성능을 확인해 보았는데, 라데온 RX 6500 T는 Ravencoin 채굴을 기준으로 평균 8.61 MH/s를 기록했다. 다른 제품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위치인지 조금 더 명확하게 보일 텐데, 라데온 RX 570이나 라데온 RX 5500 XT, 지포스 GTX 1060 등 대다수 대조군보다 낮은 채산성이다. 채산성이 낮다는 루머는 적중한 셈인데, SP 숫자가 1,024개로 비교적 적고 메모리 성능에서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채산성도 떨어지는 결과로 보인다. 이런 결과를 통해 광산에 끌려가는 비중이 낮아진다면 가격적인 면에서도 다른 그래픽 카드에 비해 저렴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물론 어디까지나 꿈같은 얘기일 뿐, 실제 가격이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
■ RX 480 4GB 모델과 같은 $199,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국내외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나 포럼에서 라데온 RX 6500 XT는 FP32 성능이나 가격, VRAM 용량 등을 따졌을 때 라데온 RX 480 4GB 모델과 같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평가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칭찬으로도, 불만으로도 들릴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불만 쪽에 가까워 보인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신형 그래픽 카드를 출시하면 일반적으로 비슷한 가격에 더 나은 성능, 같은 라인업이라면 확실하게 앞서는 성능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런 측면을 고려한다면 라데온 RX 6500 XT는 SP 개수(RX 6600 대비 768개 감소), VRAM 용량, 메모리 버스, PCIe 배속, 지원 코덱 등 다양한 지점에서 볼멘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기대하는 건 바로 가격인데, 아무래도 MSRP 기준 자체가 $200 이내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 현재 그래픽 카드 가격은 여전히 정상적인 가격 범주라고 보기는 어렵고, 이로 인해 업그레이드나 다운그레이드를 함부로 시도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MOBA 게임이나 캐주얼 게임을 적절하게 즐기는 수준에서 저렴한 그래픽 카드를 찾는 사용자라면 충분히 타깃이 될 수 있어 보이는 만큼, 국내 출시가가 충분히 합리적이라면 이 모든 단점을 상쇄할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