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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음향은 위험한 취미 중 하나로 분류합니다. 생명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위험한 취미라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정작 위험한 건 우리 계좌에 찍혀 있는 숫자인데요. 소리에 심취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위 모델로 눈길이 가기 마련인데, 고가 제품은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대에 판매돼서 붙은 오명(?) 같은 겁니다. 그런데 사실 어떤 분야든 간에 마니악하게 파고드는 순간, 입문 때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금액을 지불하게 됩니다. 단지, 음향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성능 향상 폭이 미세해지고 취향이라는 강력한 기호가 작용하기 때문에 정답이 없다는 함정이 있을 뿐입니다. 가령 비싼 제품을 구매했다고 가정했을 때, 구매 초기에는 당연히 부푼 기대감이 상승효과를 일으키며 굉장히 좋은 인상을 받습니다. 마치 연애 초기 '콩깍지가 씌었다'라고 표현하는 그러한 상태와 비슷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굉장히 미세한 부분부터 신경 쓰이다가 결국 다른 제품에 눈길이 가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혼란한 시장에도 통하는 격언이 하나 있습니다. 처음부터 레퍼런스 급을 구매하면 돈을 아낄 수 있다. 뚜렷한 취향이 없는 상태라면 졸업도 가능한 성능이라서 충분히 공감하는 바입니다. 다만, 음향 시장에서 레퍼런스라고 불리는 헤드폰을 구매하려면 최소 20만 원 중반에서 많게는 60만 원까지 지불해야 합니다. 게다가 이 장비를 제대로 구동하기 위해선 출력이 뒷받침되는 앰프와 같은 장비가 필요하죠. 만약 보이스 채팅을 즐기는 분이라면 마이크도 따로 구비해야 합니다. 음향 제조사들이 만들어내는 제품으로 시스템을 꾸리면 적당히 타협하더라도 돈 100만 원은 우습게 증발합니다. 그래서 게이머들은 차선책으로 마이크를 기본으로 내장한 헤드셋 구매를 고려하게 됩니다.
헤드셋은 사용 환경을 고려하여 대부분 밀폐형으로 설계하는 데다가 마이크까지 달려있으며, 게임과 관련한 부가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음질에서 일부 타협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USB 인터페이스나 무선으로 설계하여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게끔 설계하는데, 두 방식은 노이즈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처럼 기존 음향 기기 대비 추가된 건 많은데, 가격이 저렴하다면 일단 의심을 해봐야 합니다. 무언가가 결여되어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자본주의는 철저하게 돈의 논리로 해석이 가능한데, 주관적인 영역이라고 불리는 음향 시장 역시 미신의 영역이 아닌 정상 범주 안에서는 이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게이밍 음향 시장은 1~3만 원대 헤드셋이 장악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가격대 제품 품질이 좋을 리가 만무합니다. 우선 저가 게이밍 헤드셋은 기본기를 챙기기 어렵습니다. 여기에서 기본기란 드라이버 튜닝뿐만 아니라 착용감도 해당되는데요. 두상 그리고 착용감에 대한 올바른 고찰이 없는 상태에서 헤드셋을 설계하면 당연히 제대로 된 제품이 탄생할 리 없습니다, 착용감은 참는다고 해결되는 부분이 아니라서 자연스럽게 다른 제품으로 눈길을 돌리게 되는데, 이 단계에서 어중간한 제품을 구매한다면 같은 과정을 또다시 거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소 부담스럽겠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투자를 하는 게 돈을 아끼고 만족스러운 물건을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H3pro ANC는 단일 색상으로 출시했습니다. 그래서 상자 디자인도 하나인데요. 어두운색에 맞는 검은색과 녹색 조합을 한 상자를 활용했습니다. 패밀리룩을 이루고 있어서 H3 혹은 H3 Hybrid 상자와 큰 차별점은 없습니다. 앞면과 오른쪽 옆면에 걸쳐 제품 외형을, 왼쪽 옆면과 뒷면을 통해 사양 및 주요 특징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상자 내부는 완충재를 잘 채워 넣어 제품을 안전하게 보호합니다. 제품 전체를 감싼 형태라서 배송 중 파손이나 흠집이 발생할 일은 없을 거로 예상합니다.
구성품은 제품 아래 있는 긴 검은색 상자 안에 모았습니다. 구성품은 커버 플레이트와 USB 무선 신호 송신기Dongle, USB Type-C to A 케이블, 2.5 mm to 3.5 mm 4극 아날로그 케이블, USB Type-A 연장 케이블 그리고 관련 문서입니다. USB 케이블은 충전뿐만 아니라 PC 연결에도 활용하므로 얇고 길게(2 m) 설계했고, 3.5 mm 4극 케이블은 콘솔 게임기나 포터블 기기 연결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1.5 m로 설계했습니다.
외관은 H3 Hybrid와 큰 차이 없습니다. 다만, 프로 버전은 H6PRO 세 가지 색상 중 하나인 Sebring Black과 같은 콘셉트입니다. 다른 버전에 활용한 검은색과 흰색은 깔끔하지만, 차별화된다는 느낌은 없었는데요. H3pro ANC에 적용한 파랑은 남색에 가깝고 광택 덕분에 조금 더 특별해 보입니다. 흔하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동시에 잡았습니다. 다만, 메탈릭한 느낌을 강조하여 눈에 더 잘 띄게 됐는데, 이로 인해 아웃도어용으로 활용하기가 다소 부담스럽다고 여기실 분도 계실 거로 예상합니다. 개인적인 호불호와는 별개로 실용성을 고려한 재질 선택, 착용감을 위한 장치 등 실용성을 많이 챙긴 제품입니다. 성능과 디자인, 두 가지 요소 중 하나를 버리지 않고 타협점을 잘 찾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진을 누르면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4극 아날로그 케이블은 GSP 시리즈처럼 이어 컵 하우징 안으로 밀어 넣는 형태입니다. 외관상 일체감이 훌륭할 뿐만 아니라 내구성 면에서도 좋습니다. 반면에 USB 케이블은 단자 일부가 노출됩니다. 이 케이블도 안으로 밀어 넣는 방식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이 부분을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외형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충격이 가해졌을 때 견뎌낼 수 있는 내구성에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USB 케이블도 다소 아쉬웠습니다. 길고 얇은 점은 좋았지만, 부드럽지 못합니다. 3.5 mm 케이블처럼 직조 마감에 부드럽기까지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물론, 이 제품은 2.4 GHz 무선 연결이 주가 될 테니 큰 문제는 아닙니다.
첨부해 둔 사양표를 보시면 블루투스뿐만 아니라 3.5 mm 아날로그 연결을 했을 때 약 29시간(ANC on: 18.5시간) 정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또한 두 가지 방식을 동시에 활용한다면, 19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죠. 이는 드라이버를 구동하기 위한 앰프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USB로 연결한다면 충전과 동시에 전력 공급이 되므로 사용 시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3.5 mm 아날로그 연결은 앰프를 구동하기 위한 에너지를 얻어낼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어 컵 하우징 내부에 배터리를 활용합니다.
그렇다면 왜 무선 연결인 블루투스보다 유선 연결인 3.5 mm 아날로그 방식이 더 많은 배터리를 소모하는 걸까요? 가장 쉽게 설명하는 방법은 음질 차이입니다. 블루투스 연결은 무선이긴 합니다만, 대역폭 한계로 인해 압축률을 높이는 선택을 합니다. 즉, 음원 정보에서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블루투스 버전이 높아지고 대역폭이 넓어지면서 낮은 압축률로도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고음질 코덱이 나오긴 했으나, 어찌 되었든 간에 압축이 이뤄지는 순간 순수한 데이터에 비해 전송할 데이터양은 줄어들게 됩니다. 압축된 데이터를 사람이 인지하느냐 마느냐는 두 번째 문제입니다. 반면에 아날로그 유선 연결은 이런 손실 없이 모든 정보를 전달하게 되므로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게 되는 거죠.
Type-C 포트와 전원 버튼 사이에 있는 건 LED 인디케이터입니다. 이 부분에서 점등하는 LED 색상과 깜빡임 등을 통해 상태를 파악할 수 있죠. 전원 버튼 위에 있는 마이크는 2차 마이크입니다. 오른쪽 뒤편에는 블루투스 관련 다기능 버튼과 ANC 상태 전환 스위치가 있습니다. 다기능 버튼을 3초간 누르면 페어링 모드로 진입하며, 전화를 수신하거나 끊을 수도 있습니다. 통화를 거절하고 싶다면 전화벨이 울릴 때 두 번 누르면 됩니다.
오른쪽에 있는 볼륨 조절 휠은 3.5 mm 아날로그 연결에선 꽤 세밀하게 조절되는 편이나, USB 연결을 했을 때는 다르게 작동합니다. 운영체제 볼륨과 동기화되는데, 2씩 총 50단계로 조절되는 게 아니라 미리 지정된 값 16개로만 조절이 가능합니다. 세밀한 볼륨 조절이 EPOS 제품의 장점이었다는 걸 고려한다면, 이 설계는 아쉽긴 합니다. H3 Hybrid가 최초 8단계였고, 추후에 16단계로 업데이트된 이력을 떠올린다면 더 세밀화할 여지도 있을 겁니다.
EPOS 무선 H3pro ANC 헤드셋은 연결 방식이 총 네 가지입니다. 유선 연결은 3.5 mm AUX 케이블과 USB Type C to A 케이블을 활용하면 됩니다. PC와 함께 활용한다면 USB 연결이 여러모로 좋습니다. 아날로그 연결도 전원을 켜야 하는 방식이라서 충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가 가장 크고, 두 번째는 소프트웨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반면에 3.5 mm 아날로그 연결 방식은 Xbox처럼 호환성을 크게 가리는 콘솔 게임기와 활용하면 좋습니다.
위 단락에서 언급한 유선은 특정 상황에서 필요한 연결 방식이며, 메인은 동글을 활용한 2.4 GHz 무선과 블루투스입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무선에서 발생하는 소소한 문제점보다는 장점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한데요. 2.4 GHz 무선 연결은 딜레이와 안정성 측면에서 유선과 큰 차이가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PC와 함께 활용할 때는 이 방식을 가장 추천하는 바이며, 동봉된 케이블과 어댑터를 통해 책상 위에 동글을 배치하는 게 좋습니다. 블루투스는 신호 전송 대역폭과 안정성 등에서 2.4 GHz 무선 연결보다 좋지 못한 모습을 모이기 때문에 음악을 감상하는 용도로 활용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JumpMix는 디바이스 두 개에 헤드셋을 연결하는 기능입니다. 블루투스 프로파일을 활용한 기술로 2.4 GHz RF 신호 무선 혹은 AUX 케이블, USB 케이블을 활용한 유선 연결 중 하나와 블루투스 방식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EPOS가 칭하는 기술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 가지 디바이스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믹싱하여 동시에 출력합니다. 별로 유용하지 않은 기술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텐데요. 상황에 따라선 분명 유용한 기능입니다. 그 상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전화 놓치는 빈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밀폐형 헤드셋을 착용한 상태에서 소리까지 출력되는 상황이면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벨 소리를 듣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 JumpMix 기능을 활용하면 헤드셋을 통해 벨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전화를 수신하면서 PC 소리를 동시에 들을 수도 있는데, 대화에 집중이 안 된다면 PC 소리를 줄이거나 음소거를 하면 됩니다. 다만, 아이폰을 활용하는 경우라면 수신 기기를 EPOS H3PRO로 변경해야 정상적인 수신이 가능하며, 이때 소리를 동시에 들을 수는 없습니다. 이 부분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는 다른 점이며, 통화를 끝내면 자연스럽게 PC로 전환합니다.
두 번째는 저사양 PC나 노트북과 함께 사용할 때 성능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디스코드와 같은 음성 채팅 프로그램은 은근히 자원을 많이 잡아먹습니다. 게임과 동시에 켜놓을 경우 프레임 저하가 발생할 수 있는데요. 이때 스마트폰에 디스코드를 설치하여 음성 채팅을 한다면 PC가 부담해야 하는 짐을 내려놓는 셈입니다. 헤드셋이 음성 채팅 프로그램을 인식하면 자동으로 마이크 신호가 스마트폰으로 전송됩니다. 고사양 PC를 사용하는 분에게는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지만, 그렇지 못한 분에게는 꽤 유용한 기능일 겁니다.
마지막으로, 콘솔 기기로 게임을 즐기면서 다른 음악을 듣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을 예로 들면, 아이템을 줍기 위해 같은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정신이 혼미해질 때가 있는데, 이럴 때 노동요가 절실합니다. PC 버전이라면 게임과 스트리밍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하면 될 일이지만, 콘솔 기기는 이러한 부분에서 자유도가 떨어집니다. 이때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에 연결한 뒤 음악을 재생하면 게임 소리와 음악 소리를 동시에 들을 수 있습니다.
Sennheiser 로고를 찾아볼 수 없는 EPOS 제품 대부분은 위 사진 자료처럼 마이크를 떼낼 수 있습니다. 커다란 마이크를 제거한 뒤 커버 플레이트를 부착하면 헤드폰으로 변신하죠. H3 시리즈는 이어 컵이 작아서 무리 없이 아웃도어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붐 암 마이크를 제거하면 앞서 살펴봤던 2차 마이크가 작동하게 됩니다. EPOS가 자랑하는 마이크 성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블루투스 연결 기능을 극대화할 방법을 강구해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 결과물이 굉장히 훌륭합니다. 마이크를 연결할 때 올바른 방향이 아니면 자석이 서로 밀어내서 헷갈릴 일이 없습니다. 제대로 부착했다면 강한 자력덕분에 쉽게 떨어지지 않는 점도 좋았고요. 탈부착 방식과 플립 방식이 가지는 장점을 결합했기 때문에 사용하면서 불편하거나 아쉬운 점은 없었습니다.
▲ 멀티조인트 힌지 예시(제품: EPOS H6PRO)
위 자료는 H6PRO 제품으로 제작했습니다만, 작동 원리는 완전히 같습니다. 아웃도어를 고려한 제품이지만 스위블과 폴딩 기능이 없어서 휴대성 면에서는 다소 불리합니다. 하지만 멀티 조인트 힌지 덕분에 착용감과 소음 차단 성능이 좋습니다. 헤드 밴드가 제공하는 적절한 장력과 다양한 방향으로 이어 컵 하우징을 움직이도록 돕는 멀티 조인트 힌지가 조합되어 얼굴에 아주 잘 밀착됩니다. 밀착이 된다는 건 소리를 잘 차단함과 동시에 새어 나가는 걸 최소화한다는 걸 의미하죠. 저는 두 가지 요소가 밀폐형 헤드셋을 설계하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해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편입니다. 그리고 이 부문에서 EPOS를 뛰어넘을 수 있는 브랜드가 있을까 싶습니다. 이는 노이즈 캔슬링 테스트 단락에서 PNI(Passive Noise Isolation) 성능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총 10단계로 길이 조절 슬라이드를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습니다. 슬라이드 프레임 자체는 철재이지만, 걸리는 느낌을 플라스틱으로 구현했는데요. 플라스틱 부분이 파손된다면, 길이 조절 기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부분이 파손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제품을 최대한 늘렸을 때 약 4.5 cm, 합치면 9 cm 정도가 되는 셈인데, 늘어나는 폭이 큰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기본 크기도 평균 수준이라서 머리 크기에 따른 제약은 없을 거로 예상합니다. 다만, 이어 컵이 작다는 게 변수가 될 수는 있습니다.
헤드 밴드 두께를 부분부분 다르게 설계해서 머리에 밀착되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특히, 저는 정수리 부분이 살짝 튀어나온 두상을 가지고 있는데, H3pro ANC는 이 부분을 가장 얇게 설계해서 오랜 시간 착용했을 때 압박감이 덜 느껴졌습니다. 이어 패드는 세 가지 소재를 조합했습니다. 얼굴과 닿는 부분은 벨루어 재질을, 귀와 닿는 부분인 안쪽은 메시mesh 재질과 유사하게, 내구성이 중요한 바깥 부분은 인조 가죽으로 구성했습니다. 제조 과정이 번거로운 만큼 별도 구매 시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어 패드지만, 사용했을 때 만족감은 어느 이어 패드도 넘보기 힘든 완성도라고 생각합니다. 이어 패드 내부 세로 직경은 약 6.5 cm, 가로는 약 4 cm이며, 깊이는 약 2 cm 정도로 귀 크기에 따라 여유가 없다고 느낄 여지가 있습니다.
▲ 마이크 X: 291 g / 마이크 O: 310 g
무게는 붐 암 마이크를 제거했을 때 약 291 g, 장착했을 때 310 g으로, H3 Hybrid보다 약 8 g 정도 더 무겁게 측정됐습니다. 하우징 내부에 앰프와 배터리를 내장한 제품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가볍다고 표현해도 무방합니다. 실제로 착용했을 때 어느 한 부분에 무게 중심이 쏠리지 않았으며, 사용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다.
노이즈 캔슬링은 음향 기기에 크게 관심이 없는 분이라고 할지라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텐데요. 여러분이 상상했던 거보다 훨씬 오래전에 연구된 기술입니다. 기술 자체는 더 이전이지만, 본격적으로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개발하기 시작한 건 1970년대입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 BOSE로부터 말이죠. 항공기에 탑승한 보스 박사는 소음으로 인한 불편함이 크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파동이 역위상 파동과 섞이면 상쇄되는 성질을 활용하여 수학적 계산을 비행기가 착륙하기 이전에 마칩니다.
하지만 이 기술을 제품으로 완성해 내는 건 그리 녹록지 않았나 봅니다. 1978년 시작한 작업은 1989년에 마무리할 수 있었으며, 약 600억에 달하는 개발 비용을 투자했습니다. 이러한 노력 끝에 BOSE는 독보적인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보유할 수 있게 됐죠. 물론, 이 기술에 BOSE만 관심을 보였던 건 아닙니다. Sennheiser 역시 독일 항공사에게 의뢰받은 제품을 1987년에 완성한 바가 있습니다. 소음성 난청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고안된 노이즈 캔슬링 기술은 SONY와 Apple을 통해 대중에게 스며들게 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에게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EPOS는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게이머에게도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당연한 의식의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게이머들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많은 소리 정보에 집중하기 위해 밀폐형 헤드셋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제조사들 역시 오픈형보다는 밀폐형으로 제품을 설계합니다. EPOS의 모기업인 Demant는 보청기 기업답게 귀와 소리에 대한 연구를 굉장히 많이 진행했는데요. 소리 정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뇌가 정보를 해독하는 과정에서 왜곡이 발생한다는 점에 집중했습니다. 외부 소리 정보를 차단함으로써 더 높은 몰입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EPOS는 노이즈 캔슬링에 집중합니다.
노이즈 캔슬링에 접근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패시브와 액티브로 구분합니다. 그동안 EPOS 제품은 멀티 조인트 힌지를 통해 물리적 소리 차단에 집중해왔는데, 이를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혹은 아이솔레이션)이라고 합니다. 밀폐형 헤드셋이라면 이 설계가 어느 정도 되어 있는 셈인데, 이어 패드 밀착력과 장력에 따라 성능은 천차만별입니다. EPOS 제품은 이 성능이 굉장히 좋을 거로 예상할 수 있죠. 그리고 지금 다루고 있는 이 제품은 역위상 파동을 활용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술까지 가미한 제품으로 기존 제품 대비 더 훌륭한 소음 차단 성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에만 집중하실 텐데, 사실 물리적 차단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 이유는 아래 테스트 결과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노이즈 캔슬링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위해 테스트를 진행해봤습니다. 현 시점 기준 가용할 수 있는 장비로 구현해서 정확도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상대적인 결과를 도출해내는 방식이라서 참고용으로는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자료를 첨부합니다. 테스트 방법은 간단합니다. 스피커를 통해 핑크 노이즈1)를 발생시킨 뒤 이어 시뮬레이터로 측정합니다. 이 값이 위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검은색 점선입니다. 그다음 이어 시뮬레이터에 테스트할 헤드셋을 씌운 뒤 다시 한번 노이즈를 발생시킵니다. 이걸 측정한 결괏값이 하늘색 선입니다. 이를 PNI(Passive Noise Isolation)이라고 하며, 쉽게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이라고도 표현합니다. 이 값은 단순히 헤드폰을 장착했을 때 주변 소리가 어느 정도로 감쇄되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ANC(Active Noise Cancelling) 기능을 활성화하고 측정을 진행합니다. 이 결과를 주황색 선으로 표시합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고음역은 PNI와 ANC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고음역 소리가 가진 특성으로 귀를 밀폐하는 단계에서 소리 대부분을 차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영역은 저음에서부터 중음역 정도까지인데, 하늘색 그래프와 주황색 그래프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ANC 성능이 좋다고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ANC 성능이 좋은 제품으로 유명한 SONY WH-1000XM4는 전체적으로 30 dB 정도 감쇄시키며, 그 외 성능이 좋다고 알려진 제품들은 20~25 dB 정도 감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비 신뢰구간은 과감하게 잘라내어 최대한 그래프를 보기 편하게 만들었습니다.
EPOS는 H3pro ANC가 고음역에서 30 dB, 저음역에서 16 dB 정도 소음 감쇄를 이뤄낸다고 말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들은 꽤 정직한 기업입니다. 저음역은 최대 17 dB 감쇄로 측정됐으며, 오차 범위를 고려한다면 EPOS가 공개한 내용에 부합하는 결과입니다. 다만, 이 수치가 좋은 편인가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하기는 어려운 수준입니다. 아웃도어용으로 작정하고 설계한 BOSE나 SONY 블루투스 헤드폰은 최대 30 dB 중반 수준으로 소리를 차단하기 때문이죠. 물론, H3pro ANC는 실내 사용이 주목적이라서 일 대 일 비교는 어렵겠습니다만, 야외 활용도 충분히 염두에 둘 수 있는 제품이라서 완전히 관계가 없지는 않습니다. 즉, 주 용도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겠습니다.
반면에 고음역은 최대 42 dB 정도가 감쇄되는 걸 확인했는데요. 이는 무려 EPOS가 말한 결과보다 12 dB 정도 더 좋은 수치입니다. 중음부터 고음 주파수는 PNI가 작용하는 부분으로, 제품이 귀를 얼마나 잘 밀폐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데요. EPOS 제품은 멀티 조인트 힌지 덕분에 굉장히 잘 밀착되는 편입니다. 즉, 착용 방식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데, EPOS는 굉장히 보수적인 결과를 공개한 듯합니다. 테스트를 준비하면서 8종 정도의 ANC 지원 제품을 테스트해 봤는데 그중에서 PNI 성능은 이 제품이 가장 좋았습니다.
1) 핑크 노이즈: 신호의 크기를 측정하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만든 잡음 신호를 말하며, 단일 노이즈가 아닌 재생 주파수 대역에서 고르게 재생되는 노이즈 레벨을 말함.
▲ 붐암 마이크 테스트 자료
마이크 성능은 EPOS 제품답게 좋습니다. 왜곡이 크게 느껴지지 않고, 거슬리는 잡음도 없습니다. 게다가 이 제품은 소프트웨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취향에 맞게 소리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EQ를 조절한다거나 제공하는 프리셋을 활용하여 목소리를 따듯하게 혹은 선명하게 변경할 수 있는데, 목소리 톤이 낮은 분이라면 선명한 프리셋을 추천합니다. 반대로 톤이 높은 분이라면 따듯한 프리셋을 활용한다면 상대방에게 정돈된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부분은 노이즈 게이트와 노이즈 제거 기능을 통해 주변 소리를 걸러낼 수 있다는 건데요. 노이즈 게이트는 세팅 값보다 작은 소리를 제거하는 기능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수치를 너무 높게 하면 목소리까지 잘려 나가니, 적절한 수치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40에서 50 정도가 적절했습니다. 노이즈 제거는 목소리를 인지하여 말을 하고 있지 않을 때 음소거 상태로 진입하는 기능입니다. 이 기능은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을 때 첫음절이 잘리는 현상이 단점으로 꼽혔는데, H3pro ANC는 꽤 잘 해결해냈습니다. 다만,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리에 따라 울렁거리는 듯한 현상이 있어서 노이즈 게이트 정도만 활용하는 게 좋았습니다. 단순히 키보드와 마우스 버튼 소리 같은 단순한 음을 걸러내는 용도로는 유용할 겁니다.
▲ 이어 컵 내장 마이크 테스트 자료
이어 컵 내장 마이크는 붐 암 마이크를 분리했을 때 자동으로 활성화됩니다. 이 말은 곧 PC에 연결했을 때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걸 의미하는데요. 구조적 한계가 명확한 2차 마이크라서 붐 암 마이크 성능이 훨씬 좋습니다. 마이크를 입 앞에 배치하기 어려우므로 전지향성 캡슐을 활용합니다. 즉, 주변 소리를 효과적으로 제거하지 못한다는 건데요. 마이크 관련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없으므로 목소리와 주변 소리가 섞이게 된다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행인 점은 주변 소리 발생 지점이 목소리보다 멀다면 구분하는 일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TWS나 블루투스 헤드폰과 마찬가지로 바람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으므로 한계는 명확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간단한 통화용으로는 큰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을 테지만, 어지간하면 붐 암 마이크를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본 테스트에 사용한 제품 측정값은 제품 전체 특성을 대표하지 않습니다.
측정 도구, 샘플, 주변 환경 등 여러 가지 요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참고 용도로만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헤드폰 측정은 음향기기가 모의 귀를 완벽하게 밀폐하지 못하거나 뜨는 상황이 발생하면, 밴드를 통해 인위적으로 밀착한 후 측정을 진행합니다. 여러 차례 측정하여 가장 평균적인 값을 사용하며, 직접 기기를 청감하여 그래프와 비교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헤드폰이 귀를 완벽하게 밀폐하지 못할 경우 위 그래프와 다른 성향 소리를 들으실 수도 있습니다. 소리에는 정답이 없지만, 모든 정보를 선명하게 듣고 싶은 분들은 전체 대역이 플랫flat한 특성을 보일수록 좋습니다. 퀘이사존은 리스닝 룸에서 결과를 도출한 올리브-웰티 타깃을 따르는데, 평평한 특성을 보이더라도 저음역이 다소 많다고 느끼는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모든 그래프는 1/3 스무딩을 적용한 상태입니다. 헤드셋 특성을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세밀한 부분을 들여다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방식입니다. 부족한 부분은 글로 풀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았던 EPOS H3 Hybrid와는 달리 H3pro ANC는 소리에 재미를 가미했습니다. 극저음을 위주로 양감을 두툼하게 설계했는데, H3나 H6PRO보다는 억제되어 있어서 밸런스를 무너뜨린다거나 심한 마스킹 현상을 유발하지는 않습니다. 중음은 전체적으로 플랫하지만, 2 kHz 부근에 피크가 존재합니다. 이로 인해 보컬이 조금 더 가깝게 혹은 강조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이는 총소리, 목소리와 관련 있어서 게이머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8 kHz에 피크가 있는데, 이는 치찰음과 관련이 있는 대역입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피크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거슬리는 치찰음이 들리는 건 아닙니다. 측정 장비에 따라 혹은 사람이 가진 귀 모양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대역이라서 참고 정도만 하시는 게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제품을 테스트하면서 크게 거슬리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EPOS 제품다운 튜닝이며,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 감상용으로 활용하더라도 크게 부족함을 느껴지진 않을 겁니다.
ANC를 끄면 소리 성향이 바뀝니다. 고음역은 같지만, 저음과 중음에서 차이가 발생하는데요. 극저음역 위주로 형성되어 있던 강력한 존재감이 약해지면서 중음과 고음이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들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음이 조금 더 선명하게 들린다는 점에서는 좋았습니다만, 저음이 가지는 단단함과 웅장함이 사라지면서 EPOS가 의도한 소리와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ANC 기능을 켜면 화이트 노이즈가 발생하기 때문에 끄고 활용할 분도 계실 텐데요. 소리를 출력하는 상황에선 화이트 노이즈가 그리 신경 쓰이지 않을 확률이 높으므로, 어지간하면 ANC 기능을 활성화하고 사용하는 걸 추천합니다.
2.4 GHz 무선 혹은 USB 케이블로 PC에 연결했을 때, Gaming Suite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능 자체는 GSX 300이나 GSP 370, GSP 670에서 안내해드렸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스테레오 모드와 가상 7.1채널 모드로 전환할 수 있으며, 7.1채널 모드에선 반향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또한, EQ 조절이 굉장히 세밀한 편이며, 가상 7.1채널 모드와 ESPORTS(TREBLE) EQ 프리셋을 함께 활용한다면, 방향감이 더더욱 또렷해집니다.
이어폰/헤드폰에 흔하게 쓰이는 공간감이라는 단어는 사실 정위감1)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합합니다. 정위감을 넘어서는 공간감을 느끼도록 시도한 게 바이노럴, 입체 음향 등입니다. 지금부터 강성훈 음향 공학 박사가 출판한 음향 관련 도서 내용을 인용하여 공간감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간략하게 언급해보겠습니다. 다소 따분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입체 음향을 구현하는 방법과 매우 밀접해서 최대한 간략하게 요약하겠습니다.
1) 정위감: 악기나 보컬 이미지가 정확하게 위치하고 깨끗하게 그려지는 사운드 스테이지 특성
첫 번째로 소리 크기 차이로 인한 거리(원근)감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로, 소리가 클수록 가깝게 느껴지고 작을수록 멀게 느껴집니다. 가까운 경우 저주파~고주파까지 명확하게 들리지만, 거리가 멀어질수록 고주파가 감쇠되어 버리는 특징이 있는데, 이것이 거리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두 번째로 두 귀가 떨어져 있어서 느낄 수 있는 방향(정위)감입니다. 특정 방향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귀 사이에 있는 머리가 장애물 역할을 하게 되어 시간차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단서가 되어 방향감을 자각합니다. 다만, 주파수 파형이 장애물 역할을 하는 머리보다 큰 경우 단서를 알아채기 힘들게 되어, 마찬가지로 저음보다는 고음이 공간감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간접음으로 인해 느껴지는 확산감입니다. 굽은 길이나 온갖 구조물 등에 반사되어 전달되는 간접음은 소리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합니다. 그 대신, 공간에 대한 상상을 하도록 만들어서 공간감 자각에 도움을 줍니다.
귀만 공간감 형성에 기여하는 게 아닙니다. 일정한 크기 소리라도 시각적으로 다른 물체보다 가까워 보인다면 더 크게 들리는 듯한 심리적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실험을 진행한 연구 사례가 있는데, 한 명도 빼놓지 않고 가까운 물체에서 나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입체 음향이 음원보다 게임이나 영화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음원 테스트
헤드셋이 가상 다중 채널을 잘 구현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프라운호퍼가 제공하는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프라운호퍼는 집적회로 연구소로 오디오 및 미디어 기술, 영상 시스템, 에너지 관리, IC 설계 및 설계 자동화, 정보통신시스템, 측위, 의료기술, 센서 시스템, 안전 보안 기술, 공급망 관리, 비파괴 검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개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이번 테스트는 홈페이지에 있는 'HTML5 AAC Audio Playback Tests - Multichannel' 항목에서 가장 밑에 있는 7.1채널 식별 음성 파일을 기반으로 Gaming Suite 설정을 변경하며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EQ 프리셋 중 ESPORTS와 MOVIE는 가상 7.1채널이 활성화됩니다. 물론, EQ를 적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가상 서라운드 활성화하는 건 가능합니다. 그래서 총 세 가지 상황을 가정하여 테스트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EQ를 적용하지 않은 상태와 MOVIE 프리셋은 느낌이 비슷합니다. 프런트Front 소리가 눈앞에 있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사이드Side와 비교했을 때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리어Rear는 뒤통수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방향감이 정확한 편입니다. 거리감 또한 훌륭합니다. 이보다 더 명확하게 방향감을 구현하는 건 ESPORTS(TREBLE) 프리셋이었습니다. 다른 부분은 비슷합니다만, 프런트에서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거리감도 훌륭했는데요. 이 덕분에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알아채는 게 수월했습니다.
EPOS는 게이밍 음향 시장에서 충실한 기본기를 갖춘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보청기 기업 Demant의 자회사로 귀와 소리에 대한 이해도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오랜 기간 Sennheiser와 협업을 통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소리에 대한 접근도 빠르게 이뤄내서 시행착오를 크게 겪지 않았습니다. 지금 시점에는 Sennheiser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만, 그들이 함께하며 쌓아온 유산이 EPOS를 지탱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 출시하는 H3, H6 라인업은 모두 GSP 시리즈를 기반으로 설계하여 기본 성능을 유지함과 동시에 조금 더 대중적인 디자인과 향상된 편의성을 제공합니다. 장점은 유지한 채 단점을 해결하거나 추가 기능을 제공하는 셈이니, 진일보한 제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H3pro ANC는 EPOS 역사상 가장 다재다능한 제품입니다. 기능상 EPOS | Sennheiser 시절 플래그십 헤드셋인 GSP 670에서 아날로그 케이블 연결 방식을 추가한 제품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해 볼 수도 있는데요. 이 방식은 3.5 mm 포트 혹은 어댑터를 통해 거의 모든 기기에 호환성을 고민하지 않고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USB 케이블을 활용했을 때처럼 배터리 걱정을 하지 않고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호환 자체가 안되는 상황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외관을 정돈하고 마이크 탈부착을 구현하여 야외 활용도 가능하도록 설계했는데, 이는 블루투스 방식 활용도를 끌어올린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힌지는 EPOS가 자랑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입니다. GSP 시리즈에서는 장력 조절 헤드 밴드와 함께 강력한 밀폐력을 구현해내는 데 일조했는데요. 이로 인해 밀폐형 헤드셋이 갖춰야 하는 외부 소리 차단 성능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H3, H6 시리즈는 헤드 밴드가 일반적인 헤드폰 형태를 따랐고 장력도 적절하게 변해서 GSP 시리즈만큼 강력한 느낌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티 조인트 힌지 덕분에 얼굴형에 대응하는 성능은 시중 여느 제품과 비교하더라도 꿇리지 않습니다. 이는 이번 칼럼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 성능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음은 단순히 밀폐만으로 차단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해결해야 하는데요. 본문에서 언급한 BOSE나 SONY 만큼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주진 못합니다. ANC 기능을 켜면 미세한 화이트 노이즈가 들리기도 하고 주변 소리가 줄어드는 걸 체감할 수는 있지만, 극적이라는 느낌까지는 받지 못했습니다. 이는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극한의 환경에서 차이가 두드러집니다. 다만, EPOS H3pro ANC는 실내 활용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설계한 제품이라서 실외용 제품과 일 대 일로 비교하는 건 가혹한 처사라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실내 환경에서는 16~17 dB 정도만 감쇄하더라도 충분히 체감할 만큼 소음을 감쇄해 내므로 패시브 방식과 함께 게임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음향 기기 시장에서 30만 원대라고 한다면, 입문 바로 다음 단계 정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게이밍 음향 시장은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아무래도 게임을 즐기는 연령대가 낮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저렴한 제품들로만 시장이 점철되어 온 분위기도 한몫했을 거라 예상합니다. 그래서 게이밍 기어 제조사들은 음향 노하우를 쌓고 녹여내는데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철저하게 게임에 도움이 될 만한 부가 기능을 추가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죠. 그래서 탄탄한 기본기를 원하는 게이머는 게이밍 기어 제조사가 아닌 음향 전문 제조사가 만든 헤드폰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부가 기능을 구현해 줄 사운드 카드를 별도로 구매해야 하며, 무선은 꿈꾸기 어려워집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입니다.
이런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줄 수 있는 기업이 바로 EPOS입니다. Sennheiser와 협업하는 기간 동안 게이밍과 정통 음향 기업 사이에 위치한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현시점에는 게이밍에 조금 더 큰 비중을 두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그중에서도 지금 소개해드리고 있는 H3pro ANC는 소비자가 원하는 요소를 모두 갖춘 제품입니다. 좋은 소리, 좋은 착용감, 필요한 부가 기능 제공, 여기에 넓은 호환성까지. 말 그대로 올인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헤드셋입니다. 호환성과 편의성을 고려하여 구비하는 장비들을 대충만 떠올려봐도 결코 비합리적인 가격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고성능 무선 게이밍 헤드셋이 필요한 사용자
· 호환성이 중요한 사용자
· 주변 소음 차단 성능이 중요한 사용자
· 착용감 좋은 제품을 원하는 사용자
·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할 올인원 제품을 원하는 사용자
· 개방감을 원하는 사용자
· 별도 DAC / Amplifier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사용자
· 야외 활용을 목적으로 강력한 ANC 기능을 요구하는 사용자
* 퀘이사존 로고가 없는 사진은 EPOS 공식 사이트 자료입니다.
* 해외 제품명은 H3Pro Hybrid이며, 국내는 H3 Hybrid와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무선 H3pro ANC'로 변경합니다.
퀘이사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POS 무선 H3pro A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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