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제각각입니다. 과거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를 대표하던 시절, 광안리에서 열린 결승전에 엄청난 인파가 몰린 적이 있습니다. 언론 매체가 이 사실을 집중 조명하며 인기를 널리 알리기도 했지만, 기성세대 대부분은 여전히 게임을 아니꼽게 바라봤습니다. 아침마당에서 e스포츠 상징인 임요환을 앉혀놓고 게임 중독자 취급하며, 사이버머니는 많냐고 물었던 해프닝은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느 정도인지 나타내는 대표적 예시입니다. 게임을 문화로 생각하고 있던 많은 팬들에게 큰 상처를 준 사건이며,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임요환은 의연하게 대응했고, 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죠. 게임은 이처럼 부정적 시선과 맞서 싸워야 했습니다.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는 언제나 날이 서 있었고, 세계보건기구(WHO)마저도 질병 코드를 부여하는 등 가시밭길을 걷고 있습니다.
하지만 COVID-19가 대유행하자, WHO는 PlayApartTogether라는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질병코드를 부여한지 1년도 지나지 않아 태도를 바꾸고, 게임 이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세계적 악재로 인해 게임 산업은 한숨 돌리게 된 셈입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게임 산업이 이런저런 눈치를 봐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통탄스럽습니다. 게임은 이미 대중문화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규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한국이 적극적으로 이미지메이킹 하고 있는 K-POP보다 수출 규모 면에서 8배 정도 큽니다. 특히, 모바일 게임은 세계 게임 시장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알아서 잘 하고 있는 효자 분야를 밀어주지 못할 거면, 적어도 뜯어먹을 궁리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은 게임 산업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e스포츠 분야에서도 두각을 보입니다.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e스포츠와 프로게이머라는 단어를 만들어냈고, 게임 전문 케이블 방송사가 생겨났으며,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합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종주국은 아닙니다만, 현재 e스포츠가 나아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e스포츠는 해를 거듭할수록 몸집을 불려 나갔으며, 대기업도 프로팀에 눈독을 들일 정도로 성장하게 됩니다. 인구가 아주 많은 국가는 아니지만, 고맙게도 꾸준하게 실력 좋은 선수들이 등장한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로 인해 한국인은 평균적으로 게임을 잘한다는 평을 받는데, 모든 게 PC방 유스 시스템 덕분이라고 말하는 누리꾼도 존재합니다. 척박하지만 어떻게든 성장해나가는 게임 산업을 지켜보다 보니 야생화와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