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데.온. 안녕하세요. QM벤치입니다.
오늘은 좀 무거운 주제를 들고 왔습니다. 네 바로 '라데온' 그 자체입니다. 그냥 세 글자만 썼을 뿐인데 뭔가 마음이 무겁습니다. AI로 미친 듯이 잘나가는 엔비디아 지포스에 비해 상황이 안 좋은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실제로 소비자용 그래픽카드 시장에 한정해도 점유율과 판매량 모든 부문에서 압도적 격차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더 심각한 건 라데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입니다. 퀘이사존 내 그래픽카드 게시판을 조금만 둘러봐도, 라데온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는 아래와 같이 단박에 정리가 가능할 정도입니다.

"희망이 없다. 드라이버 오류가 많다. 전성비가 나쁘다. 빨판상어 전략. 성장형이 아닌 재활형."
심지어 가성비가 아무리 좋더라도 지포스를 두고 라데온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를 말리는 풍조도 있습니다. 정말 갈 때까지 간 상황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라데온 브랜드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 합니다.
라데온은 원래부터 이런 취급을 당했을까? 그런데 라데온은 원래부터 이런 취급을 당했을까요? 늘 드라이버로 욕먹고, 쓰지도 못할 카드였고, 지포스에는 비비지도 못하고...? 아닙니다. 한때는 정말 지포스가 움츠러들 정도로 시장을 지배한 적도 있었고, 절대적인 성능은 물론, 가성비 전성비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던 시절이 분명 존재했습니다. 물론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2등의 시간을 보내왔고 지포스 대비 드라이버에 대한 성토가 더 컸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도 분위기까지는 아니었습니다.
AMD는 최근 라데온 RX 7600을 출시하며, 그래도 신제품 그래픽카드 라인업 중에서는 가장 저렴한 $269 MSRP로 낮은 예산 구매자에게 어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분위기 반전은 결코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먼저 라데온 브랜드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오랜 시간 하드웨어에 취미를 두고 계셨던 컴덕후분들이라면 넘어가셔도 좋습니다. 젊은 분들 또는 PC 하드웨어에 취미를 붙인지 얼마 안 된 분들은 라데온이 얼마나 대단한 녀석이었고, 또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실 겁니다. 이걸 알면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데 흥미로운 정보가 될 수 있겠네요. 궁금하지 않다고요? 그럼 넘어가셔도 좋습니다.
라데온 | Radeon - 그 유구한 역사
개념 정리부터 하죠. 라데온Radeon은 AMD(Advanced Micro Devices)의 GPU 브랜드입니다. 또한 엔비디아 지포스GeForce 라는 매우 강력한 브랜드와 직접 경쟁 관계에 놓여있기도 합니다. 현재 외장형 그래픽카드는 인텔까지 합세한 삼파전 모양새긴 하나, 인텔은 이제 시작이니 잠시 논외로 하겠습니다. 아무튼 지포스와 라데온은 아주 오랫동안 싸움을 이어오며 맞수 경쟁 구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 ATi Rage Fury(출처: Techpowerup)
라데온 브랜드의 시작으로 가볼까요? 지금은 AMD 라데온이지만, 본래 라데온은 AMD가 ATi Technologies 인수 이전 시절, 즉 ATi로부터 탄생한 브랜드입니다. ATi는 1985년에 설립된 그래픽카드 회사로 초기엔 OEM 제품을 만들다가 이후 소비자 그래픽카드 시장에도 뛰어들었습니다. 1996년 레이지Rage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존재감을 보였고, 이후 다양한 파생 모델을 내놓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레이지 퓨리Rage Fury는 이후 R9 Fury X 그래픽카드에서 다시 한번 네이밍이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2000년, 라데온의 탄생 
▲ 2000년에 출시한 ATi Radeon SDR(출처: Techpowerup)
최초의 라데온 등장 시기는 새 천년이 도래했던 2000년입니다. 지금도 명작 드라마로 회자되는 태조왕건이 바로 이때 방영을 시작했었죠. 또 다른 그래픽카드 제조사인 3dfx가 엔비디아에게 인수당한 때이기도 합니다. 코드명 R100과 180 nm 공정으로 태어난 ATi Radeon은 라데온 브랜드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었고, 이후 출시된 라데온 8500은 당시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지포스 3를 위협하는 성능을 보여주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2002년, 지포스를 넘어 최고 자리에 
▲ 2002년에 출시한 ATi Radeon 9700 Pro(출처: pngegg.com)
2002년은 라데온에게 잊기 힘든 해입니다. 만년 2등 그래픽카드로 남아있던 라데온이 드디어 확실하게 정상에 오르던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등장한 그래픽카드가 바로 지금도 회자되는 라데온 9700 Pro입니다. 당시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최고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4 Ti 4600이었는데, 32비트 컬러 성능과 비등방성Anisotropic 필터링 적용 시 압도적인 성능 차이로 따돌리면서, 엔비디아 자존심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이 시기의 지포스는 최고의 3D 성능으로 초기 브랜드 이미지를 다지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매우 뼈아픈 패배이기도 했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엔비디아는 지포스 FX 5800 시리즈를 부랴부랴 출시하지만, 성능, 발열, 소비전력 무엇 하나 라데온 9700 Pro 대비 확실히 뛰어나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이후 2003년 엔비디아는 어떻게든 라데온을 이겨보겠다고 지포스 FX 5900 Ultra, FX 5950 ULTRA 등을 선보였지만, 라데온의 9800 Pro, 9800 XT의 벽을 넘지 못했죠.
2003년, 메인스트림 전설의 시작 
▲ 2003년에 출시한 ATi Radeon 9550(출처: Techpowerup)
하이엔드 싸움에서의 승리도 의의가 컸지만, 무엇보다 이 시기 진정한 주인공은 라데온 9550입니다. 메인스트림 시장에서 정말 잘나갔던 모델이죠. 가격도 저렴한 편이었는데, 오버클록 잠재력도 뛰어나니 인기가 정말 대단했습니다.(실제 정체성은 상위 GPU를 다운클록하여 판매했던 모델) 10만 원 대 가격으로 상위 모델을 모조리 넘보던 카드였죠. 지금처럼 GPU 부스트 기술이 없던 시기였기에 그래픽카드 오버클록 잠재력은 상품성에 매우 큰 변수로 작용하던 시절이기도 합니다. 암튼 시장이 라데온으로 재편되었던 시기입니다.
뒤이어 등장한 라데온 X800, X1800, 1900 시리즈는 당시 지포스 6800, 7800, 7900 시리즈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계속하며 최상위 성능 싸움이 뜨거워집니다. 특히 엔비디아는 이전 세대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했기 때문에 준비를 나름 철저히 했음에도, ATi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X1900 XTX, X1950 XTX 모델로 여전히 최고 성능은 지포스가 아닌 라데온이 차지하기도 했죠. 다만 2004년 출시한 둠 3DOOM 3에서 지포스 6000 시리즈가 상대적으로 더 좋은 성능을 보여준 바 있어 이에 대한 후광 효과를 엔비디아가 조금 더 누렸던 부분은 있습니다.
2006년, 상대하기엔 너무 벅찼던 시절 
▲ 2007년에 출시한 ATi Radeon HD 2900 XT(출처: Techpowerup)
그리고 2006년, AMD는 ATi를 인수하여 그래픽카드와 멀티미디어 설루션 부문을 통합하였습니다. 그런데 인수 후 2007년에 출시한 하이엔드 제품은 공교롭게도 HD 2900 XT였습니다. 시기가 무척 좋지 않았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데, 2006년 말 엔비디아가 지포스 8800 GTX를 출시했기 때문입니다. 8800 시리즈는 지금까지 회자되는 전설적인 지포스 모델입니다.
슬프게도 라데온 HD 2900 XT는 8800 GTX를 상대하며 성능, 발열, 소비전력 무엇 하나 이길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게임에 따라서는 하위 모델, 8800 GTS보다 떨어지는 성능을 보이기도 했죠. 2002년과 같은 사태가 이번에는 제조사가 완전히 뒤바뀐 상태에서 그대로 재현되었다는 점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2008년, 라데온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 
▲ 2008년에 출시한 ATi Radeon HD 4870(출처: pngegg.com)
2008년, 라데온은 최상위 모델에서의 싸움을 잠시 미루고 메인스트림~퍼포먼스급에 집중합니다. 이때 라데온 HD 3870/HD 3850 이후 라데온 점유율을 급격하게 끌어올린 라데온 HD 4870/HD 4850입니다. 특히 HD 4870은 절대 성능에서 당시 지포스 GTX 280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가격대 성능비로 큰 주목을 받아 고가 정책을 펴고 있던 엔비디아에게 큰 타격을 주게 됩니다. HD 4850 역시 합리적인 가격과 성능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엔비디아는 부랴부랴 MSRP를 확 낮추고, GTX 260 216SP 모델이라는 희한한 모델을 급히 내놓는 등 허둥지둥 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때 엔비디아의 가격 정책 변화를 보면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 수 있는데요. GTX 280이 2008년 6월에 $649로 출시되었는데, 동해 11월 공정 개선과 클록을 끌어올린 GTX 285는 $359로 출시되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급격한 가격 정책 선회인 것이죠.
2009년, 눈부셨던 라데온 HD 5870 
▲ 2009년에 출시한 ATi Radeon HD 5870(출처: pngegg.com)
그리고 2009년 라데온은 또 한 번 잘 만들어진 카드를 내놓게 됩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이때 나온 라데온 그래픽카드가 바로 HD 5870입니다. 최고 자리에서 장시간 물러나 있던 라데온 그래픽카드를 단숨에 1등으로 끌어올린 제품이자, 최초의 DX11 지원이라는 상징성까지 갖췄죠. 얼마 후 지포스 GTX 480이 출시되면서 왕좌를 빼앗기긴 했으나, GTX 480은 '지옥에서 온 불타는 돼지'라는 오명이 말해주듯 당시 기준 엄청난 소비전력/발열 및 소음으로 HD 5870 상품성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2011~2014년 치열한 플래그십 전쟁 또한 AMD는 HD 5870 칩을 2개 탑재한 라데온 HD 5970으로 플래그십 자리마저 공고히 하게 됩니다. 이런 기조를 이어 2011년에는 라데온 HD 6970 칩을 2개 사용한 HD 6990을 출시하여 플래그십 최강 자리를 유지합니다. 그리고 라데온은 HD 6000 시리즈 시절부터 인수된 상태임에도 계속 사용하던 ATi 로고 대신 AMD 로고를 박고 출시하게 됩니다.
2011년 말에는 최초의 GCN 아키텍처 그래픽카드, 라데온 HD 7970을 출시하면서, 기존 싱글 GPU 최강이던 GTX 580의 성능을 완벽히 누르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지포스의 다음 패가 나오기 전이었죠. 2012년 출시한 지포스 GTX 680은 미들칩 규모로 HD 7970을 상대하면서 다시 한번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됩니다. 성능은 대동소이했지만, 소비전력과 발열 그리고 소음에서 HD 7970은 한 수 아래로 평가되었습니다. 그리고 듀얼 GPU 기반 플래그십 대결에서는 엔비디아가 먼저 GTX 690으로 자리를 선점했으나, 이후 출시된 HD 7990에게 최강 자리를 빼앗깁니다.
▲ 왼쪽: AMD Radeon HD 7970, 오른쪽: AMD Radeon R9 290X(출처: pngegg.com)
▲ 끔찍했던 R9 290X 레퍼런스 모델의 소음 수준을 패러디한 영상
2013년, 싱글 GPU 그래픽카드에서 GTX TITAN, GTX 780으로 다시 지포스가 최강 자리를 빼앗나 싶더니 엄청난 굉음을 내며 코드명 하와이Hawaii R9 290X가 출시되었습니다. R9 290X 성능에 놀란 엔비디아는 바로 풀칩 기반 지포스 GTX 780 Ti를 출시하여 양사 모두 양보 없는 하이엔드 싸움을 이어갑니다. 심지어 2014년에는 R9 290X 칩을 2개 사용한 라데온 R9 295X2를 출시해서 어떻게든 플래그십 1위 자리를 사수하고 맙니다.
엔비디아도 GK110B 풀칩 GPU 2개를 때려 박은 GTX TITAN Z를 출시하긴 했으나 큰 폭으로 하락시켜야 했던 클록 주파수 때문에 성능은 R9 295X2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최강 게이밍 그래픽카드 타이틀은 AMD 라데온이었던 것이죠. 그리고 이게 마지막이 될 줄은 AMD도 몰랐을 겁니다.
2015년, 점점 힘이 빠지는 라데온 그리고 암레발? 
▲ AMD Radeon R9 Fury X(출처: pngegg.com)
2015년입니다. AMD는 지포스 980 Ti에 대항하기 위해 라데온 R9 Fury X를 출시합니다. 그동안의 숫자 모델명 정책에서 벗어난 Fury 네이밍은 라데온 탄생 이전의 Rage Fury, 즉 초심을 상징하는 동시에 경쟁사 TITAN과 같은 카리스마를 갖추고픈 열망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엠바고 해제 후 공개된 성능에서 지포스 GTX 980 Ti에 미치지 못하자 곳곳에서 실망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라데온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게 됐죠. 그렇게 강조하던 4K 성능은 당시 기준 GTX 980 Ti에 근접하긴 했으나, FHD~QHD 해상도에서는 동급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성능이 낮았습니다. 특히 이 패배가 치명적이었던 것은 엠바고 해제 전까지 새로운 작명법과 함께 성능에 대한 기대감이 하늘을 찔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완벽한 패배였고, 성능 부문에서 라데온 브랜드 이미지에 균열이 커지게 됩니다.(드라이버 오명은 카탈리스트부터 뿌리가 깊은 얘기니 여기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재밌는 사실은 당시 R9 Fury X는 GTX 980 Ti에 비해 확실한 "열세"였으나, 2023년 현시점 최신 게임 기준에서는 VRAM 병목이 없다는 전제 하에 GTX 980 Ti 대비 압도적으로 뛰어난 성능을 보여줍니다
1년 뒤 AMD는 R9 Fury X 칩 2개를 탑재한 라데온 PRO DUO를 공개하지만, 플래그십이라는 이름뿐인 영광만 남았고, 엔비디아는 지포스 GTX 1080을 출시합니다. 이때부터 AMD는 최상위 싸움을 회피하고 맙니다. GTX 1080 출시 1년 반이 지난 2017년이 되어서야 AMD는 GTX 1080을 견제할 라데온 RX Vega 시리즈를 출시하게 되었는데, 한 등급 높은 GTX 1080 Ti를 상대할 수 있는 카드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RX Vega 시리즈는 전성비 측면에서 매우 처참했기에 종합적인 상품성도 떨어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R9 Fury X가 그랬던 것처럼 출시 전 루머나 AMD 인터뷰에서 GTX 1080 Ti/TITAN Xp에 비교될만한 성능으로 기대하게 만드는 내용들이 더해지면서, 엠바고 해제 후 공개된 성능 실체에 대한 실망감은 상당했습니다. 암레발이란 단어는 이제 당연한 듯이 따라붙게 되었습니다. 이후 2019년 지포스 RTX 2080 Ti/RTX 2080에 맞서기 위해 라데온 VII이란 물건이 출시되었지만, 여전히 전성비, 발열, 소음 부문에서는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2020년, 드디어 등장한 하이엔드 모델 
▲ 2020년에 출시한 AMD Radeon RX 6900 XT
다시 최상위 싸움이 시작되는 건 인고의 시간이 흐른 후인 2020년입니다. 라데온 RX 6900 XT는 RTX 3090에 $500 저렴한 가격으로 깡성능 만큼은 근접하게 치고 올라가는 저력을 보여줍니다. 수많은 이들이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출시 전에는 RTX 2080 Ti나 넘으면 다행이라는 일부 여론도 있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준수한 성능이었습니다.
하지만 RT 성능은 라데온이 한참 아래였고, 이미 RT와 DLSS로 대표되는 RTX 브랜드 입지를 다지고 있던 지포스였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라데온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죠. 그만큼 라데온 브랜드 가치가 하락했다는 걸 말해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번에도 역시 출시 전 AMD 공식 발표에서는 4K 해상도에서도 RTX 3090을 앞서는 것으로 홍보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꾸준히 쌓여왔던 라데온에 대한 신뢰성과 브랜드 이미지에 상처를 추가하게 됩니다.
어쨌든 그나마 의미를 찾는다면, 2015년 R9 Fury X 이후 수년간 싱글 GPU 최강 싸움에서 아예 선수조차 내보내지 못했던 라데온이 정말 오랜만에 하이엔드 싸움에 참전했다는 것 그 자체일 것입니다. 희망을 조금이나마 보여준 모델이죠.
2022년, 다시 요원해진 하이엔드 전쟁 
▲ 2022년에 출시한 AMD Radeon RX 7900 XTX
하지만 불과 한 세대 만에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맙니다. 2022년 말 AMD는 풀칩 GPU를 탑재한 라데온 RX 7900 XTX를 출시하였지만, 컷칩 기반이던 지포스 RTX 4090은 커녕 한 등급 낮은 RTX 4080을 상대해야만 했습니다.
결국 AMD가 CPU에 집중하는 사이 라데온은 점점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브랜드 이미지는 매우 안 좋은 워딩으로 점철되고 동시에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악평보다 더 무서운 게 무관심이라고 했던가요. 얼마 전 라데온 RX 7600이 출시되어 나름 보급형 수요를 노리고 있긴 하지만, 라데온에 대한 유저들의 관심과 애정은 어느덧 차갑게 식어가고 있습니다. 지포스보다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나더라도 결국 '라데온'이라는 이유만으로 꺼려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니 결국 브랜드 이미지가 발목을 강하게 잡고 있는 형국입니다.
라데온 브랜드 이미지는?
플래그십/하이엔드 제품의 후광 효과 부재 앞서 라데온 역사에서 살펴본 것처럼, 라데온이 지포스를 넘어 최고 성능을 자랑하던 시절은 거의 10년 전이라고 할 수 있는 2014년 R9 295X2가 마지막이었습니다. 또한, 모름지기 감성이 중요한 시대인데, GPU 자체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니 파트너사에서도 프리미엄 모델 제품군이 빈약한 상황입니다. 지포스의 경우 HOF, MATRIX, KUDAN, AORUS XTREME 등이 존재하지만 라데온은 사파이어 TOXIC 정도만 떠오릅니다.
드라이버 안정성에 대한 낮은 신뢰성 사실 개인적인 감상 말고 객관적으로 지포스 대비 라데온이 드라이버의 오류가 더 많다고 확정 짓기란 어렵습니다. 오류 사례 조사와 기준이 명확한 상태에서 분석을 진행하지 않는 한, 편견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적어도 지포스 대비 라데온 드라이버에 대한 불만과 성토 그리고 오류 경험담이 더 많이 회자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특히 RX 5000 시리즈부터 절정을 이룬 블랙스크린 오류는 크게 터졌던 이슈이기도 하고요. 라데온 사용자가 더 적다는 걸 감안하면, AMD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 악명 높았던 카탈리스트 드라이버
더불어 이러한 악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라데온 전체 역사를 관통하는 아주 뿌리 깊은 인식이기도 합니다. 현재 라데온 드라이버 패키지 명칭이 '아드레날린Adrenalin'이 아닌 '카탈리스트Catalyst' 시절에는 더 심하기도 했고요. 저만 해도 당시 라데온 드라이버 설치 및 제거 과정에서 윈도우 구성 요소나 닷넷 프레임워크(.NET Framework) 관련 오류를 빈번하게 겪기도 했고,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커뮤니티는 카탈리스트 관련 정보와 팁/에러 해결 관련 게시물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포스도 각종 오류나 불안정성이 존재했으나, 대다수 사용자들이 라데온 드라이버를 더 불편하게 느꼈습니다. 지금과 달리 당시 OS 환경 안정성이 더 안 좋았던 점도 한몫하여 많은 불편을 겪게 되었죠. 어쨌든 라데온 드라이버는 그 특유의 까다로움으로 인해 '까탈리스트'란 별명 붙게 되었습니다.

▲ 2015년에 등장한 AMD Radeon Software Crimson Edition
그리고 2015년 AMD는 결국 카탈리스트를 버리고 드라이버 리브랜딩을 시도하는데, 바로 크림슨 에디션Crimson Edition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UI와 성능 나아가 안정성까지 대대적으로 손을 보면서 AMD 드라이버 팀이 드디어 일을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안정성에 대한 신뢰성은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죠. 이후 2017년 12월에는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아드레날린 에디션Adrenalin Edition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드라이버 역사에 있어서는 확실히 지포스 대비 역동적이고 다양한 기능 추가가 많았는데요. 특히 오버레이 기능과 AMD Link, Radeon Chill, Radeon Boost, RIS(Radeon Image Sharpening), RSR(Radeon Super Resolution), VSR 등은 특징으로 꼽을만 했습니다. 덧붙여 지포스 대비 출시 이후 절대적 혹은 상대적 성능 향상이 발생하는 정도의 빈도도 잦아서 성장형 드라이버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애초에 나올 때 잘 만들어서 내놓는 것이 좋은 것이니까 말이죠.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곤 하지만 굵직한 문제들은 여전히 종종 튀어나왔던 전례가 있습니다. 디스플레이와의 호환성을 더 많이 탄다든가, 고주사율 모니터 혹은 다중 디스플레이 환경에서 유휴 상태(Idle) VRAM이 풀클록으로 고정된다든가 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합니다. 실제로 저도 잠시 짬을 내어 RTX 3060과 RX 6600을 가지고 간략한 테스트를 해보았는데요. VRAM 풀클록 고정 현상은 대번에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 좌: 싱글 모니터 유휴 상태, 우: 다중 모니터 유휴 상태(드라이버 버전: Adrenalin 23.5.1) ※ 모니터 모델: 삼성전자 U32R590(32"/60Hz@4K), 삼성전자 오디세이 G5 S27CG510(27"/165Hz@QHD)
첨부한 GPU-Z 캡처 이미지를 보면, 다중 모니터 사용 시 VRAM 클록이 최대치로 높아져 GPU Chip 전력이 약 10 W 이상 더 소모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일부 싱글 모니터 사용 환경에서도 나타났는데요. 삼성전자 오디세이 G5 S27CG510 사용 시 165 Hz 주사율로 맞추면 VRAM 클록이 최대치에서 고정됩니다. 여기서 주사율을 낮춰주면 비로소 VRAM 클록이 내려갑니다. 또한 프리싱크 기능이 기본적으로 활성화되어 있는데, 이를 해제할 경우 VRAM 클록 고정이 해결되기도 했습니다. 라데온 사용자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그렇다면 지포스에서는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나?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일단 RTX 3060 12GB 에서는 해당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단, 이러한 문제는 그래픽카드, 모니터 모델 및 스펙(해상도 및 주사율)에 따라 얼마든지 상황은 바뀔 수 있습니다. 즉 간략한 테스트 결과가 모든 환경을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러나 적어도 쉽게 재현 가능한 문제라는 점에서 사용자들의 불만과 성토에 충분히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걸 방증합니다.
라데온은 실성능이 끊긴다? 마이크로스터터링 문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라데온은 지포스 대비 성능(FPS/Frametime) 균일성 면에서 좋지 않았던 시절이 있습니다. 흔히 마이크로스터터링Micro Stuttering으로 불리는 이 현상은 측정된 FPS의 높고 낮음과 무관하게 단일 프레임 생성 시간의 격차가 너무 크거나, 일부 프레임을 아예 스킵하는 경우 느껴지는 미세 끊김 현상을 말합니다. 전문 장비나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지 않으면 일반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주장 외에 검증하기 힘든 영역이기도 하죠.
해당 이슈는 2013년 경에 크게 회자되기도 했는데, 당시 하드웨어 매체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Frametime 데이터 + FCAT(Frame Capture Analysis Tool) 툴을 활용한 마이크로스터터링 벤치에서 실제로 라데온은 지포스 대비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특히 듀얼 GPU 그래픽카드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기도 했죠. 결국 AMD는 이를 인정하고 프레임 페이싱(Frame Pacing) 기술을 추가 적용한 드라이버로 이러한 약점을 개선했습니다.(관련 기사 링크)
최근에도 이러한 의견이 존재하긴 하나, 퀘이사존에서 진행된 다양한 테스트 결과에서 딱히 라데온이 더 나쁘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는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모든 사용자 환경을 대변할 수 있는 테스트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저희가 검증 가능한 영역에 한정된 의견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라데온 vs. 지포스 색감 논쟁 
▲ 색감 논쟁이 발발하면 어디선가 튀어나오던 전설의 짤
아주 오래된 떡밥입니다. 역사적으로도 색감 논쟁은 어느덧 논쟁 종결이 되는가 싶더니 다시 불붙기를 반복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현시점 에서는 차갑게 식어버린 주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종종 고개를 쳐들고 튀어나오기도 하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설정 차이로 인해 특정 애플리케이션/3D 게임에서 이미지에서 차이가 나타날 가능성은 있으나, 단순 2D 이미지 색감 차이를 논하는 건 소모적이고 무의미한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다만, 이와 조금 다른 문제로 간혹 디스플레이 설정, 제어판 설정 차이로 인해 지포스는 물 빠진 색감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는 사실입니다. 지포스의 경우 출력 동적 범위가 제한(16-235)으로 설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해당 설정값이 디스플레이 설정과 맞지 않을 경우, 충분히 물 빠진 색감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명암비가 제한되기 때문이죠.

본래 모니터는 0-255 범위를 사용하고, TV는 16-235 신호값을 사용하는데(모든 모니터와 TV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디스플레이 설정에서 블랙 레벨 또는 그에 상응하는 설정 항목으로 조절 가능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설정이 드라이버와 맞지 않으면 '색감이 좋지 않다' 혹은 '물빠진 색감'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럴 땐 0-255 범위로 변경해 주면 됩니다. 즉 이렇게 동일한 설정 내에서 지포스와 라데온 간 출력 화면에서 색감 차이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뭔가가 잘못된 겁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예외 사항이 있을 수 있는데 3D 게임이나 특정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양 사의 그래픽 처리 방식 또는 설정값 적용 방식 차이, 화면 스케일링 방식 차이 등의 문제로 인해 약간의 다른 화면 혹은 선명도 차이가 있을 순 있습니다. 그러나 색감 논쟁에서 등장하는 '색감'이란 단어의 통상적이고 본질적인 의미에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라데온은 온라인 게임 성능은 나쁘고 스팀 게임 성능이 좋다? 사실 스팀은 게임 플랫폼 종류로써, 스팀 게임과 온라인 게임 개념으로 나누기에는 서로 상충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결국 앞서 언급한 문장은 편의상의 용도써, 어느 정도 암묵적인 의미 합의도 있는 문장입니다. 보통 여기서 등장하는 온라인 게임 개념은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멀티플레이 중심의 게임들을 지칭합니다. 배틀그라운드, 로스트아크, 오버워치, 각종 MMORPG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반면 이러한 의견에서 등장하는 스팀 게임은 글로벌 개발사가 대형 자본을 들여 개발한 AAA 급 게임 의미가 큽니다. AAA란 게임 개발에 투여된 자본 규모를 지칭한 것으로 소위 '갓겜' '똥겜' 개념과는 무관합니다. 물론 AAA인지 AA인지 A인지 그 기준이 모호하긴 하나 통상적으로 락스타, 소니 산하 스튜디오, 엑스박스 산하 스튜디오, 캡콤, 스퀘어 에닉스, 세가, 베데스다, 유비소프트, 프롬 소프트웨어, 액티비전 블리자드, CDPR 등의 개발사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해당 회사에서 만들어지는 게임들 다수가 바로 멀티플랫폼으로 출시되는 AAA급 게임입니다.
이러한 인식이 생겨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현세대 거치형 콘솔 게임기(닌텐도 제외)에서 사용하는 GPU가 바로 AMD의 것입니다. PS5의 경우 RDNA 2 기반 최대 10.3 TFLOPS 성능의 GPU를 사용하고, Xbox Series X는 역시 RDNA 2 기반 12.15 TFLOPS 성능의 AMD GPU를 사용합니다. 또한 대다수 AAA 게임은 리드 플랫폼을 콘솔로 상정하여 개발하게 됩니다. AAA 게임은 글로벌 시장에서 PC가 아닌 콘솔에서 더 큰 규모를 자랑하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PC 독점 AAA 게임은 찾아보기 힘들기도 합니다.

▲ AMD RDNA 2 GPU를 사용하는 현세대 콘솔, 왼쪽: PlayStation 5, 오른쪽: Xbox Series X
따라서 콘솔이 AMD GPU를 사용하고 또 긴밀한 협업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라데온 그래픽카드가 AAA 스팀 게임에서 더 좋은 성능을 보일 거란 기대가 존재합니다. 반대급부로 국내 게임들은 예부터 지포스와 더 긴밀한 협업 관계,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시장 상황상 지포스 유저가 절대 다수이기 때문에 라데온은 찬밥 신세가 되어 성능이 나오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로부터 들은 내용에 따르면 모든 경우에 적용할 수는 없겠으나 그런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는 얘기를 들은 바 있습니다. 결국 온라인 게임에서의 낮은 성능 그리고 콘솔에 투입되는 AMD GPU 등의 특징이 맞물려 AAA 게임에서는 라데온이 좋다라는 인식이 태어나게 된 것이죠.
그렇다면 실제로도 AAA 게임에서는 라데온이 확실히 좋은 성능을 보여줄까요? 답부터 말씀드리면,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분명 콜 오브 듀티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포르자 호라이즌 5 등의 게임에서는 지포스 대비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지만,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나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 같은 경우는 반대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죠. 즉 게임마다 다르다가 정답입니다. 물론, 전반적으로 DX12 API 또는 최신 AAA 게임에만 한정할 경우 라데온이 알려진 성능 대비 좀 더 안정적인 성능을 내어주는 건 맞습니다.
지포스 드라이버 찌꺼기 때문에 라데온 성능이 낮아진다? 이 주제도 종종 수면 위로 튀어오르긴 합니다. 다만 꼭 이런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혹시 모를 라데온 드라이버 오류 예방, 보다 깔끔한 OS 상태 유지 등 목적으로 관심 갖는 주제이기도 하고요. 드라이버는 통상적으로 프로그램 추가/제거 기능만으로 문제 없이 작동하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간혹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DDU(Display Driver Uninstaller)나 AMD 청소 프로그램(AMD Cleanup Utility)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간단한 테스트를 진행해 봤습니다. 지포스 드라이버와 라데온 드라이버가 모두 설치된 상황, 추가로 종종 성능 저하 주범으로 꼽히는 지포스 익스피리언스GeForce Experience만 삭제했을 경우, 마지막으로 지포스 드라이버를 DDU로 깔끔하게 제거한 상태에서 라데온 드라이버만 설치했을 경우 등의 조건입니다. 단, 성능 차이가 결코 크지 않을 것이 자명해서, 데이터 신뢰성을 위해 3회 측정 후 평균값을 도출하였습니다. 아래는 그 결과입니다.

▲ 테스트에 활용된 ASUS DUAL 라데온 RX 6600 8GB 모델

결과를 보면 살짝 개운치 않은 느낌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조건 별 차이가 있긴 하나, 너무 미세해서 무시해도 될 만한 수준입니다. 다만 공교롭게도 지포스 드라이버 및 지포스 익스피리언스까지 모두 설치되었을 때, 3DMark 점수 및 게임 성능에서 일관되게 낮은 성능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미세한 차이입니다.
이 정도 수준의 성능 차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실제로 지포스 드라이버가 라데온 성능을 방해했다기보다는 드라이버 관련 프로세스가 메모리에 상주하며 리소스를 잡아먹은 까닭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험상 지포스 역시 지포스 익스피러언스를 상주시키면 미세하게 3DMark 점수나 게임 성능이 하락하는 것을 확인한 적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상적인 환경은 역시 타 제조사 드라이버는 깔끔하게 제거하고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것이 심리적인 면에서도 좋고, 오류 발생 시 괜히 의심하게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라데온은 못쓸 물건인가?
지금까지 처참해진 라데온 브랜드 입지, 그리고 점점 하락하는 인지도까지 암울한 이야기만 해왔습니다. 그런데 라데온에게도 장점이 있을까요? 당연히 있습니다. 또한, 라데온 사용자라면 알아두면 좋을 편리한 기능도 많습니다. 물론 반도체 기반 상품이라면 으레 성능과 기술 그리고 효율성(전성비 등)이 가장 큰 가치인 건 맞습니다. 여기서 지금 라데온이 밀리고 있기 때문에 시장 지배에 실패한 것이고요. 하지만 개인 사용자마다 구매 목적과 사용처가 모두 다른 만큼, 라데온은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어떤 장점과 유용성이 있는지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합시다.
깡성능 부문에서의 가성비 시대가 변했습니다. 그래픽카드가 이리 비싸질 줄 누가 알았을까요? 아무리 하이엔드라고 한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은 아무리 생각해도 적응이 안 됩니다. 메인스트림~퍼포먼스급 모델은 100만 원 미만에서 구매 가능한 상황이긴 하나, 과거 대비 전반적인 가격 상승이 일어났습니다.
게다가 현재 라데온은 공정과 아키텍처 기술 그리고 효율성까지 밀리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에, 패를 하나씩 추가하여 라인업을 구성해야 하는 특성상 펼칠 수 있는 전략은 다양하지 못할 것입니다. 특히 레이트레이싱 성능과 DLSS로 무장한 지포스 앞에서는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죠. 하지만 이러한 기능과 기술이 필요치 않고 래스터 성능(Rasterization performance), 소위 깡성능이 중요하다면, 하위 라인업 모델들은 비교적 가성비가 양호합니다.

▲ 라데온 RX 6600 D6 8GB 쇼핑몰 최저가 - 대략 26.7~27.6만

▲ 라데온 RX 6600 XT D6 8GB 쇼핑몰 최저가 - 대략 33.3~34.3만
만약 FHD 해상도에 적당한 사양의 게임을 즐겨한다면, RX 6600과 RX 6600 XT가 눈에 들어옵니다. RX 6600은 RTX 3060 8GB와 12GB 사이의 성능을, RX 6600 XT는 RTX 3060 12GB 모델을 뛰어넘는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포스 그래픽카드의 시장가를 고려해보면, 깡성능 부문에서 가성비는 확실히 나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RX 6600 vs. RTX 3060 12GB 15종 게임 성능 비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