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조립 KEYBOARD BUILD  
이제 스태빌라이저를 장착해 보겠습니다. 기본 제공하는 스태빌라이저를 활용해도 좋지만, 저는 따로 게이트론 V2 스태빌라이저를 활용했습니다. 윤활제는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유격으로 인해 이질감이 느껴지는 게 싫다면 사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윤활제는 슈퍼루브 그리스나 크라이톡스 시리즈를 많이 사용합니다. 개인적으로 슈퍼루브 그리스도 훌륭한 윤활제이지만 장기간 사용했을 때 오일이 흘러나오는 경향이 있어 크라이톡스를 추천하는 편입니다.
같은 크라이톡스더라도 넘버링에 따라 종류가 나뉩니다. 제가 스태빌라이저에 주로 사용하는 윤활제는 GPL 205 g2로 그리스(200번대) 윤활제 중에서 점도가 중간 정도(마지막 숫자 5)에 속합니다. 같은 크라이톡스지만 스프링 윤활에 많이 쓰이는 GPL 105의 경우 점도는 비슷하지만 100번대이므로 그리스가 아닌 오일 윤활제입니다. 뒤에 붙는 g2(Grade 2)는 형태(Appearance)를 나타내며 숫자가 클수록 단단해집니다. 따라서 g0(Grade 0)이라면 그리스더라도 오일처럼 어느 정도 부드럽습니다. 자세한 건 Krytox 상세페이지(링크) 및 PDF 자료(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스태빌라이저를 장착하기 전 철심 수평을 맞춰야 합니다. 수평을 확인하기 위해선 평평한 바닥이 있어야 하는데,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좋습니다. 만일 수평이 틀어져 있다면 핀셋 안쪽 혹은 볼펜 등을 활용해 철심 양쪽을 잡고 조금씩 틀어 수평을 잡아줍니다. 수평을 잡은 뒤 꼭 그 방향 그대로 스태빌라이저를 장착해야 합니다. 도저히 수평을 못 잡겠다면 양면 중 그나마 수평이 덜 틀어진 쪽으로 장착하는 방법도 괜찮습니다.
 
그다음 윤활제를 적당량 도포한 후 스태빌라이저를 완성하면 됩니다. 이때 도포량은 정해져있는 건 없습니다. 먹먹한 걸 좋아한다면 많이 바르고, 조금 찰찰 거리더라도 건조한 느낌이 좋다면 적게 바르면 됩니다. 그와 더불어 스태빌라이저 용두 안쪽에 서로 맞닿는 부분에도 붓으로 칠하듯 조금 도포하는 것도 좋습니다.
 
PCB에 스위치 하부 흡음재를 깔고 그 위로 스태빌라이저를 장착합니다. 스태빌라이저를 먼저 장착한 뒤에 흡음재를 깔 수 있도록 잘라두는 경우도 있지만, QK60은 모두 통으로 돼있어서 흡음재를 먼저 깔아야 합니다. 물론, 임의로 흡음재를 잘라 사용해도 되지만 추천하지 않습니다. 스위치 하부 흡음재는 키감과 타건음 모두 많은 영향을 끼치며 전체적으로 뭉툭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키감을 좋아해서 보통 넣는 편입니다만, 원치 않다면 생략해도 무방합니다.
    
다음으로 기보강 흡음재를 깔아줍니다. 기보강 흡음재는 기판과 보강판 사이에 사용하는 흡음재를 의미합니다. 이 흡음재는 키보드에서 발생하는 잡다한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합니다. 그래서 더 정갈하고 균일한 타건음을 연출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원래는 커스텀 키보드에서나 볼 수 있던 부속품이지만, 최근에는 키감에 신경 썼다는 기성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스탠드오프는 보강판과 PCB를 고정하고 스위치를 고정하기 쉽게 중간에 적당한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솔더링 PCB를 사용하는 경우 보강판에 먼저 스위치를 장착한 뒤 위치를 조정해 납땜 작업을 하면 돼서 스탠드오프 없이 사용하더라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핫스왑 PCB는 구조상 보강판과 PCB에 스위치를 동시에 장착해야 하므로 가급적 스탠드오프를 사용하는 걸 권장합니다.
  
스위치를 가지런히 나열한 모습이 사랑스러워 보인다면 당신은 이미 준비돼있습니다. I WANT YOU FOR CUSTOM KEYBOARD
보강판을 올린 뒤 스탠드오프에 맞춰 나사로 고정합니다. 이어서 스위치를 장착하면 되는데, 제가 사용한 PC 보강판은 매우 유연한 재질이라 얇고 긴 도구를 활용해 안쪽을 적당히 지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탠드오프 주변을 우선 장착하고 점점 퍼져나가는 식으로 스위치를 끼우면 도움이 됩니다. 또한, PCB를 든 상태거나 무른 바닥에서 스위치를 장착하면 핫스왑 소켓이 떨어질 수 있으니 꼭 단단한 바닥에 두고 PCB에는 힘을 최대한 적게 주는 걸 추천합니다.
   
이제 서서히 키보드의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보강판 끝에 가스켓(개스킷)을 끼우고 하판에 얹으면 됩니다. 이때 PCB 테스트할 때 잠시 풀었던 도터 보드도 다시 장착합니다. 가스켓은 보통 실리콘과 포론으로 나뉘는데요. 실리콘 가스켓이 상대적으로 키감이 단단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QK60은 실리콘 가스켓을 사용했습니다.
  
이어서 상판을 올리고 처음에 풀었던 나사를 다시 조여줍니다. 그리고 바닥에 미끄럼 방지 패드를 부착합니다. Qwertykeys는 하우징에 홈을 만들고 패드를 홈에 맞춰 끼워 넣도록 만듭니다. 양면테이프로 부착할 때와 달리 실수로 떨어지더라도 다시 끼워 넣으면 그만이라 유지 관리하기 좋지만, 상대적으로 잘 떨어져서 번거로울 때도 있습니다.
 
키캡 배열이 이상해 보이는 건 눈감아주세요.
마지막으로 키캡까지 꽂으면 조립이 끝납니다. 커스텀 키보드 구매 가이드에서 배열로 인한 호환성 이슈에 대해 그렇게 강조를 했음에도 키캡 배열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우선 Caps Lock 자리에 Control이, 역슬래시 자리에 Delete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건 제가 7u 스페이스 바만 보고 덜컥 구매한 제 잘못이긴 합니다. 그런데 맨 위에 뜬금없이 슬래시가 있는 건 조금 억울합니다. 저곳에 맞는 역슬래시 키캡을 판매자가 보내줬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아 비슷한 키캡을 끼워 넣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여러분은 이런 실수하지 마시라고 제가 몸소 시범을 보였다고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어으 예쁘다
눈썰미 좋으신 분은 바로 알아차리셨을 겁니다. 하우징의 노란색과 키캡의 노란색이 많이 다릅니다. 분명 DB로 봤을 땐 이 정도까지 큰 차이는 아니었는데 말이죠. 키캡은 주황에 가까운 노란색, 반대로 하우징은 연두에 가까운 노란색이라 더욱 티가 나는 거 같습니다. 뭐 그래도 못 봐줄 정도는 아니니 만족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