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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이사존 컴퓨텍스 2024 특집 기사 바로가기 + Point
참으로 이상한 한 해였습니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유행병이 전 세계를 뒤덮으면서 삶의 형태가 바뀌었습니다. 마스크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필수로 착용해야 하는 안전벨트가 됐고, 비대면으로의 전환이 신속하게 이뤄졌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백신 개발이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다가오는 21년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일반인들에게 보급될 때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그때까지는 방심해선 안되겠죠. 유행병은 방심을 잡아먹고 몸집을 불려 나갑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동안 방역을 잘해오던 한국은 갑작스럽게 감염자가 늘어나며, 3차 유행이 시작됐습니다. 정부는 거리 두기 단계를 2.5로 격상했지만, 경제적 피해를 고려하여 3차 카드는 쉽사리 꺼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신적, 경제적 피해는 아직 현재 진행형입니다.
여행사, 항공사는 유례없는 불황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규모가 작은 곳들은 고객들에게 돌려줄 환불금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20년에 입은 타격은 복구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반면에 비대면 사업은 호황을 맞이했습니다. 화상 회의 시스템을 제공하는 기업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한 WHO는 갑자기 입장을 바꿔 집에서 게임을 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위축되었던 PC 시장은 NVIDIA와 AMD가 신제품 그래픽카드를 발표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활기가 넘치게 되었고, SONY와 Microsoft가 제조한 차세대 콘솔 게임기가 시중에 풀리면서 게이밍 기어가 엄청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다소 주춤했던 콘솔 전용 기어들마저도 없어서 못 파는 지경입니다. 이 시기와 신제품 출시 시기가 묘하게 맞물린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RAZER입니다.
▲ 사진 출처: RAZER 공식 홈페이지
RAZER는 Logitech과 함께 게이밍 기어 시장에서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습니다. 설명할 필요가 없는 유명한 기업이죠. 그래도 혹시나 생소한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RAZER(당시에는 Karna Technology)는 1999년 붐슬랭Boomslang이라는 마우스를 내놓으며 게이머들에게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2005년 Min Liang Tan과 Robert Krakoff가 사명을 RAZER로 변경하면서 지금까지 역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뱀 세 마리를 형상화한 로고와 붐슬랭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뱀을 아이텐티티로 삼고, 강렬한 형광 녹색을 주로 활용하여 게이머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심고 있습니다. 주로 하이앤드 게이밍 기어를 만들어내는 RAZER는 단순하게 제품을 만드는 데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서 하고 있죠. 실제로 미국에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데, 특히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들은 RAZER에 엄청난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방금 친구와 수다를 떨었다. 그는 내가 게임을 하기보다 돈을 버는 데에 더 집중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선의의 충고를 했다. 그녀는 분명 좋은 뜻으로 충고했다. 돈을 버는 게 나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게 결코 초점이었던 적 없다. 만약 돈을 버는 게 목표였다면 우리는 마스크를 만들고 기부하거나, 경제적으로 전혀 가치 없는 왼손잡이용 마우스를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돈을 쫓아왔다면 회사로서 RAZER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RAZER가 창립되었을 때만 해도 아무도 게이머에 관심 가지지 않았고 집중하지도 않았다. 게이밍 기어를 만드는 걸 그 누구도 산업이나 기업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회사는 게임에 대한 우리 열정으로 설립했다. 돈을 버는 게 처음부터 주목표였다면, 아마 다른 회사를 차렸을 것이다.
그래서 때때로 선의의 충고라고 해서 당신에게 최선이란 법은 없다. 당신은 주변인들로부터 충고를 받을 수 있으나, 너를 제일 잘 아는 건 결국 너 자신이다. 더 많은 돈을 벌고자 하는 건 아무 문제없다. 경제적인 감각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자신이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 역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끔은 열정을 쫓는 게 오히려 수익성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QM다우가 TOMAHWAK MINI-ITX 케이스를 다루면서 소개했던 내용입니다. 창립자 중 한 명인 Min-Liang Tan이 SNS에 남긴 말인데요.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돈을 벌어야 직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 있고,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수 있죠. 하지만 기업에는 기업 윤리, 의무도 존재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밝히는 회사는 손가락질받게 되어 있으며, 소비자들은 기업 자체를 외면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RAZER는 출발점부터 달랐습니다. Min-Liang Tan이 말한 대로 RAZER가 시작했을 당시에는 게이밍 기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타깃을 좁혀 게이머들에게 집중했습니다. 소수를 위해 왼손 전용 마우스를 만들기도 했죠. 남들이 보지 않는 곳을 바라보는 기업이 바로 RAZER입니다. 이들은 일찌감치 게이밍 기어 외 사업 분야에도 뛰어들었습니다. 역사가 아주 길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장 부지런한 기업 중 하나라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중 2020년은 유난히도 분주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올 한 해 RAZER가 퀘이사존에 전달했던 제품들을 쭉 정리해보겠습니다.
2월: DeathAdder V2 - [칼럼 보러 가기]
RAZER는 2019년에 기념적인 Viper라는 마우스를 출시했습니다. 기념적이라고 표현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OMRON 스위치에서 벗어났다는 점입니다. OMRON 스위치는 가벼운 클릭 압력과 뛰어난 반발력으로 경쾌한 클릭감을 선사했습니다. 그래서 게이밍 마우스 대부분이 채용하기도 했죠. 그런데 제품에 편차가 생기면서 많은 게이밍 제조사들을 괴롭히는 요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제품 편차는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져만 갔기 때문에, 게이밍 기어 업체로선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었을 겁니다. 하우징과 센서 튜닝을 아무리 공들여 하더라도 버튼 내구성이라는 결정적인 단점을 해결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몇몇 제조사들은 HUANO 스위치를 활용해보는 등 변화를 꾀했지만, 접점으로 입력을 감지하는 방식 특성상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습니다. RAZER는 OMRON에게 커스터마이징을 요구하는 등 온갖 노력을 했지만, 결국 버튼 내구성이 좋지 않다는 오명을 뒤집어썼습니다.
출처: Razer 공식 홈페이지 동영상을 GIF로 변환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적용한 스위치를 만들어냅니다. 일명 광축, IR 센서 신호 변화를 감지하는 키보드 스위치와 같은 방식으로 마우스 스위치를 제작해냈는데요. 접점이 없는 방식이라서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고, 입력 오류에 자유로워졌습니다. 물론, 제품에 따라 유격이 있는 등 완전한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는데요. 세대를 거듭하다 보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을 만한 문제점입니다. 이 시점 이후로 출시하는 마우스에는 모두 RAZER 옵티컬 스위치를 탑재합니다. DeathAdder V2도 이에 포함됩니다.
두 번째는 경량화입니다. RAZER는 그동안 크고 묵직한 마우스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팜 그립을 활용하는 FPS 게이머들을 타깃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죠. 종종 RTS와 AOS 장르를 위한 가볍고 작은 마우스를 출시하긴 했지만, 주류는 아니었죠. 그런데 시대가 변했습니다. 팜 그립을 활용하더라도 가벼운 마우스가 더 좋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무게감은 취향의 영역이었지만, 손목과 어깨 건강이라는 요소가 개입하게 되면서 경량화는 화두로 떠오르게 됩니다. 다른 제조사들은 하우징에 구멍을 뚫기 시작합니다. 무게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죠. 그런데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보기가 좋지 않고, 그립감도 어색하기 때문이죠. 반면에 RAZER는 구멍을 뚫지 않고 경량화에 성공합니다. 그 무겁던 DeathAdder가 V2에서는 83g으로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DeathAdder는 RAZER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라인업입니다. 지금의 RAZER를 만든 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탁월한 그립감과 뛰어난 성능, 게이밍 마우스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합니다. 이는 퀘이사존에서 진행하는 자체 테스트에서도 입증되었습니다. 기계를 통해 DPI 오차율을 테스트해봤는데, 모든 오차율이 1% 미만으로 측정됐습니다. 취향에 맞는 DPI 값으로 설정해서 아무런 걱정 없이 사용하면 된다는 뜻입니다. DeathAdder V2는 큰 마우스를 선호하지 않는 저마저도 좋은 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 제품이었습니다.
3월: Basilisk V2 - [칼럼 보러 가기]
엄지 쪽에 있는 추가 버튼이 특징인 Basilisk 역시 V2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습니다. Basilisk 시리즈 중 Ultimate는 RAZER 마우스 중에서 진정한 플래그십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요. V2만 접해보더라도 그 평가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됐습니다. Viper를 기준으로 적용하는 SPEEDFLEX 케이블과 옵티컬 스위치, 가벼워진 무게, 향상된 측면 그립부와 하우징 코팅 등 개선된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게다가 Basilisk V2에는 특정 마우스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틸트 휠을 적용했습니다. 한마디로 이 마우스는 최고 사양에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다재다능한 마우스입니다.
Basilisk V2는 DeathAdder V2와 비교했을 때 좌우 폭이 좁은 편입니다. 그래서 손이 작은 분이라면 DeathAdder 시리즈보다 Basilisk 시리즈를 선호합니다. 저도 후자에 속합니다. 이 제품을 쥐었을 때 불편한 부분이 전혀 없었으며, 표면 재질과 옆면 그립부가 제공하는 촉감은 기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를 한 마우스를 좋아합니다. 틸트 휠도 잘 쓰지 않고, 버튼은 메인 버튼과 앞뒤 버튼만 있으면 딱히 불만이 없습니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그립감에 방해를 주는 제품을 싫어하죠. 그런데 Basilisk는 정말 영리하게 설계된 제품입니다. 추가 버튼은 손에 전혀 거슬리지 않고, 만에 하나 거슬린다면 스위치를 제거하면 그만입니다. 게이머의 습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RAZER답게 보이지 않는 디테일이 뛰어납니다.
Basilisk V2를 다루면서 놀랐던 부분이 참 많은데, 그중에서 휠은 정말 흥미롭게 뜯어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틸트 휠만 제공하더라도 다른 제품보다 앞서나가는 건데, 스크롤 휠 저항이라는 시스템까지 적용했습니다. 마우스 바닥을 보면 Resistance라는 단어를 확인할 수 있는데 - 방향으로 돌리면 걸리는 느낌이 사라지고, + 방향으로 돌리면 강해집니다. 휠에 대한 호불호는 클릭감보다 더 심하게 갈리는 편인데, 이 마우스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취향에 맞게 조절하면 되니까요. Basilisk 시리즈는 RAZER가 세심함을 극한으로 뽐낸 제품입니다.
3월: Viper Mini - [칼럼 보러 가기]
▲ 출처: RAZER 공식 홈페이지
RAZER 제품 중에는 Viper 시리즈보다 더 견고하고 세심하게 만들어진 제품이 존재합니다. 바로 앞에서 언급했던 Basilisk 시리즈, 시그니처 마우스인 DeathAdder 등이 해당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Viper 시리즈를 정말 좋아합니다. RAZER의 새로운 세대를 알리는 제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손이 작고 대칭형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선택지는 Viper밖에 없습니다. Viper와 Viper Ultimate는 분명 가벼운 마우스입니다. 그런데 크기가 아주 작지는 않습니다. 클로 그립이나 핑거 그립을 활용하는 분들은 더 작은 마우스를 원했죠. RAZER는 눈치가 참 빠른 기업입니다.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되자 바로 미니 버전을 선보였습니다. 2020년 RAZER는 그 어떤 기업보다 시장을 철저하게 조사했고, 피드백도 빨랐습니다.
그런데 크기만 작아진 게 아닙니다. 사양도 다이어트를 했는데요. 가장 아쉬운 부분은 센서 사양이 많이 낮아졌다는 겁니다. 소비자들 역시 가격이 조금 더 올라가더라도 Viper 혹은 Viper Ultimate와 같은 센서를 탑재했다면 좋았을 거라고 말합니다. 저 역시 공감합니다. 게다가 옆면 그립부에 있던 고무도 사라졌습니다. 정말 잘 만든 부분이라서 그대로 유지했더라면 그립감에 도움이 되었을 텐데, 등급을 꽤 철저하게 나눈 모습입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옵티컬 스위치는 그대로 유지했다는 겁니다.
4월: KIYO - [리포트 보러 가기]
KIYO는 출시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제품입니다. 퀘이사존에서는 총 두 번 소개해드리게 됐죠. 두 번째로 소개해드린 이유는 바로 COVID-19 때문입니다. 유행병으로 인해 학생들이 등교하지 못하게 됐고, 어쩔 수 없이 화상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문제는 교육 현장에 있는 분 중 많은 분이 웹캠 조작에 어려움을 토로했다는 겁니다. 당연합니다. 다른 직업에 비해 전자 기기를 많이 다루는 저 역시도 웹캠이 쉽지는 않습니다. 아마 가장 잘 다루는 직업군은 스트리머가 아닐까 싶군요.
공식 유통사인 웨이코스의 요청은 이러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조금이라도 쉽게 제품을 다룰 수 있도록 가이드를 만들어 주세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 대상이 선생님들이라고 하니, 더 철저하게 준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검증 과정을 꽤 거치고 작성했는데, 참고가 되었을지는 모르겠군요.
KIYO는 관절이 두 개라서 꽤 설치 방법이 다양합니다. 대부분 모니터 위에 배치하게 될 텐데, 미니 삼각대 등을 활용해서 더 안정적이고 좋은 구도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조명을 지원하기도 하지만, 얼굴이 밝아지는 등 유효한 성능을 기대하기엔 면적이 너무 작습니다. 장단점을 종합해봤을 때 KIYO는 최고 사양은 아니지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4월: Viper Ultimate - [칼럼 보러 가기]
Viper Ultimate는 출시된 지 시간이 꽤 지난 후에야 칼럼으로 다뤘습니다. 본래 퀘이사존은 유저들이 요청한다고 해서 제품을 따로 다뤄보지는 않습니다. 미리 정해진 일정이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Viper Ultimate는 무수한 요청이 있습니다. 제가 작성하는 칼럼 댓글난뿐만 아니라 개인 쪽지함, 퀘이사존 유튜브 영상 댓글난까지, 무수한 요청이라는 표현이 적확합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유통사인 웨이코스에 이런저런 사정을 전달하니, 흔쾌히 제품을 건네주더군요. 퀘이사존에서 진행된 칼럼 중에서는 꽤 독특한 사연을 가진 셈입니다. Viper Ultimate에 대한 관심도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세대의 시작점임과 동시에 무선 마우스에 대한 고정관념을 철저하게 깨부순 제품이기 때문이죠.
함께 제공하는 충전 독은 USB 동글 연장선 역할도 합니다. 마우스 주변에 배치한 뒤에 무선 송신기를 연결하면, 무선 신호 지연이나 끊김에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RGB LED가 바닥 부분에 있어서 책상을 비추는데, 그 모습이 꽤 멋들어집니다. 마우스를 올려두면 배터리 충전 상태를 표시하는 인디케이터 역할을 합니다. 이 충전 독에 한 번 적응하고 나니, 케이블을 연결해서 충전하는 방식이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인간은 본래 업그레이드보다는 다운그레이드에 더 민감한 법인가 봅니다.
Viper Ultimate는 칼럼으로 다루기 전에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마우스입니다. 많은 분이 그랬듯이 저 역시 무선임에도 가볍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느껴졌습니다. 무선 마우스는 배터리를 내장해야 해서 필연적으로 무게가 증가합니다. 그로 인해 무게 중심마저도 인위적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마치 작은 돌덩이를 쥔듯한 느낌을 주는데요. 놀랍게도 이 제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에는 무겁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유선 제품인 Viper를 옆에 두고 비교했을 때나 무게 중심이 다르다는 게 느껴지는 정도입니다. 그만큼 Ultimate 버전은 잘 만들었습니다.
5월: Huntsman Elite - [칼럼 보러 가기]
RAZER 키보드는 BlackWidow 시리즈가 대표작입니다. 중심 라인업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버전과 파생 버전을 아주 많이 내놓았습니다. 꽤 많은 키보드를 출시했다고 생각합니다만, RAZER는 멈춰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 기업입니다. 마우스에 옵티컬 스위치를 적용하기 이전에 광축을 적용한 키보드를 만들어냈죠. 그게 바로 Huntsman 시리즈입니다. 그중에서 Huntsman Elite는 한국에서 299,000원에 판매되는 하이엔드 키보드입니다. 최상위 제품이라서 그런지 RGB LED가 굉장히 화려합니다. 광량이 강해서 색감이 또렷합니다. 각인을 시원스럽게 투과합니다만, 아래쪽에 배치해놓은 한글 각인까지는 미치지 못합니다. 구조상 한계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합니다.
이 제품은 손목 받침대가 묘미입니다. 자석을 통해 부착하는 방식인데, 접점이 존재합니다. 이 부분으로 전력을 인가받아서 LED를 점등하죠. 옆면에 배치한 LED라서 눈에 확 들어오진 않지만, 책상에 반사되는 빛이 고급스럽습니다. RGB LED로 책상 위를 꾸미고 있으신 분에게 적합한 외형을 가진 키보드입니다.
Huntsman Elite를 처음 출시했을 땐 슬라이더가 보라색인 스위치만 존재했습니다. 인위적으로 걸리는 지점을 설계하여 클릭(기계식 키보드에선 청축) 방식을 구현했는데요. 기계식 키보드가 막 보급될 때는 청축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습니다. 기왕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할 거라면, 티가 팍팍 나는 스위치를 활용하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러나 스위치를 누를 때마다 발생하는 소리를 소음으로 여기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넌클릭(갈축)이나 리니어(적축, 흑축) 방식을 선호하는 분이 늘어났습니다. 수요가 변하는 걸 감지한 RAZER는 리니어 옵티컬 스위치를 준비합니다. 사실 옵티컬 스위치는 내부에 접점이 없기 때문에 리니어 방식을 구현하기가 가장 쉽습니다. 클릭 방식에 있는 구조물을 제거하면 리니어 방식이 되는 셈이죠.
레이저가 설계한 옵티컬 스위치는 다른 스위치 제조사와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스태빌라이저를 모든 키에 적용했다는 건데요. 보통은 길이가 긴 키캡이 균일하게 눌리도록 제한적으로 스태빌라이저를 활용합니다. RAZER는 키캡에 어떤 부분을 누르더라도 균일하게 버튼이 눌리는 걸 의도했다고 합니다. 키캄에 대한 호불호는 꽤 갈리는 편입니다만, 모든 스위치에 스태빌라이저를 집어넣을 생각은 RAZER가 아니고선 쉽게 상상하지도, 실행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6월: Gigantus V2 - [리포트 보러 가기]
RAZER가 출시한 마우스 패드는 Mantis, Tron, Goliathus, Kabuto, Sphex, Vespula, Invacta, Manticor, Megasoma(1/2), Disturctor(1/2), Firefly, Gigantus가 있습니다. 대충 봐도 참 많습니다. 이 중에는 크기를 세분화한 제품도 존재하죠. 다른 제조사보다 마우스 패드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게이머들은 의외로 마우스 패드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구비하고 나면, 마우스 패드에 대해 알아보게 되죠. 사람에 따라 마우스보다 마우스 패드를 바꿨을 때 변화를 체감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Mantis를 활용하다가 Goliathus Control 패드를 접했을 때 충격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지금까지도 Goliathus Control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마우스 패드입니다. Goliathus는 본래 꽤 심플한 외형을 한 제품이었습니다. 그런데 해가 바뀔 때마다 점점 화려해졌고, 지금은 검은색보다 녹색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더 커졌습니다.
화려한 모양을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대체재를 찾아 나서야 했습니다. 그 와중에 눈에 띈 게 바로 Gigantus입니다. Gigantus V1은 가로와 세로 길이가 450mm로 똑같게 제작했습니다. V2로 개편하면서 다양한 비율과 크기를 준비했습니다. 이 제품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큰 편에 속하는데요. 가장 작은 패드를 Medium으로 분류해놓을 정도이니, 다분히 의도적으로 크게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Medium과 Large는 두께가 약 3mm, 2XL과 3XL은 약 4mm 정도입니다. 가장 큰 3XL은 가로 120cm, 세로 55cm입니다. 만약 1200 책상을 사용 중이라면 마우스 패드가 책상 위를 대부분 덮어버리는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RAZER도 모니터와 스피커를 올려둔 상태로 예시를 들더군요. 2XL 크기는 가로 94cm, 세로 41cm로 일반적인 장패드보다 조금 더 큽니다. 평범하다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인지 GIgantus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은 대부분 3XL에 집중하시더군요. 저 역시 다른 브랜드 제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3XL 사이즈가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콘셉트를 잡으려면 확실히 잡아라.'를 몸소 실천한 게 바로 Gigantus 마우스 패드입니다.
7월: DeathAdder V2 Mini - [칼럼 보러 가기]
큰 마우스를 대표하는 DeathAdder는 V2 버전에서 무게가 가벼워지긴 했습니다만, 좌우 폭은 더 넓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손이 느끼는 부피감 자체는 더 커졌습니다. 그립감 좋은 마우스로 항상 꼽히는 제품이지만, 손이 작은 분들은 그저 바라만 봐야 했습니다. 작은 버전을 만들어달라는 요청도 참 많았고요. 하지만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일이기도 해서 출시 확률이 높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RAZER는 제 생각보다 유연했습니다. 작은 마우스에 대한 수요를 파악한 뒤 출시한 Viper Mini 덕분에 DeathAdder 미니 버전도 충분히 기대해볼 법한 분위기로 흘러갔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정말로 크기를 줄인 DeathAdder V2 Mini를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Viper Mini를 출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사용자들이 내놓은 비판에 대한 피드백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무 그립을 없애면서 그립감이 좋지 않아졌다는 의견을 의식하여, 그립 테이프를 제공합니다. 그동안 사용자들은 서드파티 제품을 활용했는데, DeathAdder V2 Mini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추가 지출 없이 그림감을 보강할 수 있도록 소비자에게 선택지를 제공하는 건 장점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방법도 잘 알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대목이었죠.
그런데 사용자들이 기대했던 크기는 아니었나 봅니다. 작아져도 너무 작아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니까요. Zowie처럼 미세하게 작게 만들었다면 참 좋았을 겁니다. 물론, 확 작아진 크기를 선호하는 분들도 분명히 계실 겁니다. 평균적으로 손이 작은 어린 학생들이나 여성분들에겐 적합한 크기와 무게입니다. 손이 큰 분이라 할지라도 핑거 그립을 활용한다면 참 괜찮은 제품입니다.
8월: Huntsman Mini - [칼럼 보러 가기]
Huntsman Mini는 기성품 키보드가 쉽게 선택하지 않는 배열로 출시했습니다. RAZER CEO, Min-Liang Tan이 말한 왼손잡이용 마우스와 비슷한 선상에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키보드는 평소 104/108키 풀 배열이나 87키 텐키리스 키보드를 사용한 분들이 사용하기엔 너무나도 불편한 제품입니다. F1~F12를 제거했고, 방향키도 사라졌습니다. 사라진 키들은 Fn 키 조합으로 구현할 수 있는데, 적응하지 못한 상태라면 여간 불편한 일입니다.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버튼을 하나만 누르면 되는데, 굳이 제거해서 두 개를 동시에 눌러야 하니까요.
그런데 또 다른 누군가는 Huntsman Mini와 같은 배열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고 말합니다. 완전히 상반되는 의견이죠. 이들은 크기를 극도로 줄였지만, 사용하지 못하는 키가 없다는 걸 이유로 듭니다. 물리적인 공간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선 분명 합리적이긴 합니다. 양쪽의 말이 틀린 게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역은 취향 차이라고 말해야 할 듯합니다.
스페이스 바에 퀘이사존을 각인하여 보내준 RAZER의 정성에 감동했습니다. 작고 앙증맞은 외형 덕분에 QM 대부분이 관심을 보였는데요. 키감에 대한 호불호는 확실히 나뉘었습니다. 스위치마다 스태빌라이저가 있다는 독특한 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저희에게 보낸 스위치 방식이 클릭(퍼플)이라서 더더욱 그랬을 겁니다. 찰칵찰칵이는 소리를 원하는 분이라면 이 제품이 마음에 들 겁니다. 정말로 경쾌한 소리가 나거든요. 아쉬운 점은 워낙 작고 가볍게 만들어서인지 키보드를 조금이라도 강하게 누르면 통울림이 느껴진다는 거였습니다. 사람에 따라 신경 쓰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울림 역시 호불호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죠. 스태빌라이저는 꽤 정돈된 편이라서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는데요. 워낙 독특한 키보드이다 보니 직접 경험해본 뒤 구매를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8월: BlackShark V2 - [칼럼 보러 가기]
RAZER는 음향 효과로 유명한 THX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워낙 까다롭고 철저한 인증 규격으로 유명한 브랜드라서 RAZER가 인수한다고 했을 때, 꽤 큰 기대를 했던 게 기억납니다. 이후 출시한 게이밍 헤드셋에는 항상 THX 로고가 있었죠. 그런데 막상 소리를 들어보면, THX가 추구하는 방향과는 다르다는 걸 단번에 느꼈습니다. 저음역을 강조해서 중음역이 다소 흐리게 들리는 게 RAZER 게이밍 헤드셋이 가진 특성이었죠. 모든 음을 골고루 듣고 싶어 하는 저로선 좋은 평가를 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퀘이사존이 레이저 헤드셋을 다룰 때는 착용감이나 편의성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했지만, 소리는 좋게 평가한 기억이 없습니다. 게이밍 헤드셋으로 노래를 듣지 않으니 괜찮아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게임을 즐길 때도 균형 있는 소리를 듣는 게 낫습니다. 소리라는 건 본래 한 음역에만 치우쳐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BlackShark V2를 처음 받았을 땐 마치 헬리콥터 조종사가 쓸 법한 외형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우징을 돌릴 수 있는 스위블 기능은 없었지만, 착용하는 순간 참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헤드셋은 소리가 어떻든 간에 일단 착용감이 좋아야 합니다. 소리가 아무리 좋아봤자 오래 착용하지 못하면 계륵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첫인상은 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즐겨 듣는 노래를 재생해봤는데, 세상에나! 그동안 RAZER가 해오던 튜닝과는 궤를 달리하는 제품인 겁니다. 이 노래, 저 노래를 들어봐도 토널 밸런스가 훌륭합니다. 기대감을 잔뜩 안고 기계로 측정을 해보니, 역시나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THX를 인수했다면 모름지기 이런 제품을 내놓았어야 했습니다.
BlackShark V2는 기본기가 아주 훌륭한 대신 길이 조절을 할 때 하우징을 잡고 있는 양쪽 구조물이 따로 움직여서 고급스럽지 못하다는 점 등 자잘한 단점이 존재하긴 했습니다. 물론, 단점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RAZER가 앞으로 내놓을 음향 기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 제품입니다.
함께 제공하는 USB to 3.5mm 어댑터 겸 사운드 카드 역시 훌륭합니다. 부피가 그리 크진 않지만, 기능이 알차기 때문이죠. 특히, THX SPATIAL AUDIO가 제공하는 가상 공간 음향은 성능이 발군입니다. 방향감뿐만 아니라 거리감까지 훌륭했고, 소리가 발생하는 방향을 미세하게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가상 채널 기능이 중요한 분이라면 THX SPATIAL AUDIO 시스템이 들어간 헤드셋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이렇듯 BlackShark V2는 전체적으로 잘 만든 제품입니다. 많은 분이 무선이 아니라는 점을 아쉬워했는데, 어차피 게이밍 헤드셋은 PC 앞에서만 활용하는 제품이라 크게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9월: DeathAdder V2 Pro - [칼럼 보러 가기]
많은 사용자가 DeathAdder V2를 극찬했습니다. 스위치에서 문제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인생 마우스라고 표현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반면에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는 분도 많았습니다. 현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무선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선이 없으면 편합니다. 그동안 유선 마우스를 활용할 때 거치적거리는 선을 해결하기 위해 마우스 번지를 사용해왔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런데도 제가 무선 제품에 큰 감흥을 갖지 않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신호 지연, 끊김 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이 아직 존재한다는 겁니다. 몇몇 기업은 유선보다 빠른 무선이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합니다. 정말로 그럴까요? 이는 마치 공유기 속도가 1,900Mbps이기 때문에 유선보다 빠르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면 Wi-Fi 연결이 유선보다 빨라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마우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프더레코드에서 오간 이야기라서 자료를 공개할 수는 없습니다만, 클릭했을 때 신호가 전달되는 속도는 무선이 유선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물론, 수치상으로는 그러했고, 사람이 느끼지 못할 확률이 높을 만한 차이였죠. 무선 송신기만 마우스 근처에 배치할 수 있다면 첫 번째 이유는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무선 마우스에는 배터리를 추가해야 해서 무게가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제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하우징을 필사적으로 가볍게 만들었다 하더라도, 배터리가 추가된다면 인위적인 무게 중심이 잡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묵직하게 느낄 여지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술력이 참 좋아지긴 했나 봅니다. 배터리 혁명은 없었지만, 칩세트 효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면서 배터리 용량을 줄여도 사용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DeathAdder V2 Pro는 유선인 DeathAdder V2보다 약 4g 정도만 무거워졌습니다. 이 정도 차이면 당연히 무선을 택하는 게 낫겠죠. 허용하는 예산 범위라면 말입니다.
DeathAdder V2는 DPI 오차율이 1%보다 0%에 더 가까울 정도로 굉장히 정교하게 튜닝한 마우스입니다. 이 제품을 토대로 무선화한 Pro 버전 역시 아주 훌륭한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유선 버전만큼은 아니지만 모든 값에서 1% 미만 오차율을 보여줬는데요. 사실 이 정도면 측정 오차 정도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꽤 많은 DeathAdder를 테스트해봤는데, 결과가 일관되게 좋습니다. 이 시리즈를 구매할 때 센서 성능으로 고민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문제는 스위치입니다. 분명 구동 방식은 장점만 눈에 들어옵니다. 내구성이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반응속도와 입력 오류를 모두 개선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용자 평가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제품에 따라 유격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내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아닙니다만, 손끝으로 느껴지는 감각 자체에서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면 자연스레 불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세대 옵티컬 스위치를 탑재하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제품은 존재하지 않겠습니다만, RAZER는 스위치 완성도를 조금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부분만 제외한다면 DeathAdder V2 Pro가 보여준 완성도는 현존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월: BlackShark V2 Pro - [칼럼 보러 가기]
RAZER는 계획이 다 있었습니다. 잘 만든 BlackShark V2를 유선으로만 출시하면 조금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보란 듯이 무선 버전을 내놨습니다. 녹색을 최대한 빼고, 단색으로 외형을 꾸민 BlackShark V2 Pro는 조금 더 중후한 느낌을 줍니다. 개인적으론 Pro처럼 색을 덜 섞은 헤드셋을 좋아합니다.
이 제품은 BlackShark V2에서 소개해드렸던 어댑터 겸 사운드 카드를 이어 컵 하우징 내부에 집어넣고 선을 없앴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PCB 기판과 배터리를 집어넣었기 때문에 무게가 약 60g 정도 상승했습니다. 이 정도 상승이라면 저는 과감하게 유선을 사용하세요!라고 말했겠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BlackShark V2가 약 250g대로 아주 가벼운 편이었고, 무선 헤드셋이 310g대면 다른 브랜드 제품과 비교했을 때 가벼운 축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착용감 자체는 유선 버전이 좋습니다만, 무선이 선사하는 자유로움. 바닥에 무언가 떨어졌을 때 헤드셋을 벗지 않고 주우러 가도 된다는 점은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색상 변경과 무선화, 여기에서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유선 버전에서 길이 조절을 할 때 균일하게 조절되지 않는 점을 해결했습니다. 움직이는 느낌도 더 고급스럽게 바뀌었죠. RAZER는 커뮤니티를 주시하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사용자들이 어떤 걸 불편해하는지 콕콕 집어서 해결해냅니다.
소리 성향은 BlackShark V2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배터리와 PCB 기판으로 인해 드라이버 유닛을 감싸고 있는 내부가 조금 달라졌다는 변수가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BlackShark V2는 저음역 부분에서 좌우 균형이 미묘하게 틀어졌는데, Pro 버전은 거의 일치합니다. 물론, 두 제품 모두 하나씩만 테스트해봤고, 사람이 사용하면서 느끼기는 어려운 정도라서 큰 의미가 있지는 않습니다. 다음으로 고음역은 Pro 버전이 조금 더 정돈된 느낌을 줍니다. 측정치 상으로도 조금 더 절제된 걸 확인할 수 있죠. 같은 Razer Triforce 50mm 티타늄 드라이버를 탑재했을 텐데, 소리 성향이 미세하게 바뀌었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내부 구조에 따른 차이인지, 튜닝을 살짝 다르게 수정한 건지는 모를 일이지만, 제 취향에는 Pro 버전이 더 잘 맞았습니다. 밸런스가 좋아서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 감상 등에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10월: BlackWidow V3 Pro - [칼럼 보러 가기]
2020년, 한 해 동안 Huntsman 시리즈를 두 개나 소개해드렸는데, RAZER 게이밍 키보드 라인업 중 중심을 잡고 있는 BlackWidow가 빠진다면 섭섭할 일입니다. 키보드는 마우스나 헤드셋보다 무선화에 소극적이었습니다. 사실상 휴대용 블루투스 키보드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블루투스 방식은 참 자잘한 오류가 많습니다. 페어링이 갑자기 풀린다거나 신호에 혼선이 발생하여 키 입력이 안 되다가 한 번에 입력되는 현상 등. 휴대성에서 장점을 보이지 못했다면 사장되었을 만한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애초에 데스크톱용 키보드는 가지고 다닐 일이 많지 않아서 유선을 활용하면 됐습니다. 마우스처럼 선 때문에 무게감이 느껴진다거나 거치적거릴 일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시대가 변했고, 책상 위를 깔끔하게 정돈하고 싶어 하는 분들은 많아졌습니다. PC 주변환경을 구성할 때 가장 마지막 해야 할 일이 선 정리인데, 어지간한 치밀함과 미적 감각이 없다면 보기 좋게 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선이라면 책상 위는 알아서 정리 되니, 수요는 점점 높아지고 있죠.
RAZER는 HyperSpeed라는 무선 신호 시스템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기존 2.4GHz RF 신호보다 더 빠르고 안정적인 연결을 위해 데이터 프로토콜을 최적화한 기술이라고 말합니다. 마우스에서는 이미 입증된 성능이지만, 키보드에선 어떨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QM코리가 테스트하는 걸 지켜봤습니다.
이 제품은 연결 방식이 총 세 개입니다. 2.4GHz RF 신호를 활용하는 방식과 블루투스 그리고 유선이 있습니다. 평상시라면 무선 HyperSpeed 연결과 유선 연결을 활용하면 되고, 무선 송신기가 연결되어 있지 않은 노트북 등에 활용할 때에는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됩니다. 개인적으론 되도록 2.4GHz RF 신호 사용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QM코리 역시 무선 연결이 유선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아서 무선으로 활용하는 걸 추천하더군요. 내부에는 4,200mAh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되어 있어서 RGB LED를 굳이 끄지 않더라도 충분한 사용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칼럼에 사용한 키보드는 클릭 스위치에 해당하는 레이저 녹축이 탑재되었습니다. 같은 클릭 스위치여도 내부 구조에 따라 소리가 조금씩 다른데, 레이저 스위치는 강한 클릭음을 내줍니다. 찰칵찰칵 보다는 철컥철컥에 가까운 소리가 나는데요. 자세히 들어보면 통울림 소리가 조금씩 들립니다만, 클릭음 덕분에 체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스태빌라이저는 윤활 처리가 안 돼 있어 철컹거리는 철심 소리가 들렸습니다. 키캡 길이가 긴 스페이스 바에서 유독 강하게 들렸는데, 윤활만 해준다면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시중에서 무선 키보드, 정확히는 2.4GHz 대역 RF 신호를 활용하는 제품은 많지 않습니다. 그중에서 RAZER는 기존 RF 신호대역과 간섭이 생기지 않도록 개선 작업을 거친 후 제품에 적용하기 때문에 성능은 어느 정도 보장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RAZER 무선 마우스를 사용해보면 그 성능을 체감할 수 있죠. 키보드 역시 사용하면서 딱히 문제가 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무선 키보드에 로망이 있거나, 돈을 들여서라도 책상 위를 깔끔하게 유지하고 싶은 분들에게 BlackWidow V3 Pro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10월: RAZER TOMAHWAK MINI-ITX - [칼럼 보러 가기]
RAZER는 그동안 저희에게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 위주로 제품을 보내왔습니다. 종종 조이스틱이나 게임 패드, 마이크 정도가 독특하다고 느낄 만한 제품군이었죠. 하지만 이 회사는 굉장히 넓은 사업 분야에 뛰어든 상태입니다. Nextbit을 인수하여 레이저 스마트폰을 만들어낸다거나 수려한 외형과 고사양으로 중무장한 노트북을 선보이기도 하죠. 이외에도 스피커, 모니터, 의자, 심지어 아이폰 케이스와 같은 모바일 액세서리, 의류, 식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정말 쉬질 않는 회사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저희에게로 보내온 케이스 역시 꽤 생소했지만, RAZER를 좋아하는 QM다우가 전의를 불태우며 멋진 칼럼을 작성해냈습니다. 저도 참 재미있게 읽었던 칼럼이었는데, 댓글 반응도 좋더군요. 가끔은 팬심이 가득 담긴 글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미니 타워 케이스를 썩 좋아하지 않는 저마저도 혹하게 했으니, 성공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RAZER는 화려한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굉장히 절제하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로고와 테마 색상이 워낙 강렬하기 때문에 절제하지 않는다면 디자인이 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죠. RAZER는 이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제품들의 디자인은 심플해지고, 포인트 색상도 최대한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TOMAHWAK-ITX 케이스가 딱 그러합니다. 앞면에 있는 강렬한 로고를 제외하면 반듯반듯하게 잘라낸 듯한 각진 디자인이 정갈한 느낌을 줍니다. 양쪽이 강화유리로 되어 있어서 뒤로 넘기는 부분까지 신경 써서 선 정리를 해야 한다는 게 살짝 불편한 부분입니다만, 깔끔하게만 해낼 수 있다면 멋진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게 됩니다. 그동안 RAZER가 만들어온 브랜드 가치는 앞면에 있는 로고에 LED가 점등하는 순간 가치를 발휘합니다. 비슷비슷한 케이스라고 할지라도 저 로고가 있다면 느낌이 확 달라지기 때문이죠.
11월: Iskur 게이밍 의자 - [칼럼 보러 가기]
오래전부터 예고했던 RAZER 의자가 11월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퀘이사존에 입사하고 꽤 많은 의자를 다뤄보게 되었는데요. 지금까지도 잘 와닿지 않는 게 '게이밍 의자'라는 마케팅 용어입니다. 사무용 의자는 살짝 불편해야 하고, 게이밍 의자는 안락하면 되는 건가? 게이밍 의자라는 타이틀은 어떻게 하면 붙일 수 있는 거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해 봤습니다. 그럴수록 답은 명확해졌습니다. 그냥 좋은 의자가 상황을 가리지 않고 좋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의자가 좋은 걸까요? PC방에 있는 의자처럼 푹신하고 안락하면 좋은 걸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안락할수록 자세가 무너질 확률은 높아집니다. 자세가 흐트러지는 순간 척추와 목에는 엄청난 압박이 가해지고요. 그 상태를 오래도록 유지하면 디스크와 같은 질환으로 고생하게 됩니다.
좋은 의자는 몸을 잘 지지해야 합니다. 잘 지지해서 바른 자세를 유도하도록 해야 하죠. 바른 자세는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자세거든요. 그래서 흐트러지기가 쉬운 겁니다. 이를 최대한 방지하는 게 의자가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좋은 의자와는 정반대인 셈입니다. 자세를 올바르게 유지하는 데에는 엉덩이가 미끄러지지 않아야 하고 요추가 올곧게 자리 잡고 있어야 합니다. Iskur 의자는 다른 게이밍 의자라고 주장하는 제품들과 비슷한 외형을 하고 있습니다. 인조가죽 품질이 좋아 보이고, 부분부분 디테일이 섬세한 걸 제외하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추 지지대를 보면 그 생각이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Iskur 요추 지지대는 ERGONOMIC LUMBAR SUPPORT SYSTEM라는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보통 요추 지지대나 쿠션은 사용 시간이 길어지면 푹 꺼지는 현상이 있어서 본래 기능을 상실하게 됩니다. RAZER는 이걸 해결하기 위해 각도를 조절할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의자 높낮이를 조절하는 중심봉으로 요추 지지대를 약 29°까지 들어 올릴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의자지만, 꽤 신경 써서 만들었습니다. RAZER는 할 일을 했고, 적절한 각도를 찾는 건 사용자의 몫입니다.
다만, 많은 게이밍 의자가 그러하듯이 목 쿠션은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장에 따라 쿠션을 최대한 내려서 거치하더라도 목이 아닌 머리에 닿는 경우가 있습니다. 목 받침대가 머리에 닿는 경우엔 그냥 빼버리는 게 나을 겁니다. 요추 지지대뿐만 아니라 목 받침대도 신경 썼더라면 더더욱 좋았을 겁니다. 소비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RAZER이기에 분명 개선할 겁니다.
11월: Seiren Mini - [칼럼 보러 가기]
세이렌seiren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님프입니다. 매우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마력을 가졌다고 표현하는데요. 그녀들은 절벽과 암초들로 둘러싸인 섬에서 노래를 불러 지나가는 선원들을 유혹합니다. 그 노랫소리에 홀려 뱃머리를 돌리면 결국 배는 난파되고 선원들은 목숨을 잃거나 스스로 물에 뛰어들어 죽음에 이르렀다고 하는군요. 결말이 영 좋진 않습니다만,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마이크에 붙이기에는 적절한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작명까지 신경 쓰지 않는 분이라면 크게 중요한 내용은 아닙니다만, 제품을 하나하나 뜯어봐야 하는 제 입장에선 이런 요소가 꽤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RAZER가 제공하는 Seiren Mini 제품 설명에는 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그래프를 첨부했습니다. 중음역은 평탄하고 저음역보다는 고음역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이런 형태는 소리가 가벼워지는 대신 명료도는 상승하게 됩니다. ㅅ, ㅊ이 들어가는 소리가 꽤 날카롭게 들리기 때문에 듣는 입장해서 자극적이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자극적인 소리는 곧 피로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물론, 녹음 중에 불편한 노이즈를 들을 수 없었고, 69,000원이라는 가격을 고려한다면 품질 자체는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3/8인치 나사가 아닌, 5/8인치 나사 홀을 지원한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스탠드에 호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면 가성비는 더더욱 상승했을 겁니다.
마치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총결산인데, 생각보다 많은 RAZER 제품을 다뤘군요. 그만큼 2020년 RAZER와 퀘이사존은 바빴습니다. 정리하는 글인데도 키보드를 두드리다 보니 손가락과 손목이 뻐근해졌습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뿌듯합니다. 많은 제품을 소개해드렸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이제 와서 말하자면, 저는 RAZER를 엄청나게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퀘이사존에 입사한 뒤로 이런저런 제품을 만져보니, 철학이 있는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기업과는 다르게 브랜드 가치를 쌓아 올리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그 가치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2019년 말과 2020년에 선보인 새로운 게이밍 기어들은 그동안 바짝 따라온 다른 게이밍 기어 업체들을 한순간에 따돌리는 듯한 기술력과 완성도를 보여줬습니다. 그 와중에 가장 부지런히 신제품을 출시했으니, 이 추진력을 바탕으로 2021년에도 앞서나갈 거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RAZER는 게임 문화를 형성해나가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게이밍 기어라는 개념이 없는 시절, 게이머를 대상으로 제품을 만드는 곳은 RAZER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아이폰 케이스, 의류, 심지어 껌까지 생산하며 사업을 넓게 확장했습니다. 확장해나가는 곳마다 게임이 가진 힘을 전파하고 있죠. 조승연 작가는 유튜브 영상에서 책을 유해 매체로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정보를 공유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가짜 이야기에 심취한다며 비난받았다고 하는데요. 현시대 게임이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유해한 책이 있듯이 유해한 게임이 있을 뿐입니다. 게임도 얼마든지 지식 혹은 인생을 배워가는 데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WHO가 질병으로 분류하긴 했습니다만, 게임에 대한 인식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훗날 책과 같은 위치가 된다면, 그 안에는 RAZER의 공도 녹아있을 겁니다.
유쾌하지만은 않은, 아니 오히려 우울했던 2020년의 끝이 코앞에 있습니다. 2021년이 된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기다린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만, 전 세계가 전염병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노력은 헛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때까지 조금 더 참고, 조금 더 견뎌야 합니다. 지금은 모임이나 야외 활동보다는 집에서 게임을 즐겨야 할 때입니다. 'FOR GAMERS. BY GAMERS.' RAZER가 게임 라이프에 든든한 파트너 역할을 해줄 겁니다.
이상 QM깜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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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ZER x 퀘이사존 2020년 총정리
댓글: 9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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