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퀘이사존중독 입니다.
최근 들어 스팀과 오리진을 접하신 분이라면, 오리진을 EA 게임들을 유통하는 ESD 플랫폼이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한때는 EA의 게임들 모두를 스팀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EA 역시 게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특히 스포츠 게임 쪽에서는 압도적 지위를 점할 만큼 거대한 게임사였는데요. 그런 EA가 2011년 6월 오리진을 만들면서 스팀과 오리진 양쪽에 EA 게임들을 출시하기 시작했고, 2011년 10월 25일 출시했던 배틀필드 3를 필두로 오리진 독점 게임을 발매하기 시작합니다.
이쯤되면 3의 저주
공교롭게도 흔히 스팀을 만든 밸브는 자신들의 모든 게임을 정식 넘버링 게임으로는 2까지만 출시하면서 3을 모르는 회사라고 놀림받기도 했는데요. EA가 자신들의 게임을 오리진으로 독점 발매하면서 배틀필드 3, 데드 스페이스 3, 크라이시스 3, 매스이펙트 3 등 당시 게이머들의 엄청난 기대를 모았던 EA 최고 히트작들의 속편이 대거 이탈하게 되는 사건이 되었습니다.
오리진은 게임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75% 세일을 하지 않습니다
오리진은 스팀과 유사한 ESD 플랫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항상 스팀과 비교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뭐 EA가 내부적으로 더욱 비교했을지도 모릅니다만, 게이머들 역시 오리진과 스팀을 비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게이머들은 게임의 가격, 즉 할인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오리진의 당시 보스였던 David DeMartini는 Gamesindustry International과의 인터뷰(바로 가기)에서 "스팀은 75% 판매로 명성을 얻었고 많은 게이머가 좋아하지만, 오리진과 EA에게 올바른 접근 방식이 아니며 게임IP의 가치를 값싸게 만드는 관행을 모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시 말해 75% 세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표의 발언이었죠. 그리고 불과 2주일도 채 안돼서 오리진-영국은 75% 세일을 시작하여 오리진은 각종 커뮤니티의 개그 소재가 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straycat0706 님이 그리신 '있잖아 오리진 그거해봐 그거'(바로 가기)
사실 오리진이 게임의 가치를 떨어뜨린 것은 75% 세일이 아니었죠. 바로 크라이시스 3나 데드 스페이스 3 같은 기대작들을 출시 한 달도 안 되어서 예약 구매자의 뒤통수를 치며 30% 세일을 단행한 것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이로 인해 일부 게이머들 사이에서 오리진(EA) 게임은 예약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EA, 그것은 Eat All
원래 EA는 Electronic Arts라는 이름입니다. 직역하면 전자 예술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텐데요.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을 아티스트로 생각하고 게임을 디지털로 만드는 예술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회사 명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EA는 승승장구하면서 게임 제작사들을 인수 합병하기 시작합니다. 영세한 개발자들을 거대 게임사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뜻을 펼칠 수 있게 해주는 그림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결과적으로 게임 IP는 가져가고 남은 회사는 구조조정하는 행태를 보여 많은 업계 관계자와 게이머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그 게임 IP들을 잘 살리면 다행인데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 심시티 시리즈, 메달 오브 아너 시리즈 등 엄청나게 많은 명작들이 EA의 이름 아래 출시하면서 사라져 갔죠. 그 뒤로 매스 이펙트 시리즈도, 신작 앤섬도, 그리고 배운 사람의 게임인 배틀필드 5까지 EA의 게임들은 항상 구설에 올랐습니다.
EA와 VALVE의 파트너십
2019년 10월 26일 EA의 공식 트위터에 EA 로고가 새겨진 컵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티저 동영상이 공개됩니다. 컵에 올라오는 증기, 바로 스팀(Steam)으로 EA가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었습니다. 이것은 EA로써도 더 많은 게임 판매량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스팀으로써도 에픽게임즈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유비소프트의 게임들이 그들의 Uplay, 그리고 지금까지 동시 발매했던 스팀을 대신해서 에픽게임즈로 기간독점 판매를 시작했기 때문에 EA의 스팀 재입성은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루머는 EA 보도자료를 통해서 공식화되었고 게임 구독 서비스인 EA Access를 내년 봄부터 스팀에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협업의 출발점은 북미의 대표적인 프렌차이즈 중 하나인 스타워즈를 통해서였습니다. 우리나라 게이머에게 11월 15일 발매한 스타워즈 제다이: 오더의 몰락은 그럭저럭 잘 나온 수작이라는 정도지만, 북미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스타워즈라는 이름만으로 엄청난 판매가 보장되는 게임이죠. 그런 게임을 EA가 독점으로 수익을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EA + 스팀의 협업의 첫 번째 타이틀로 내세웠다는 것은 EA가 그만큼 이 협업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당장 눈앞의 엄청난 이익을 독식하지 않고 스팀을 통해 판매량을 늘려 더 큰 파이에서 나누는 것이죠.
이야~ EA가 이걸 나눠 먹을 줄은 몰랐네?
그리고 이 전략은 주효했습니다. 2019년 11월 말의 엔가젯이나 포브스 기사를 보면 스타워즈는 2주동안 가장 많은 디지털 판매량을 올려 역대 스타워즈 게임 기록을 갱신했고, 2020년 1월 말 누적 판매량 800만 장을 돌파했으며, 올해 내에 1,000만 장 돌파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통합 판매량 기준)
복귀를 환영합니다, EA
스타워즈는 EA와 스팀 협업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2차 웨이브의 신호탄은 커맨드 앤 컨커 리마스터 컬렉션이 쏘아 올렸습니다. 한국 시각으로 6월 6일 출시한 커맨드 앤 컨커 리마스터 컬렉션의 등록과 함께 오리진의 대표작들이 스팀에 등록되기 시작했습니다. BioWare의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과 드래곤 에이지 2, 니드 포 스피드 히트, 니드 포 스피드: 라이벌, 니드 포 스피드(2016), 크라이시스 3, 식물 vs 좀비: 네이버빌의 대난투, 미러스 엣지 카탈리스트, Unravel, Unravel II, Fe, 그리고 Sea of Solitude 등과 같은 EA의 대표작들이 대거 합류했습니다. [스팀 EA 상점 페이지 바로 가기]
그리고 EA의 대표적인 구독 서비스인 EA access는 2020년 늦여름 스팀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또한, 내년부터는 Apex 레전드, FIFA 20, Battlefield V와 같은 멀티플레이어 게임들도 스팀에서 이용 가능합니다.
사실 EA는 수많은 게임 회사를 먹어 치운 Eat All이라는 별명답게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회사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EA 스튜디오에는 전 세계 20개 이상의 스튜디오와 6,000명 이상의 크리에이터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이제 이들의 신작들을 스팀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죠.
한국 시각으로 6월 19일 아침 8시(태평양 표준시 서머타임 적용)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EA Play Live 2020에서 스팀으로 출시할 더 많은 게임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EA의 3차, 4차 웨이브도 기대할만한 재밌는 소식들이 쏟아져 나오길 기대합니다.
게임도 역시 퀘이사존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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